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즈업 필름]그들의 재즈, 파랗게 타오른다…'블루 자이언트'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음악을 좋아한다면, 그 중에도 재즈를 사랑한다면 애니메이션 영화 '블루 자이언트'를 외면할 수 없다. 설령 음악을 좋아하지 않는데다가 재즈엔 관심이 없다고 해도 이 작품을 싫어하기는 힘들다. '블루 자이언트'에는 재즈를 깊게 즐기는 관객까지 충분히 만족시켜 줄만한 최상급 음악이 러닝 타임 120분 간 쉼 없이 흐른다. 음악만 있는 게 아니라 역동적인 퍼포먼스까지 있어 더 매력적이다. 그렇다고 음악만 있는 것도 아니다. 여기에 기본기가 잘 갖춰진 준수한 스토리가 뒤를 받친다. 캐릭터는 선명하고 기승전결은 명쾌하다. 새로운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낡아버린 얘기도 아니다. 청춘의 열기라는 테마에 유효 기간은 없다.
'블루 자이언트'는 색소폰을 부는 미야모토 다이, 피아노를 치는 사와베 유키노리, 드럼을 치는 타마다 슌지 세 사람이 만나 재즈 밴드 'JASS'를 결성, 음악가로서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을 그린다. 이 작품은 이시즈카 신이치 작가가 2013년 격월간 잡지 빅코믹을 통해 내놓은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만화는 '블루 자이언트'를 포함해 '블루 자이언트 슈프림' '블루 자이언트 익스플로러' '블루 자이언트 모멘텀' 등 4개 시즌이 나와 현재까지 연재를 이어가고 있으며, 영화는 주인공 다이의 도쿄 생활을 그린 첫 번째 시즌을 담고 있다. 국내에서 많이 알려진 작품은 아니지만, 일본 현지에선 2023년 4월 현재 누적 판매량 1100만부를 기록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
'블루 자이언트'의 매력은 역시 JASS의 음악에서 나온다. 음악을 총괄한 건 일본 최고 재즈 피아니스트 우에하라 히로미. 2003년 데뷔한 우에하라는 2011년 초 열린 5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베스트 컨템포러리 재즈 앨범 상을 받을 정도로 세계가 주목하는 뮤지션이다. 그는 사와베의 피아노 연주는 물론이고 '블루 자이언트' 음악 전체를 책임지며 타치카와 유즈루 감독과 함께 '블루 자이언트'를 음악 영화로 살아 숨쉬게 한다. 히로미는 JASS 대표 곡 '퍼스트 노트' '뉴' '위 윌' 등을 포함해 거의 모든 노래를 만들었다. 이 영화 OST는 삽입곡이라기보다는 한 편의 재즈 앨범에 가까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설령 스토리에 만족하지 못하더라 음악에 실망할 일은 없다.
음악도 음악이지만 이 작품 백미는 JASS의 라이브 공연 장면이다. 러닝 타임 약 25%를 차지하는 이 라이브 시퀀스는 관객 넋을 빼놓는다. 음악에 완전히 몰입한 연주자의 몸과 마음 상태는 물론이고 이 모습을 지켜보는 객석의 감격을 더 화려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 효과로 표현해 마치 극장 안 관객 역시 라이브 연주를 듣고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한다. JASS 멤버 세 사람의 캐릭터를 그들의 연주 방식과 일치시켜 내달리는 연출 역시 인상적이다.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꿈을 향해 전력질주하는 미야모토의 색소폰은 덤프트럭이 질주하는 것 같고, 음악이 곧 인생인 사와베의 피아노는 여유롭고 현란하다. 초보자로 시작해 피나는 노력 끝에 실력을 끌어올려가는 타마다의 드럼은 매 순간 분투한다.
'블루 자이언트'의 스토리는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청춘 스포츠물과 유사해 재즈라는 진입 장벽을 낮춘다. 각기 다른 성격, 각기 다른 재능, 각기 다른 출신의 소년 음악가 3인이 서서히 팀이 돼 가며 뜨거운 마음으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이야기를 싫어할 관객은 많지 않다. 청춘과 열정이라는 단어가 이제는 다소 낯간지럽게 느껴질 나이 지긋한 관객이라고 해도 애니메이션 영화로는 다소 긴 러닝 타임 120분을 충분히 활용해 차곡차곡 쌓아가는 이들의 서사를 보고 있으면 JASS를 응원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보통 그러하듯이 어떤 이는 꿈을 향한 마음을 되새길 것이고, 또 어떤 이는 잃어버린 꿈에 다시 불을 지필 용기를 얻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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