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은 이렇게 하는데, 韓은"···美의회의 '고언'[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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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고종은 미국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내탕금(왕실 비자금) 2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고종이 거액을 들여 결단한 건 열강들의 야욕 속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이루려는 의지에서였다.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미 정권 교체시 효과가 발휘되는 것은 결국 평소 구축해놓은 인간관계인데 한국은 기업, 정부, 의회를 불문하고 이런 노력이 부족하단 지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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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1년 고종은 미국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 건물을 내탕금(왕실 비자금) 2만5000달러에 사들였다. 고종이 거액을 들여 결단한 건 열강들의 야욕 속에서 미국과의 외교를 통해 자주독립과 근대화를 이루려는 의지에서였다. 조선 공사관들은 이곳에서 열과 성을 다해 외교활동을 벌였다. 언어 장벽에도 불구하고 미국 정치·문화·종교계 인사들과 두루 만나 교류했단 기록이 남아있다. 안타깝게도 공사관은 1910년 국권이 일본에 강탈된 뒤 단돈 5달러에 매각됐다.
2023년 한국은 더 이상은 약소국이 아니다. 글로벌 10위권을 다투는 경제대국이다. 그러나 강대국의 '신냉전'이라 불리는 격랑 속에서 자유롭지 못하단 현실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미 의회에서 IRA(인프레이션감축법)처럼 한국 주요 산업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법안이 논의될 때 우리가 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가. 뼈아픈 대목이다.
얼마 전 워싱턴에서 만난 한 연방 하원의원 보좌관은 우리나라의 대미 외교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 보좌관은 "일본 A기업은 매년 박물관 같은 장소를 대관해 미 의회 전체 보좌관 대상으로 리셉션을 열고, 일본 정부는 미 주요 대학에 일본학과를 개설하려 공을 들인다"며 "큰 돈 들이는 노력이 아니더라도 미 의회 의원실에 사소한 자료를 보낼 때에도 최대한 정성 들여 격식을 갖춤으로써 감동을 주는 나라들이 있는데, 한국은 그런 노력이 와닿지 않을 때가 많아 아쉽다"고 했다.
미 의회 보좌관 출신의 한 로비스트는 장기적인 관계 구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큰 문제가 발생하거나 미 정권 교체시 효과가 발휘되는 것은 결국 평소 구축해놓은 인간관계인데 한국은 기업, 정부, 의회를 불문하고 이런 노력이 부족하단 지적이었다.
매각됐던 공사관은 2012년 한국품으로 돌아왔다. 만리타국에서 이방인들과 교류하며 자주독립을 꿈꿨던 선조들의 염원이 고스란히 깃든 이 곳은 방문객들의 가슴을 먹먹케 한다. 100여년 전에 비하면 우리 위상이 높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이 아베 내각 당시 일본의 제안에 따라 채택됐다는 건 주지의 사실이다. 우리도 이 정도까진 아니라도 최소한 억울한 일을 막을 정도의 대미 네트워크를 위한 투자는 필요하지 않을까.
김성은 기자 gtts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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