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일논단] 35년 만의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바라보며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이 부결되면서 대한민국은 35년 만에 사법부 수장 공백 사태를 맞게 되었다. 참으로 안타깝고 국민께 무어라 드릴 말씀이 없다.
법원에서 15년 넘게 판사로 재직했지만, 이균용 후보자와 같은 법원에서 근무한 인연은 없다. 개인적으로는 작년 대전고등법원 국감 때 처음 얼굴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때 동료 의원들과 "저런 분이 대법관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임명동의안이 야당의 '당론'으로 부결되었다. 여기서 그 당부를 논하고 싶지는 않다.
35년 만에 생긴 대법원장 공백 사태로 인해 대법원의 재판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은 재판 지연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그 고통이 더욱 가중될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 안 가서 두 명의 대법관을 새로 임명해야 하는데,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이 없으니 이 또한 차질이 생길 것이 뻔하다. 그뿐만이 아니다. 2월에 있는 법관 정기인사도 제때 이루어질 수 있을지 벌써 우려가 크다. 공백 사태가 빨리 해소되기를 바란다.
새로 임명될 대법원장은 어깨가 무겁다. 그 어느 때보다 적임자가 절실하다. 그래서 이균용 후보자의 낙마가 더욱 아쉽다.
먼저 '사법부의 정치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을 거치면서 사법부는 우려스러울 만큼 정치화되었다. 이제 국민은 정치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 사건에서 판결이 선고되면, 판결의 이유를 꼼꼼히 따져보기보다 판사가 어느 연구회 소속인지부터 궁금해하는 지경이 되었다. 실제로도 많은 판결과 결정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정치인에 대한 형사사건에서 재판 기간마저도 편파적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새로 임명될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정치화'를 바로잡아야 한다.
다음으로 지금 국민이 사법부를 가장 비판하고 있는 부분 중의 하나는 바로 '재판 지연'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사건처리 기간은 눈에 띄게 늘어났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들어서서 사건처리 기간이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정한 재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신속한 재판이다.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다.
사건처리가 늦어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쉽지는 않겠지만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우선 법관 충원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면서 예전처럼 법관들에게 밤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일하라고 요구할 수는 없다. 일 못지않게 삶의 질도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무작정 희생만을 강요하던 시대는 이미 지나 났다.
그러나 법원의 시스템도 바꾸어야 한다. 지금 법원은 '열심히 일해야 할 동기부여 시스템'이 전혀 없다. 그 점에서는 아마도 법원이 유일한 조직일 것이다. 동기부여 시스템이 없다면 그 조직은 생명력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선, 법관들에게는 대법관이나 대법원장을 꿈꾸지 않는다면, '승진'이라는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일정 연차가 되면 같은 연수원 기수는 같은 시기에 모두 부장판사가 된다. 그리고 끝이다. 법원장은 판사들이 투표로 뽑는 시스템이 되었다. 법원장이 되려면 후배들에게 일을 많이 시키거나 듣기 싫은 쓴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 그렇게 해서 임명된 법원장은 법관들의 인사에 관해 특별한 권한이 없다. 인사에 관한 것도 법관들이 회의를 통해 정하기 때문이다.
재판의 독립을 이유로 법관에 대한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다. 형식적으로 근무평정을 하기는 하지만, '승진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를 활용할 방법도 마땅치 않다. 사실상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이다.
법관 임용 방식도 다시 고민해야 한다. 현재는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후에 5년 이상 변호사로 근무해야 법관에 지원할 수 있다. 얼마 있으면 그 기간이 10년으로 늘어난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변호사가 훨씬 적은 급여를 받는 법관을 지원하는 동기가 무엇이겠는가? 변호사로 일할 때보다 더 열심히 일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아니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그 외에도 지금 대한민국 사법부에는 산적한 현안들이 많다. 공백을 둘 여유가 없다. 대법원장 공백 사태가 하루속히 해소되기를 바란다. 장동혁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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