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과학이야기] 전자파통신과 주파수 개척
올해 노벨 물리학상은 아토초(attosecond, 100경분의 1초) 단위의 레이저 발생과 응용기술을 연구한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요즘 널리 사용되는 스마트폰의 전자파 주기가 10억분의 1초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측정 기술의 진보라 하겠다.
전자파를 이용한 상업통신이 최초로 시작된 100여 년 전을 돌이켜보자. 당시 인류는 수 만분의 1초 주기의 전자파 신호조차 그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고 만들어 사용하기 버거웠다. 1901년 굴리엘모 마르코니는 대서양 횡단 전자파(무선) 통신을 최초로 성공해 1909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바 있지만, 사실 그는 특별한 이론을 제안했다기보다는 엄청난 실험정신과 다소의 행운으로 노벨상을 받은 사람으로 평가된다.
그 당시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자파는 직진하므로 둥근 지구에서는 최대 300㎞ 정도가 도달의 한계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보니 전자파가 대서양을 건너거나 지구 반대편까지 미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한 고정관념에도 불구하고 마르코니는 다소 무모하지만 투철한 실험정신으로 대서양 횡단 무선통신을 이뤄냈다. 수백㎞ 높이의 상공에 존재하는 전리층이 마치 거울과 같이 전자파를 반사해 장거리 무선통신을 가능케 한다는 사실은 10여 년도 더 지나서 밝혀졌다.
결과적으로 전리층과 같은 자연현상이 전파 수신가능 지역을 자연스럽게 늘려 준 셈인데 이를 증명한 에드워드 애플턴은 1947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 과정에서 안테나, 레이다 등이 개발·개선됐고, 높은 출력의 전자파를 만들기 위한 진공관 등의 전자파 소자가 출현하기 시작했다.
약 50년이 흐른 후 전자파 통신은 다시 한번 혁신의 길을 가게 된다. 1950년대 미국과 소련이 경쟁하며 쌓아 올린 우주기술과 TV 기술의 수혜를 입은 결과였다. 당시 전자파의 주파수는 조금 더 높아진 마이크로파를 사용할 수 있게 됐고 이는 전리층을 투과하는 특성이 있어 전리층보다 더 높이 위치한 통신위성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다시 말해 통신위성은 하늘에 떠 있는 기지국(중계기)이라 할 수 있는데 몇 개의 통신위성을 연결하면 지구상의 모든 장소에서 통신 및 방송시청이 가능해진 것이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최초로 태평양 횡단 위성중계로 미국까지 전달돼 많은 시청자가 지켜본 바가 있다. 1980년대 인류는 1세대 이동통신의 시작과 함께 위성과 TV의 시대라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이후 약 10년 주기로 큰 혁신을 이뤄온 이동통신 기술은 현재 5세대에 이르렀고, 전 국민이 자유로이 통신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
엄밀히 말하면 100여 년 전의 무선통신에 사용된 전자파와 오늘날 스마트폰에서 사용되는 전자파의 전파 전달속도는 같다. 그렇다면 무엇이 차이를 만들어냈을까? 전자파의 주파수가 높아진다는 것은 짧은 시간에 더 많은 변화가 생긴다는 것이고 이는 달리 말하면 전자파에 더 많은 정보를 실어 보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르코니가 최초로 무선통신으로 보낸 문자 "S"에서 시작하여 시대 변화와 함께 음성, 사진, 영상 등의 순으로 대중이 요구하는 정보의 품질도 높아져 가고 있으며, 지금은 지구 반대편 또는 심지어 달까지 시간지연이 없는 실시간 통신을 목표로 하는 여러가지 차세대 통신기술이 제안되고 있다.
현재 5G 통신기술 연구는 다소 주춤하는 모양새다. 100년 전과 유사하게 밀리미터파의 직진성으로 인한 전자파 커버리지 문제가 대두된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마르코니가 품었던 불굴의 도전정신을 기억해야 할 때다. 지능형 반사 표면(Reconfigurable Intelligent Surface)과 같은 다양한 기술적 돌파구를 모색한다면 다음 세대의 통신기술로 넘어가는 전환점도 머지 않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권재용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자파표준그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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