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락도 없던 아들이 부모 보험금 받는 이유 [더 머니이스트-김두철의 보험세상]
보험수익자 지정 법에 맡기지 말고
내 뜻대로 결정해야
우리가 정확히 알지 못해서 활용하지 못하는 생명보험의 특성이 몇 가지 있습니다. 특히 사망보험금을 받아 가는 사람의 적격 여부와 관련돼 보험수익자를 결정하는 게 문제입니다. 법대로 처리하니 어쩔 수 없다고 좌절할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생명보험의 특성에 따라 당사자가 사전에 간단한 조치만 취하면 너무나 쉽게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보험은 특정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험금을 받기 위해서 가입합니다. 내가 아프거나 은퇴를 할 때 등과 같이 나를 위한 보험에서는 보험금 수령에 문제가 생길 여지가 없습니다. 그렇지만 자녀가 학교에 진학하던지 혹은 내가 죽었을 경우를 대비한 남을 위한 보험에서는 내가 의도한 사람에게 원하는 방식대로 보험금이나 보험급여가 지급되지 않는다면, 생명보험에 가입할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실제로 오래전 생명보험산업의 발전 초기에 미국에서는 사망보험금만큼은 할부 업체 등 빚쟁이가 아니라 유족이 받아 쓰도록 만드는 법안을 제정해 중산층과 자영업자 사이에서 생명보험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적어도 합법적인 보험체계에서는 내가 원하는 사람에게 지정된 방식으로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보험에 가입하면서부터 확실하게 조치할 수 있습니다. 규정상으로도 보험계약자가 단수의 보험수익자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보험수익자의 성명과 계약자와의 관계를 아주 명확한 단어를 써서 표기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한 명만 지정하기 때문에 차후에 여러 복잡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보다 먼저 사망할 경우입니다. 계약자가 다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면 되지만, 여러 가지 정황상 지정이 어렵거나 불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보험수익자가 피보험자와 간발의 차이나 동시에 사망한 때에도 분쟁이나 소송이 야기될 가능성이 큽니다. 피보험자가 사망하였을 때 보험수익자가 살아있어야 사망보험금이 지급되기 때문입니다. 외국에서는 여러 명의 보험수익자를 다양한 형태로 미리 지정해 놓아 새로 지정된 보험수익자가 권리를 승계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 번에 한 명씩만 지정하지만, 외국의 경우에는 처음부터 여러 명의 보험수익자를 동시에 지정할 수도 있습니다. 복수를 지명하더라도 계약자의 의중에 따라 보험수익자 간에 우선순위를 정하기도 합니다. 처음 지정된 우선순위보험수익자가 사망 등으로 궐위가 되면 차순위보험수익자는 자동으로 보험금 받을 자격을 이어받게 됩니다. 만약 보험계약자가 복수의 수익자를 모두 우선순위보험수익자로 인정한다면, 각각의 지분을 지정하기도 합니다.
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임의대로 변경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변경할 경우, 회사의 승낙을 얻을 필요는 없지만 통지해야 새로운 보험수익자가 회사의 권리를 대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기존에 지정된 보험수익자의 동의나 수령을 필요로 하지 않는 변경가능보험수익자의 형태입니다. 대신 우리를 포함한 몇 나라에서는 보험금의 지급 사유가 발생하기 전에 피보험자가 서면으로 변경에 동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는 변경가능보험수익자와 변경불능보험수익자의 두 가지 형태로 구분합니다. 다만 계약자가 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변경불능 형태라도 기존 보험수익자의 동의가 있으면 변경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보험금 지급과 관련해 문제가 생기는 이유는 명확히 보험수익자를 지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보험계약자가 보험수익자를 지정하게 돼있습니다. 하지만 명확히 지정하지 않고 관습적으로 법정상속인이 보험수익자가 되도록 만드는 관행을 따릅니다. 법률적으로나 제도적으로 보험수익자를 지정하도록 유도하기보다는, 미지정되었을 경우 대처하는 방법을 법과 약관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보험계약자의 의도보다는 법적 논리에 근거해 누가 얼마만큼의 보험금을 가져갈지가 결정됩니다. 안타깝게도 부양의무를 져버렸던 부모, 연락도 없던 자식 등이 당당히 보험수익자의 자격을 부여받는 근거가 됩니다. 하지만 새로운 법을 제정할 필요도 없이, 보험계약자인 내가 원하는 대로 보험수익자를 명확하게 미리 지정해 놓으면 더 이상 누구도 가슴앓이를 안 해도 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김두철 상명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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