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투여제형 '바이오베터' 제2의 성장엔진 될까
바이오베터, 오리지널·시밀러 대비 시장 경쟁력 높아
셀트리온이 미국 바이오시밀러 시장에서 투여제형을 변경한 바이오베터(개량신약)로 새 성공 신화를 쓸지 관심이 모인다. 바이오베터는 기존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의 환자 투약 편의성을 개선한 제품으로 경쟁 제품과의 차별성을 확보하고, 신약 지위를 획득할 수 있어 시장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16년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 인플렉트라(램시마의 미국 제품명, 성분명: 인플릭시맙)를 출시하며 미국 시장에 처음 진입했다. 이후 트룩시마(성분명: 리툭시맙), 허쥬마(성분명: 트라스투주맙) 등의 품목을 추가해 현재 총 6개의 바이오시밀러를 미국서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 6월 '아일리아'의 바이오시밀러 CT-P42(성분명: 애플리버셉트), '스텔라라' 시밀러 CT-P43(성분명: 우스테키누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청을 완료하는 등 파이프라인을 꾸준히 늘리고 있다.
이를 통해 셀트리온의 제품은 미국에서 견조한 판매실적을 거두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인플렉트라는 올해 2분기 기준 미국 인플릭시맙 시장에서 점유율 30.2%를 기록했다. 세포주 생산효율 개선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트룩시마는 오리지널 의약품 점유율을 넘었다.
셀트리온은 이에 멈추지 않고 투여제형을 개선한 상품 개발·출시로 경쟁 제약사와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2020년 인플릭시맙 제제 중 최초 피하주사 제형인 램시마SC를 유럽에 출시했다. 이전까지 유일했던 정맥주사 제형은 투여 시간이 2~3시간 걸리는 데다, 미국에선 별도 투여 비용까지 내야 했다. 램시마SC는 환자 스스로 단시간에 주사할 수 있어 이 두 문제를 해소했다.
이러한 강점을 토대로 램시마SC는 출시 3년 차인 올해 1분기 유럽 인플릭시맙 시장 점유율 15%를 차지하는 등 고속 성장했고, 현재 짐펜트라라는 이름으로 미국에서 신약 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셀트리온은 세계 최초의 알약 형태 바이오시밀러 개발에도 착수했다. 경구용 제형은 정맥주사, 피하주사와 비교해 환자 투여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제제이나 생체이용률(약물이 전신순환에 도달하는 속도와 양) 문제로 항체 의약품군에서 아직 개발에 성공한 제품은 없다.
셀트리온은 미국 바이오텍인 라니 테라퓨틱스와 우스테키누맙, 아달리무맙의 경구용 제형을 개발하고 있다. 라니 테라퓨틱스는 피하주사 제형과 유사한 수준의 생체이용률을 나타내는 경구용 제제 개발 플랫폼 '라니필'을 보유하고 있다. '라니필'로 만든 경구용 캡슐은 소장에서 분해되면 캡슐 안에 있는 마이크로니들(미세바늘)이 약물을 소장을 통해 혈관으로 전달한다.
지난달 라니 테라퓨틱스는 CT-P43의 경구용 제형(개발명: RT-111)에 대한 임상 1상에 착수했다. 아달리무맙 경구 제형(개발명: RT-105)은 전임상 단계에 있다. 셀트리온은 RT-111의 임상 결과에 따라 라니필의 적용군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임상 1상 주요(톱라인) 결과는 내년 1분기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셀트리온의 바이오베터 개발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분야인데다 바이오시밀러 보다 경쟁력이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리서치사 데이터엠 인텔리전스(DataM Intelligence)의 '글로벌 바이오베터 시장(GLOBAL BIOBETTERS MARKET)'에 따르면 바이오베터 시장은 2021년 422억달러(약 57조원)에서 연평균 8.1%로 성장해 오는 2029년에는 783억달러(약 106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바이오베터는 바이오시밀러와 달리 전임상과 임상 프로세스를 모두 거쳐야 하고, 전임상 및 의학적 증거를 완벽하게 보완 '생물학적 제제 허가 신청서' 등을 제출해야 해서 바이오시밀러보다 개발에 2배가량 더 많은 비용이 투입된다. 하지만 바이오베터는 오리지널 의약품 보다 2~3배 높은 가격을 인정받을 수 있고 20년간 독자적인 특허를 인정받을 수 있어 시장성이 매우 높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달 미국에서 신약으로 허가 획득이 기대되는 짐펜트라 외에도 경구형 항체 치료제, 경구형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개발 등 제형 다변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며 "앞으로도 자체 개발 및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윤화 (kyh9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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