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에 요미우리까지 참전… 페디 시장 가열, 선동열 이후 첫 대업 찍고 해외로?

김태우 기자 2023. 10.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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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BO리그 역사상 두 번째 대업에 도전하는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 이미 20승과 200탈삼진을 기록한 페디는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노린다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KBO리그를 압도하고도 남을 화려한 경력이다”, “하향세에 있는 선수다” 사이의 논란은 이미 깨끗하게 전자로 결론이 났다. 올해 KBO리그 최고 투수이자, KBO리그 역사상 보기 드문 성적을 남긴 에릭 페디(30‧NC)의 이야기다.

시즌 시작부터 압도적인 구위를 선보이며 ‘현역 메이저리그 선발 로테이션 선수’의 진가를 선보인 페디는 이제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을 준비하고 있다. 큰 위기 한 번 없이 꾸준하게 쌓은 성적은 화려하다. 페디는 시즌 29경기에서 174⅔이닝을 던지며 20승6패 평균자책점 2.06의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현재 가장 유력한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다. 경쟁자가 잘 보이지 않는다.

기량, 성품, 적응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한국 무대를 낮춰 보지 않고 잘 적응하려고 노력했고, 동료들과 의사소통도 비교적 원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여기에 발전에 대한 욕구도 꾸준했다. 시즌 전 애리조나로 이사를 해 체계적인 트레이닝을 했고, 한국에서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다시 메이저리그로 돌아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했다. 좋은 기량에 강한 동기부여까지 맞물린 성적이다.

그런 페디는 KBO리그 역사에서 딱 한 명만 이룬 대업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있다. 페디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릴 KIA와 경기에 선발 등판한다. 현재 살얼음판 3위를 달리고 있는 NC는 이 경기에서 승리할 경우 3위 수성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다. 만약 NC가 이 경기에서 이기고, 같은 시각 잠실에서 열리는 두산과 SSG와 경기에서 두산이 이길 경우 3위를 확보해 준플레이오프에 나간다.

이미 MVP 레이스에서 압도적으로 앞서 나가고 있는 페디보다 팀 승리가 더 중요한 한 판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페디 개인적으로도 대업에 도전한다. 페디는 만약 이날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자책점을 허용하지 않는다면 1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친다. 이미 200탈삼진은 했고, 20승도 했다. 1점대 평균자책점까지 낀다면 어마어마한 대업이 완성된다.

KBO리그 역사상 200탈삼진과 20승을 동시에 달성한 선수는 그래도 몇몇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1점대 평균자책점이 끼는 사례를 찾아보기는 정말 힘들다. 유일하게 이를 이룬 선수가 바로 ‘국보’로 불리는 선동열이다. 선동열은 1986년 24승-214탈삼진에 평균자책점 0.99를 기록하는 신기원을 썼다. 페디가 도전하는 기록의 딱 하나의 전례다. 선동열은 당시 선발과 불펜을 오갔는데, 페디는 선발 30경기로 이 업적에 도전할 수 있다.

▲ 미국과 일본 구단들의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 페디는 드류 루친스키 이상의 대우도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곽혜미 기자

해외 스카우트들은 이미 페디에 대한 평가를 모두 마쳤다. 기본적으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관심이 적지 않다. 사실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평가가 아주 호의적이지는 않았다.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시즌 초반 당시 “이미 메이저리그에서 뛴 데이터가 충분히 쌓인 선수고, 그만큼 선수에 대한 판단도 확실하다. 그들이 볼 때는 일단 ‘실패한 선수’다”고 했었다. 하지만 세부 데이터가 지난해보다 더 좋아지면서 이런 분위기가 180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의 아마추어 유망주나 이정후와 같은 프로 선수들을 살피지만, 그 과정에서 ‘유턴’을 시킬 만한 외국인 투수가 있는지도 유심히 본다. 긁어볼 만한 복권을 판단하는 것이다. 페디가 레이더에 걸린 건 당연하다. 올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 오클랜드와 계약한 드류 루친스키 이상의 대우가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루친스키의 올해 연봉은 300만 달러였는데, 페디는 루친스키보다 더 퍼포먼스가 좋았고 또 젊다.

일본 구단들도 관심이 크다. 시즌 중반부터 일본 프로야구 구단들이 관계자들을 파견해 페디의 투구를 지켜봤다. 8~9월에는 거의 매 경기에 한 개 이상의 일본 구단 관계자들이 있었을 정도로 관심이 꽤 구체적이었다. 당초 오릭스의 관심이 가장 컸는데, 이후에는 일본 최고 명문인 요미우리의 관심도 컸다는 게 공통적인 시각이다. 한 관계자는 “라울 알칸타라(두산)가 한신과 계약했을 때 이상의 발걸음”이라고 설명했다.

미국과 일본 구단이 뛰어들면 페디를 잔류시키기가 어려워진다. NC가 최선을 다하기는 했지만 KBO리그에서 한 선수에 투자할 수 있는 연봉은 200만 달러대 초반이 마지노선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반대로 루친스키만 해도 300만 달러를 받았고,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요미우리와 계약했던 앙헬 산체스도 추정 연봉으로 당시 환율 기준 36억 원 정도를 받았다. NC가 돈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다. 페디도 상위 리그 진출을 희망하는 만큼, 이번 가을에 NC를 최대한 높은 곳까지 이끈 뒤 웃으며 작별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을 법하다.

▲ NC의 포스트시즌 키를 쥔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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