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집중한 사이…기업대출도 '흔들'

이경남 2023. 10. 16. 06: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업대출 잔액 1238조…한달에 7.5조씩 늘어
'법인' 사업자 부실률 높아져…구조조정 필요

정부가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계대출에 집중하고 있는 가운데, 기업대출 역시 가만히 두고 봐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부양을 목적으로 금융기관의 기업대출을 옥죄고 있지 않아 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지만, 그에 비례해 질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관측이다. 

치솟는 건 기업대출도 마찬가지 

한국은행 9월 금융시장동향 자료를 보면 은행이 취급한 기업대출 잔액은 1238조2000억원으로 전월대비 11조3000억원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는 67조9000억원 증가했다. 월평균 7조5000억원 이상 증가하며 빠른 속도로 취급액이 늘었다. 

코로나19가 창궐해 기업들의 돈줄이 말랐던 지난 2021년과 2022년에 비교하면 증가하는 속도는 더뎌졌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기업대출은 72조6000억원 늘었고,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는 89조9000억원 늘었다.

다만 올해의 경우 예년보다 대출 실행시 핵심요인으로 꼽히는 '금리'가 예년보다 높은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 은행권 분석이다.

은행들은 기업대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을 두고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데다가 경기회복 속도가 나아지지 않아 운전자금 수요가 여전하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올해 기업대출 잔액 증가분의 경우 예년과 달리 대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어난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대기업 대출은 28조2000억원 늘었다. 지난 2021년 1월부터 9월까지 대기업 대출 증가액이 4조원이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무려 7배 이상 확대됐다.

통상 대기업의 경우 회사채 등 채권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데, 금융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 채권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하기가 쉽지 않아졌고 결국 은행을 찾아 대출을 받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정부가 기업의 자금줄을 조이지 말 것을 요구하면서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낮춘 점도 기업대출 확대에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은행 관계자는 "기업들이 채권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힘들다는 것은 금융시장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의 업황도 좋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금리까지 올라 기업들이 부채를 제대로 상환할 수 있을지에 대한 리스크가 동시에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대출도 불안불안

금융감독원이 내놓은 지난 7월 기준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 추이를 살펴보면 기업대출 연체율은 0.41%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대유행했던 지난 2020년 7월말 0.44%와 비슷한 수준까지 올라왔다. 기업들이 코로나19 상황만큼 빚을 갚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

실제 상황은 지난 2020년보다 더욱 악화했을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금융안정보고서를 살펴보면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으로 이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하는 한계기업은 3903곳으로 조사 대상 외감기업 2만5135개의 15.5%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 조사당시 비중 14.9%보다 확대됐다.

특히 그동안 '기업대출' 부실은 소상공인 등 개인사업자 중심으로 발생한 것과 달리 최근에는 '법인'사업자의 부실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기업금융 담당자는 "법인사업자들도 최근 자금조달이 어려워지면서 빚을 갚지 못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다"라며 "업종별로 다르겠지만 전체적으로 경기가 침체되다 보니 매출 감소를 극복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가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의 욕심, 구조조정 외면한 정부·기업의 '콜라보'

금융권 안팎에서는 기업대출 부실화 가능성이 확대되는 점은 민·관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는 평가다.

정부는 경기회복이라는 목표에 매몰되면서 이른바 좀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 대신 정책금융을 통한 지원을 했고, 은행은 수익성을 위해 기업대출 문턱을 대폭 낮췄다는 지적이다. 기업들 생존을 위한 경영개선보다 먼저 은행에 손을 벌리는 행태를 취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정부는 최근 몇년새 중소기업의 자금줄을 옥죄지 않겠다는 정책기조를 유지하며 국책금융기관과 민간 금융회사에게 기업대출 확대를 장려했다.

은행들 역시 가계대출 확대를 통한 수익성 확보가 어려워지자 기업대출로 눈을 돌리며 이에 호응했다. 일부 은행은 '기업대출 1등 탈환'이라는 목표를 대외적으로 공표하고 더욱 적극적인 영업을 예고하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의 경우 대부분 보증상품이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부실이 발생해도 손해가 크지 않다"며 "정부 정책에 따라 보증기관이 보증을 확대하면서 리스크가 줄어든 은행들이 상생이라는 간판을 걸고 대출을 남발한 경향도 있다"고 꼬집었다.

한 금융회사 연구기관 관계자는 "경기회복을 이유로 채권단 중심의 적극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른바 좀비기업들이 연명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라며 "경기회복을 위해서는 진짜 필요한 곳에 자금이 투입될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적절한 수준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경남 (lkn@bizwatch.co.kr)

ⓒ비즈니스워치의 소중한 저작물입니다. 무단전재와 재배포를 금합니다.

Copyright © 비즈워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