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외통위, 이스라엘戰·북러 무기 거래에 “확전 시 동북아로 불똥 튈 가능성 배제 못 해”

미국 반도체 수출 통제엔 “美 기업 배만 불린다”는 지적도 나와
재외공관 주재관 정기 활동 보고서 ‘복붙’ 문제도 거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5일(현지 시각)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주미 공관 대상 국정감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과 북러 무기 거래 등 외교 현안과 관련해 질의했다.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현지 공장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심사를 사실상 무기한 유예 조치한 것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15일(현지 시각) 워싱턴 DC에서 주미 공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열고 현안을 질의했다. /연합뉴스

외통위는 휴일인 이날 이례적으로 미주지역 국정감사를 진행했다.

국민의힘 소속인 김태호 위원장은 그간 한국의 핵 무장을 부정적으로 봐 왔던 미국 정치권에서 최근 한국의 자체 핵 무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과 관련해 “(해당) 변화의 움직임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라고 질의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핵 문제에 대해서는 결론이 아직 있어서는 안 된다”며 “어떤 방향이 우리의 평화를 위한 억지로서의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고민이 진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발발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무력 충돌과 관련된 우려도 이어졌다. 김 위원장은 “(해당 전쟁이) 확전되면 푸틴과 시진핑이 미소를 띨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불똥이 동북아로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북한이 이번 기회를 틈타 유엔에서 아랍 국가들을 모아 공세를 벌일 수도 있다”며 “북한은 냉전이나 중동 전쟁 시기마다 틈새를 파고들었고,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태 의원은 북러 무기 거래에 대해 “미국 언론에서 가능성 여부를 먼저 흘렸는데, 미국 정부가 사전에 막아 보려고 고도의 첩보 자료를 언론을 통해 흘린 것으로 보인다”며 내부적으로 한미 간 이같은 정보 공유가 이뤄지는지도 추궁했다.

또 외통위는 한국 기업의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한 미국산 반도체 장비 반입 심사 유예를 일종의 포괄적 허가 방식으로 사실상 ‘무기한 유예 조치’한 것에 대한 의미를 되짚기도 했다.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으면 10년간 중국에서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 능력을 5% 이상 확대하지 못하는데, 장비를 조금 허용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라며 “우리가 미국 요구에 따라 미국에 공장을 짓고 산업 활성화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는데, (반도체 보조금 관련 가드레일의) 예외 규정을 적용해 달라고 당당히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결국 우리는 미국의 요청을 다 들어주고 미국 기업의 배만 불리는 상황이 오는 건 문제가 있다”며 “우리 외교관들이 미국 같은 강대국에만 가면 기가 죽어 저자세로 간다는 말을 듣는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일(관계)에 지나치게 몰입해 미국과 일본의 비위를 거스를 이야기를 아예 꺼내지도 못할까 걱정돼 드린 말씀”이라고 덧붙였다.

이외에도 재외공관 주재관들의 정기활동 보고서 문제도 제기됐다. 김홍걸 의원은 “기재부와 산자부의 영사 활동 보고서 내용이 어이가 없었다”며 “보고서 글자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은 ‘복붙(복사해서 그대로 붙이기) 수준이었고, 접촉 인사 명단까지 똑같았다. 미국과 경제가 중요한 상황에서 이래서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사관 관계자는 “통상 면담 일정을 공유하기 때문에 보고서 내용이 다른 게 오히려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