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중앙정부, 지역사업은 지자체에 맡겨라

2023. 10. 16.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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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박진 KDI국제정책대학원 교수] 국감이 한창이고 곧 예산국회가 열린다. 정부사업 중에는 중앙 부처가 시군구를 상대로 공모·심사를 하여 예산을 주는 형태가 많다. 이 과정에서 사업계획 작성, 심사, 점검 등 많은 행정비용이 소모되지만 정작 사업성과에 관심 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지역공모사업의 추진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첫째, 예산을 광역시도에 주고 사업을 시행할 기초단체를 광역이 선정케 하자. 중앙 부처보다는 광역시도가 기초단체 사정에 더 밝지 않겠는가. 지금은 중앙이 시군구를 선정하다 보니 각 부처는 모든 사업을 성공으로 포장한다. 사업이 잘못되면 선정이 문제였다는 비판을 받기 때문이다. 각 부처는 예산을 광역시도에 주고 광역의 사업관리를 평가해야 한다. 그래야 지방자율이 살고 예산효과도 높아진다.

부처는 광역시도가 예산배분을 잘할지 걱정될 것이다. 이는 광역에 대한 평가·보상로 해결하면 된다. 우수한 광역에는 예산을 늘려 주고 미흡한 광역의 예산은 삭감하고 심하게 미흡하면 광역의 선정권을 박탈하면 된다. 지방의 역량이 성숙할 때까지 분권을 늦추자는 논리도 있다. 그러나 분권을 해야 역량이 올라간다. 중앙이 시키는 일만 해서는 지방의 역량이 클 수 없다.

예를 들어 국토교통부의 투자선도지구사업, 지역수요맞춤지원사업, 해양수산부의 어촌안전인프라 개선사업, 일반농산어촌개발사업, 소외도서 항로운영 지원사업, 중소벤처기업부의 많은 지역사업은 광역시도로 넘겨야 한다. 중앙정부가 산책로, 먹거리타운, 동네 가로등, 마을회관까지 선정해서야 되겠는가.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역별로 지역사업평가단까지 만들어 광역이 할 일을 대신하고 있다. 지역의 소소한 사업은 중앙 부처보다는 광역이 더 잘 판단할 수 있다.

둘째, 광역에 예산을 준 뒤 동일 부처사업 간에는 광역정부가 사업간 10% 전용할 수 있게 하자. 예컨대 어떤 부처가 기초단체로 갈 예산사업 3가지를 A광역에 20억, 10억, 10억원 주었다면, A광역이 총액은 유지한 채 18억, 11억, 11억원으로 사후적 전용을 허용하는 것이다. 우수 평가를 받은 광역에는 20% 전용을 허용하자. 이러한 사업간 전용은 기초단체에도 적용해야 한다. 기초단체별 전용 허용률은 광역시도의 평가에 따르면 된다. 이러한 사업간 전용은 예산성과를 크게 제고할 것이다. 지금의 정부보조금 사업은 사업간 전용이 안 되고 남으면 불용액이 되니 억지로 소진하는 사례가 많다. 전국 차원에서 필요하지만 지방은 원치 않는 예산사업이 있다면 전용대상에서 제외하고 배정받은 대로 쓰게 하면 된다.

셋째, 공모방식에도 문제가 많다. 평가대상은 대부분 사업계획서인데 선정되기 위해 계획의 장밋빛이 심해져 결국 전시행정으로 연결된다. 실제 사업효과보다는 예산소진과 성과포장에만 관심을 둔다. 계획까지 검토하여 기초단체를 선정하면 선정 주체는 나중에 사업성과를 높게 평가할 수 밖에 없다. 사업계획을 선정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사업계획이 아니라 시군구의 의지와 역량, 사업 필요성 등 기초단체 자체를 평가해야 한다. 사업계획은 선정된 시군구가 주도적으로 결정하되 광역 및 중앙정부와 협의토록 하면 된다.

지금은 중앙정부가 기초단체를 직접 선정하고 성과에는 무관심하다. 프로야구 구단주가 감독까지 하면 성적이 나빠도 누구도 감독의 역할을 냉정히 평가하지 않는다. 이래선 팀이 발전할 수 없다. 중앙정부는 광역시도를 감독으로 삼아 성적부진 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앞으로 중앙정부는 지역사업의 실행자보다는 평가자가 되어야 한다.

이상의 제안들은 모두 부처의 권한을 약화시킨다. 부처에 맡겨서는 절대로 성사될 수 없다. 국회도 행정부의 권한 약화를 바라지 않는다. 국회가 견제해야 할 행정부의 권한약화는 국회의 권한약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지방시대위원회와 대통령실에 기대를 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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