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체전] 부상 떨쳐낸 테니스 이덕희 "즐겁게 롱런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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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다치지 않고 즐겁게, 후회 없는 테니스를 치고 싶습니다."
기나긴 부상의 터널을 지나온 남자 테니스 이덕희(25·세종시청)의 말이다.
'앞으로 10년의 목표'를 묻자 이덕희는 "예전에는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는데, 이제는 부상 없이 즐겁게 테니스를 치고 싶다. 서른 넘어서도 부담감 없이 꾸준하게 투어에 나서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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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연합뉴스) 안홍석 기자 = "이제 다치지 않고 즐겁게, 후회 없는 테니스를 치고 싶습니다."
기나긴 부상의 터널을 지나온 남자 테니스 이덕희(25·세종시청)의 말이다.
이덕희는 남자 테니스 기대주를 꼽을 때 첫손에 꼽히던 선수다.
2013년 불과 열다섯 나이에 남자프로테니스(ATP) 랭킹에 이름을 올렸고,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는 단식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9년에는 ATP 투어 대회에서 첫 승리를 거뒀다.
이덕희는 청각 장애인이어서 더 주목받았다. 2019년에 거둔 첫 승리는 ATP 투어에서 청각 장애인이 승리한 첫 사례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소식이 뜸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이 찾아오면서 좋았던 흐름이 끊겼다.
지난해부터는 부상의 악령이 그를 괴롭혔다.
지난해 2월에 오른쪽 발목을 다쳐 반년 동안 테니스 라켓을 놔야 했다.
하반기에 복귀해 국제테니스연맹(ITF) 대회와 ATP 챌린저 대회에 의욕적으로 출전했으나 11월, 이번에는 왼쪽 발목을 다치고 말았다.
거의 1년을 통으로 날려버린 이덕희는 올해 2월 복귀해 다시 코트를 누비고 있다.
제104회 전남 전국체육대회(전국체전)에 출전 중인 이덕희는 15일 목포 부주산테니스장에서 연합뉴스와 만나 "테니스 라켓을 잡은 이래 운동을 못할 정도로 큰 부상을 당한 것은 처음이었다. 특히 양 발목을 다 다치니 트라우마가 컸다"고 털어놨다.
다행히 올해는 부상 없이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를 지도하는 김종원 세종시청 감독은 "덕희가 바닥을 치고 올라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준준결승전에서 장윤석(경기도청)을 2-0으로 꺾었다. 2세트 게임 점수 4-1로 앞서다가 흐름을 내주며 타이브레이크로 내몰렸지만, 막판 집중력을 끌어올리며 승리를 매조졌다.
이덕희는 "올해는 일단 큰 욕심이 없다. 부상을 한 번 당해보니, 다친 곳이 없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에도 대회에 꾸준히 출전하며 200위까지 랭킹을 끌어올리고 싶다. 메이저 대회 예선에도 도전하고 싶다. 운이 따라주고 실력이 업그레이드된다면 100위권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덕희는 올해 스물 다섯살이다. 프로로 입문하고서 정확히 10년이 지났다.
선수 생활의 반환점을 돌았다고 봐도 무방한 시점이다.
'앞으로 10년의 목표'를 묻자 이덕희는 "예전에는 승리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많이 느꼈는데, 이제는 부상 없이 즐겁게 테니스를 치고 싶다. 서른 넘어서도 부담감 없이 꾸준하게 투어에 나서는, 그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동안 나가지 않던 청각 장애인 테니스 대회에 도전하게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는 이달 초 그리스에서 열린 청각장애 테니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해 2025 도쿄 데플림픽(청각장애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다.
이덕희는 "농아인들과 함께 대회를 뛰니 정말 친구 같은,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 일반 테니스 대회에서 가끔 받는 불편한 시선이 없어서 참 좋았다"고 말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메달, 메이저 대회 예선 출전 등 여러 가지를 경험했는데, 이번에는 데플림픽 금메달에 도전해보려고 한다"며 눈을 반짝였다.
듣지 못하는 것은 테니스에서 큰 핸디캡이다. 상대 라켓에 공이 맞는 소리는 샷의 종류를 판별해내는 데에 중요한 단서다.
하지만 이덕희는 '시각'만으로 구질을 예측한다. 피땀 어린 노력으로 얻어낸 능력이다.
이덕희의 경기를 지켜보던 아버지 이상진 씨는 "내 아들이지만 정말 대단하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덕희에게 은퇴한 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이덕희는 "그저 예쁘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라며 활짝 웃었다.
ah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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