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장원영처럼… 트렌디한 K뷰티, 日 휩쓸다

도쿄(일본)=연희진 기자 2023. 10. 16.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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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S리포트 - 일본서 위상 달라진 '신한류'] ①도쿄 사로잡은 한국 중소뷰티

[편집자주]'문화 강국'인 일본을 K컬처가 휩쓸고 있다. 자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고 보수적이며 반한감정이 지배적이었던 일본인들이 '한국풍'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다. 특히 일본을 이끌어갈 Z세대를 중심으로 '한국적임'이 '힙'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지금의 신한류는 K팝에 국한되지 않고 화장품, 식품, 패션까지 문화 전반을 파고든다는 특징이 있다. 도쿄에서 4차 한류 붐, 신한류의 위상을 확인했다.

일본 도쿄에서 K뷰티 인기가 높아지면서 주요 판매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일본 최대 규모 멀티브랜드숍 앳코스메 도쿄에 그룹 아이브의 멤버 레이가 모델인 국내 화장품 브랜드 피치씨의 광고가 송출되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기사 게재 순서
①제니·장원영처럼… 트렌디한 K뷰티, 日 휩쓸다
②일본서 히트 키워드 된 '한국풍'… 편의점에서 길거리까지 나온 K푸드
③한국 스타일 따라 하는 日 '패피'… 역전된 '힙'의 상징
④주식투자 붐에 역대급 여행수지, '잃어버린 30년' 탈출하는 일본

"K팝 아이돌 스타일 하고 싶어요. 화사하고 세련되고 자연스럽게요."

일본에서 K뷰티의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 특히 최신 트렌드가 빠르게 반영되는 수도 도쿄의 경우 K뷰티가 유행을 선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요 멀티브랜드숍에 큼지막한 매대를 낼 뿐 아니라 판매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뷰티 성지'에 깔린 K뷰티



붐비는 앳코스메 도쿄 한복판에 위치한 '더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즈존' 입구 양옆에 국내 화장품 브랜드 티르티르가 전시돼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달라진 K뷰티의 위상을 확인하기 위해 일본 최대 규모 멀티브랜드숍 '앳코스메 도쿄'(@cosme Tokyo)를 찾았다. 앳코스메 도쿄에는 한국 유튜버 '하늘'이 만든 화장품 브랜드 피치씨의 광고가 벽과 전광판을 채우고 있었다. 피치씨의 모델인 K팝 아이돌 아이브의 멤버 레이의 광고가 연일 송출됐다.

앳코스메는 일본 최대의 미용 종합 플랫폼으로 수백개 브랜드의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매장이다. 이 가운데서도 앳코스메 도쿄는 일일 평균 15만명의 유동인구가 오가는 하라주쿠역 바로 앞에 있어 일본 전역에서 찾아오는 '뷰티 성지'다.

앳코스메 도쿄 매장 안에 들어서자 '더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즈 존'이 먼저 고객을 맞았다. 이 공간은 매년 앳코스메에서 판매량과 리뷰 수 등을 기반으로 매긴 베스트셀러 제품을 소개한다. 입구 양옆에는 한국 브랜드 티르티르의 '아우라 쿠션'이 전시돼 있었다. 앳코스메 직원은 "티르티르 쿠션은 일본 화장품 판매점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는 인기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이 제품은 지난해 일본 큐텐에서 6만여개의 리뷰가 작성돼 화장품 리뷰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현지 소비자들이 앳코스메 도쿄의 헤라 매대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앳코스메 도쿄에는 다양한 K뷰티 브랜드가 인기를 얻고 있었다. 헤라, 이니스프리, 메디힐, 롬앤, 라카 등의 매대를 살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롬앤은 색조 제품을 위주로 큰 관심을 받았다. 틴트 등을 체험하고 구매하는 현지 고객들이 많았다. 메디힐의 마스크팩은 베스트 코스메틱 어워즈에 꼽혔다. 최근 앳코스메에 입점한 헤라 화장품을 살펴보던 아야카씨는 "(모델이)블랙핑크 제니 아니냐. 메이크업이 무척 예쁘다"며 흥미를 보였다.
현지 소비자들이 로프트 시부야점에서 클리오와 라네즈 매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또 다른 도쿄의 패션·뷰티 중심지인 시부야의 멀티브랜드숍 로프트에는 입구에서부터 K뷰티 브랜드 라카를 만날 수 있었다. 라카 제품을 정리하던 로프트 직원은 "촉촉한 립 제품이 특히 인기 있다"고 말했다. 라카는 9월1일부터 12일까지 진행된 큐텐재팬의 연중 최대 행사인 '메가와리'에서 립틴트·립스틱 부문에서 판매 1위를 기록했다. '프루티 글램 틴트'는 행사 기간에만 5만개가 넘게 팔렸다.

로프트에는 K팝 아이돌을 모델로 한 브랜드가 속속 들어서 있었다. 투모로우바이투게더를 앞세운 클리오, 르세라핌의 카즈하를 내세운 에뛰드 등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클리오의 아이섀도우 팔레트를 구매한 미나토씨는 "키라키라(반짝반짝)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고 구매 이유를 전했다.



색조 열풍 속 '롱런' 꿈꾸는 이니스프리


도쿄 하라주쿠에 위치한 이니스프리 글로벌 플래그십 스토어. /사진=연희진 기자
루이비통, 에르메스, 디올 등의 명품 매장이 즐비한 하라주쿠-오모테산도 중심 거리에는 K뷰티 브랜드 이니스프리의 글로벌 플래그십 매장이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12월 그랜드 오픈 전 9월14일부터 팝업을 시작했다. 이니스프리 팝업스토어는 평일 오전 11시임에도 문을 열자마자 고객이 매장을 찾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진행하는 메이크업 시연 서비스는 이미 팝업 기간 모든 시간대가 마감됐다.
이니스프리는 일본에서 주요 제품으로 ▲그린티세럼 ▲레티놀시카세럼 ▲노세범 파우더 등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노세범 파우더의 경우 일본 유명 칼럼리스트 야마다 미호코가 "화장이 무너지는 것을 확실히 막아준다"며 추천한 제품이기도 하다. 2018년 3월 일본에 출시된 노세범 파우더의 누적 판매량은 254만개에 이른다.
오픈 직후 플래그십 스토어를 찾은 현지 소비자가 이니스프리 제품에 대해 묻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일본에서 K뷰티는 눈과 입술 화장을 중심으로 한 색조 메이크업 제품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이 가운데 이니스프리는 독보적인 노선을 타고 있다. '고효능 자연주의'를 내세워 일본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2018년 3월 론칭 이후 연평균 46%의 성장률을 자랑한다.

일본에서 이니스프리는 브랜드 신뢰를 쌓는 데 집중했다. 이는 세럼 부문에서 히트 상품을 냈다는 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평가가 나온다. 2018년 3월 출시된 그린티 세럼의 누적 판매량은 80만개, 2022년 3월 출시된 레티놀시카세럼의 누적 판매량은 104만개에 달한다.

피부 건강을 개선하는 효과를 내세우는 세럼은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편이다. 호기심만으로 구매를 유도하긴 어렵다. 이니스프리는 많은 매장에 입점하기보다는 브랜드를 체험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 조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 플래그십 스토어도 상품 판매보다 이니스프리 정체성 각인에 초점을 둔다.

김민호 이니스프리재팬 브랜드 매니저는 "확실한 히트 상품을 기반으로 2년 안에 1000억원 브랜드가 되는 것이 단기 목표"라며 "무엇보다 중요한 건 '고효능 자연주의'라는 콘셉트를 진정성 있게 전개해 일본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브랜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K팝 인기 힘입어 고품질·합리적인 가격으로 승부



도쿄의 멀티브랜드숍에서 현지 소비자들이 한국 뷰티 브랜드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연희진 기자
현지에서 확인한 K뷰티의 위상은 수치로도 나타난다. 코트라(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일본 화장품 수입액은 3318억엔으로 전년 대비 20.5% 늘었으며 전체 수입액에서 한국 수입액 비중은 23.4%로 집계됐다. 전통적인 화장품 강국인 프랑스를 제치고 처음으로 1위 수입국으로 등극했다.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한국 화장품 수입액은 프랑스, 미국, 태국, 중국에 크게 못 미쳤으나 5년 만에 왕좌에 올랐다.

일본에서 K뷰티가 사랑받고 있는 이유로는 '세련된 이미지'가 강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일본 화장품 시장은 보수적으로 잘 팔리는 제품이 잘 바뀌지 않아 젊은 세대에서 자국 브랜드인 시세이도 등은 '엄마 화장품'이란 인식이 있다"며 "현재 K뷰티는 K팝 인기에 힘입어 '합리적인 가격에 K팝 스타도 쓰는 제품'이라는 이미지로 인기가 무척 높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수십만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들이 일명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물건)으로 K뷰티 제품을 소개하는 동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라카에서 해외 사업을 담당하는 권덕현 상무는 "K팝 인기의 영향도 분명히 있겠지만 K뷰티의 선전을 견인하고 있는 브랜드 리스트 대부분이 중소 브랜드인 점을 고려하면 '고품질의 제품'과 '합리적인 소매가'의 결합이 큰 몫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일본)=연희진 기자 toy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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