[계양산둘레길 & 계산시장] 인천시민들이 보물처럼 아끼는 길
인천의 진산 계양산(395.4m). 인천시민들의 뒷동산 같은 이곳은 평일·주말 구분 없이 사람들로 붐빈다. 평원 위에 우뚝 솟은 봉우리와 능선에서 볼 수 있는 아름다운 낙조는 계양산을 유명 산으로 만들어 준 일등공신이다.
이 유명세에 숨겨진 계양산의 비밀스러운 보물들이 있다. 계양산 산자락을 따라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수많은 둘레길이 그 주인공이다. '인천둘레길, 인천종주길, 계양3대三代길, 계양산둘레길'. 계양산에 속해 있는 둘레길만 해도 4개나 된다.
그중 '계양산둘레길'을 소개한다.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시작해 6.3km를 걷는 원점회귀 코스다. 숨겨진 보물 같은 곳이라 한적하게 걸을 수 있고, 약간의 등산도 할 수 있다. 취미로 백패킹을 즐기는 김리원씨와 함께 계양산둘레길을 걸었다.
둘레길 구분하는 팻말 필요해
둘레길의 시작점 계양산성박물관. 건물 옆으로는 조그만 야외공연장과 카페, 그리고 화장실이 마련돼 있다. 이곳은 누가 봐도 만남의 장소. 떠날 채비를 하는 한 무리의 등산객이 보인다. 그들은 곧 등산로 안쪽으로 자취를 감춘다. 정상으로 가려면 반대쪽으로 가야 하는데, 둘레길을 걷는 것인가?
야자매트 깔린 길을 따라 둘레길로 들어선다. 한 발 한 발 내디딜 때마다 야자매트의 푹신한 감촉이 느껴진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평지 같은 숲길을 걷는다. 평일임에도 둘레길에는 등산객이 많다. 평탄한 길은 곧 임학정에서 멈춘다. 잠시 멈춰 가야 할 길을 찾는다.
임학정은 여러 등산로가 합쳐지는 지점. 무당골고개라고도 불리는 이곳은 꽤 넓다. 쉴 수 있는 정자가 있고,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도 세워져 있다. 갈림길이 많아 이정표가 빽빽하다. 이곳은 계양산둘레길과 인천둘레길이 나눠지는 분기점이기도 하다.
산행 전 계양산둘레길 정보를 찾아봤다. 그중에는 계양산둘레길을 인천둘레길로 착각하는 사례들이 꽤 있었다. 계양산둘레길과 인천둘레길은 일부 구간이 겹치긴 하지만, 임학정부터 피고개까지 가는 북쪽 코스는 엄연히 다르다. 임학정에서 계양산둘레길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계양산 정상 방향으로 살짝 올랐다가 그 다음 이정표에서 '목상동 솔밭' 쪽으로 방향을 틀어야 한다. 산행 정보를 알지 못했더라면 조금 헤맸을 것이다.
본격적인 계양산둘레길의 시작이다. 등산의 맛이 느껴진다. 나무계단을 따라 언덕을 몇 번씩 오르락내리락한다. 둘레길이라 쉬운 줄 알았는데 살짝 숨이 찬다. 다행히 오르막은 길지 않다. 한 번 고도를 올려놓으니 편한 길이 이어진다. 쉼터도 만들어져 있다. 힘들게 오른 오르막 잠시 쉬어가라는 친절한 배려가 감사하다.
오른편으로 조망이 트인다. 초록 테두리 나무 액자 사이로 아라뱃길 방면의 계양구 일대가 보인다. 고도가 낮아 꽉 막혀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멀리까지 보인다. 조금이나마 오르막을 올라온 덕분일까?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을 받아 기쁨은 배가 된다.
뻥 뚫린 풍경을 뒤로하고 발걸음을 옮긴다. 곧 무당골 약수터가 나온다. 이곳은 계양산 기도터로 유명했던 곳. 과거 이곳에는 무당이 집을 짓고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그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기도터로 가는 길 역시 목책으로 막혀 있다. 사람의 발길이 끊긴 이곳에는 몇 개의 돌탑과 무성한 잡초만 남아 있다.
둘레길 옆에 보이는 나무들은 주로 신갈나무와 참나무다. 계양산의 이름은 계수나무桂와 회양목陽이 많다고 하여 붙여졌다고 했는데, 이 나무들은 코빼기도 보이질 않는다. 산림공간정보서비스에 들어가 나무 분포를 살펴봤다. 계양산 수림은 대부분 리기다소나무 같은 양수림과 참나무 같은 음수림이었다. 이유를 찾아보니 한국전쟁 이후 진행된 산림녹화 사업 때문에 계수나무의 자리를 양수림이 대체하게 된 것이었다. 지금의 계양산은 양수림과 음수림이 적절한 균형을 맞추고 있다.
임꺽정이 활약했던 징매이고개
고랑재 고개 위 조그만 너덜지대를 지나 피고개로 쭉 걸어간다. 거대한 철탑이 보이고 여러 갈래의 등산로가 만나는 지점이 바로 피고개다. 조금 섬뜩한 이름의 피고개는 과거 진사시에 합격했던 정씨 형제가 억울하게 관직을 삭탈당하고 이 고개를 넘어오다 피를 토하고 죽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피고개 이후 코스는 다시 인천둘레길 1코스와 동일하다. 한적했던 계양산둘레길은 다시 사람들의 그림자로 메워진다. 계양산 장미원까지 이어지는 외길을 따라가니 마이산 탑사를 닮은 거대한 돌탑들이 나타난다. 2m는 족히 되어 보인다. 돌탑은 산 안쪽으로도 5~6개나 더 있다. 한국인의 유별난 돌탑 사랑. 도대체 누가 계양산에 자신의 소원을 이렇게 간절히 빌었을까.
고려시대에 매를 징발해서 키웠다는 '매방'이 있던 징매이고개로 내려선다. 임꺽정이 활동했다는 이 고개는 과거 서해안과 서울을 잇는 중요한 길목이었다. 험준하고 숲이 무성해 도적들이 판을 쳤다고 한다. 그래서 100명 혹은 1,000명이 함께 넘지 않으면 위험하다고 '백명고개', '천명고개'라 불리기도 했다. 도적들의 이야기와 험한 고개는 오늘날 전설로만 전해져 내려온다. 악명 높던 징매이고개는 계양구와 서구를 잇는 8차선 경명대로로 완전히 바뀌었다. 이곳의 생태다리를 지나면 천마산(286m)으로 이어진다.
초록빛과 황토빛 가득했던 산길을 내려오자 빨간 파도가 밀려온다. 뭐가 이리 예쁜가 싶어 다가가니 계양산 장미원이다. 이곳은 시민들을 위해 조성된 무료정원이다. 장미와 야생화를 합쳐 총 80종이 넘는 꽃들이 심어져 있다. 매년 5월이면 이곳에서 장미축제가 열린다. 주차장도 무료개방이라, 장미원을 계양산둘레길 들머리로 삼아도 좋다.
장미원에서 계양문화회관까지 가는 방법은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장미원 위쪽의 무장애나눔길이고, 다른 하나는 아름드리 느티나무들이 도열한 넓은 아스팔트 길이다. 어디로 갈지 고민하다 느티나무길로 향한다. 길 왼쪽 옆으로 군데군데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데크에 누워 산림욕을 해본다. 올려다본 하늘 위로 바람에 흔들리는 느티나무잎들이 '사악 사악' 소리를 내고 있다. 오래도록 눌러앉아 있고 싶었지만, 이내 발걸음을 옮긴다.
계양문화회관으로 내려가기 전 수상한 철책이 눈에 든다. 철책 사이로 깨끗한 야자매트길이 놓여 있다. 철책 사이로 난 둘레길. 무언가 미심쩍어 보이는 이곳은 계양3代길이다.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을 새롭게 정비해 지난 5월 개방했다.
이 길이 개통되면서 계양산둘레길도 약간 변했다. 원래 코스는 계양문화회관으로 내려가 도로를 따라 계양산성박물관까지 가야 했다. 이젠 그럴 필요가 없다. 계양3代길을 따라 계양산성박물관까지 쭉 이어 걸을 수 있다.
미지의 둘레길은 새롭고 즐겁다. 비밀 공간을 발견한 것처럼 짜릿하다.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나무다리는 겉보기에도 빠듯빠듯하다. 곳곳에는 새로 심은 수목들은 얕은 싹을 틔우고 있다.
총거리 6.3km. 계양산을 따라 한 바퀴 도는 한적한 여정. 끝나지 않기만을 바라던 계양산둘레길은 계양산성박물관에서 조용히 막을 내린다. 차마 밟아보지 못한 계양산의 또 다른 보물들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배달앱 주문 받는 '디지털 전통시장'
계양구에서 가장 오래된 계산시장
계양산성박물관에서 걸어서 15분 거리. 산행의 회포를 풀 수 있는 오래된 전통시장, 계산시장이 있다. 1977년 처음 문을 연 계산시장은 올해로 46년째 영업 중이며, 계양구에서 가장 오래된 골목형 전통시장이다. 지하철 인천 1호선 경인교대입구역과 가까이 있고, 인근에 넓은 주차공간과 주거지역이 있어 근처 주민들이 자주 찾는다.
계산시장은 전통을 유지하며 온라인 시대에 발맞춰 함께 발전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전통시장 배달 어플인 '놀장'(놀러와요 시장), 2021년에는 네이버 '동네시장 장보기'를 통해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직접 보고 확인할 수 있는 물건을 인터넷으로 쉽고 빠르게 구매할 수 있으니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인 셈이다.
2019년부터 문화관광형 시장으로 선정된 계산시장은 주변 지역과 연계한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1월 30일까지 인천시 전통시장과 함께하는 '전통시장 모바일 스탬프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해당 이벤트는 전통시장과 연계된 추천코스를 방문해 모바일 스탬프를 획득하면 되는데, 1개 코스만 다녀와도 5,000원 상당의 소비쿠폰을 지급받는다. 인천시민뿐만 아니라 전통시장을 방문하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총 8개 코스 중 계산시장은 인근의 부평도호부관아, 부평향교와 같은 코스로 묶여 있다.
계산시장은 A, B, C, D 총 4개 구역으로 나뉘어 120여 개의 점포들이 운영하고 있다. 농수산물 같은 1차 식품에서부터 의류, 침구, 건강, 음식 등 다양한 물건을 판매하고 있다. 계산시장에서 인간 생활에 꼭 필요한 의식주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 또한 이곳은 지붕이 덮여 있는 아케이드 상점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쾌적하게 장을 볼 수 있다. 산행 이후 굶주린 배를 채워줄 곳들도 꽤 많다.
계산동에서 제일 잘되는 집(032-549-1367)은 닭을 전문으로 판매하고 있다. 생닭뿐만 아니라 닭강정도 있다. 닭강정은 매운맛과 달콤한맛 두 가지를 선택할 수 있다. 반반도 가능하다. 싱싱한 국내산 닭으로 만들어 맛이 좋다. 중(600g) 1만2,000원. 대(800g) 1만5,000원. 특대(1kg) 1만8,000원.
도래울부대찌개(032-439-2324)는 전통시장에만 있는 체인으로 주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포장된 각종 야채와 햄, 소시지, 라면을 한데 넣고 육수를 붓기만 하면 되니 간편하다. 이곳은 미숙이네 반찬가게와 함께 운영되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전국에서 주문가능하다. 도래올부대찌개(3인분) 1만5,000원. 홍어회무침(1kg) 2만2,000원. 황태양념구이(180g 3마리) 1만4,500원. 해파리냉채(700g) 1만2,000원.
바다수산(032-543-5804)에서는 전어, 꽃게, 고등어, 갈치 등 각종 수산물을 판매하고 있다. 직접 서울의 도매시장에서 수산물을, 인천 연안부두에서 어패류를 골라 가져온다고 한다. 제철을 맞아 팔딱거리는 싱싱한 수산물들이 손님들 밥상에 오를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다.
계양산성박물관에서 584번이나 584-1번 버스를 타면 계산시장 근처 경인교대입구까지 한 번에 온다. 자차를 이용한다면 계산시장 공영주차장이나 경인교대역환승주차장을 이용하면 된다. 계산시장 공영주차장의 경우, 시장에서 상품을 구매하고 주차권을 받으면 1시간 동안 무료 주차가 가능하다.
월간산 10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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