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버넌스워치]노루페인트 한영재, 3대 우회세습 속전속결
홀딩스 2.7% 디아이티에 매각…1년여만
후계자 한원석 1인회사…지배력 11%로 ↑
2016년 말 이후 우회 지분승계 가속도
‘노루표 페인트’로 잘 알려진 중견 정밀화학그룹 노루(NOROO)의 3대(代) 우회세습 작업이 점점 속도를 내고 있다. 오너가 후계자의 1인회사에 지주회사 지분을 1년여 만에 또 넘겼다. 장손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도 지분을 10% 넘게 소유하며 지배력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했다. ‘대물림, 참 쉽쥬!’라는 말 내뱉을 법 하다.
황태자 개인회사에 또 지분 매각
16일 노루홀딩스에 따르면 최대주주인 한영재(68) 회장은 지난 10일 블록딜을 통해 지분 2.63%(보통주 기준·35만주)를 매각했다. 액수로는 38억원(주당 1만830원)이다. 소유지분은 30.57%→27.94%로 축소됐다.
인수자가 디아이티(DIT)다. IT 솔루션 및 시스템관리(SM), 유지보수 등을 메인 사업으로 하는 IT업체다. 홀딩스의 단일 2대주주이기도 하다. 이번 딜을 통해 지분을 4.51%→7.14%로 끌어올렸다.
디아이티의 주인이 노루그룹의 자타공인 황태자 한원석(37) 노루홀딩스 부사장이다. 고(故) 한정대 창업주의 장손이자 한 회장의 1남1녀 중 장남이다. 디아이티 지분이 97.7%나 된다. 나머지 2.3%는 자사주다. 한 부사장은 현재 홀딩스 3.75%도 보유 중이다. 3대주주다.
따라서 최근 지분거래를 계기로 한 부사장은 홀딩스 10.89%를 직접적인 영향권에 두게 됐다는 얘기가 된다. 이는 차고 넘치는 그룹 내부일감을 기반으로 한 회장이 2016년부터 본격화 해온 사실상 무(無)자본 우회 대물림 작업이 가속도가 붙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자본 3대 승계의 출발점 노루로지넷
한 부사장의 현 홀딩스 개인지분 중 주식시장에서 사모은 주식은 얼마 되지 않는다. 2014년 노루홀딩스에 입사할 무렵부터 2016년 6월, 2020년 3~4월에 걸쳐 11억원을 주고 산 0.66%가 전부다.
대부분은 2016년 12월 한 회장이 넘겨준 것이다. 한 회장이 38.44%를 보유했을 때다. 이 중 3.08%를 61억원을 받고 장남에게 매각했다. 묘한 점은 인수 재원에 있다. 계열사 지분을 팔아 충당했다. 물류업체 노루로지넷이다.
한 회장 소유의 51% 외에 노루로지넷 지분 49%를 가지고 있었던 이가 한 부사장이다. 이를 2016년 11월 홀딩스에 한 회장 2%와 함께 전량 매각했다. 당시 대가로 받은 돈이 74억원이다. 한 부사장이 부친의 홀딩스 지분을 인수한 게 이로부터 한 달 뒤다.
주당가격이 3만1400원으로 액면가(5000원)의 6배가 넘었다. 계열사들이 먹여 살리다시피 하는 곳이다 보니 그럴 만 했다. 2015년 매출 312억원 중 주력사 노루페인트로부터 올린 매출(운송비)이 175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56%다. 노루오토코팅(자동차용) 35억원 등 다른 도료 계열사들까지 합하면, 확인된 것만으로도 계열비중이 줄잡아 80%에 육박했다.
즉, 2016년 말 오너 부자간 ‘딜’은 한 회장이 노루로지넷 주주명부(49%)에 한 부사장을 올린 다음 내부일감으로 기업가치를 높인 뒤 매각자금(74억원)으로 자신의 홀딩스 지분 3.08%(61억원)를 인수하게 한 것에 다름 아니다.
한원석, 돈 한 푼 안들이고도 지배력 ‘Up’
다음으로 소위 ‘쓰리쿠션’을 쳤다. 계열사들이 든든하게 뒤를 받쳐주는 IT업체를 한 부사장의 개인회사로 만든 뒤 홀딩스 지분을 IT사에 넘기는 우회전략을 썼다. 바로 디아이티다.
원래 디아이티는 한 회장의 큰누나인 한현숙(75)씨가 1대주주(91.48%)였다. 1996년 6월 이후 대표로 있던 곳이기도 하다. 경영구조에 변화가 생긴 때는 2019년 4월. 한현숙씨가 대표는 물론 이사회에서 물러나며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다. 당시 대표 자리를 넘겨받은 이가 한 부사장이다. 디아이티를 인수한 시점도 이 무렵으로 볼 수 있다.
한 회장이 3대 승계를 위해 준비한 카드가 디아이티라는 얘기도 된다. 작년 5월 일을 벌였다. 블록딜을 통해 지분 4.51% 70억원어치를 디아이티에 넘긴 게 이 때다. 이어 1년5개월만인 이달 2.63%를 추가로 확보하기까지 한 부사장이 개인자금을 들일 일은 없었다.
알짜다. 2020~2022년 매출 86억~91억원에 영업이익이 18억~23억원이다. 이익률이 19%~27%에 달한다. 비결은 ‘계열빨’이다. 증거가 있다. 작년 매출 중 홀딩스 연결재무제표상에 디아이티에 대한 ‘기타 지출’로 잡혀있는 액수가 58억원이다. 전체 매출의 64%다. 2020~2021년 50%대에 이어 작년에도 변함없는 계열 의존도를 보여준다.
게다가 도료용 수지 및 자동차용 접착제 업체 노루알앤씨(R&C)를 100% 자회사로 두고 있기도 하다. 역시 내부거래가 적잖은 곳이다. 즉, 노루케미칼로부터 수지를 들여와 도료 계열사들에 판매하는 게 주된 일이다. 매출 578억원에 영업이익 25억원을 벌어들인 지난해 노루페인트(63억원) 등 작년 계열비중이 44.7%(258억원)나 된다.
이렇다보니 노루 3세 한 부사장의 승계 지렛대로서 활용가치는 앞으로가 더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부친인 한 회장으로부터 향후 증여 등을 통해 홀딩스 지분을 넘겨받을 때 증여세 등 재원을 마련하든지, 지금처럼 디아이티를 통해 지분을 확보해 나가든지 요긴하게 써먹을 것으로 점쳐진다.
신성우 (swshin@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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