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년째…압구정 현대 재건축, 어디까지 왔나?[압구정 현대아파트]

2023. 10. 16.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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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통합계획 묶이며 사업 지연, 구역 지정 건너뛰고 조합 생겨
서울 한강변 핵심 입지·상징성이 ‘양날의 검’
신통기획으로 랜드마크 기대감↑, 일부 조합원 반발도 거세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서울 압구정 일대 아파트 단지 모습. 사진=연합뉴스

압구정 현대아파트는 다양한 상징성을 갖고 있다. 강남의 상징이자 부촌의 상징이었고, 때로는 투기의 상징이 되기도 했다. 2000년대 초반부터는 재건축 논의가 시작되며 은마아파트 등과 함께 재건축의 상징이 됐다.
 
이런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들썩이고 있다. 논의가 시작된 지 20여 년 만에 재건축이 가시권에 들어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설계업체가 선정된 2구역 아파트는 한두 달 새 아파트 가격이 10억원이 오르고, 최대 단지인 3구역은 서둘러 설계업체 재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국내 최고의 신축 아파트 단지로 변신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는 압구정 현대아파트 재건축의 현황과 향후 전망, 쟁점을 살펴봤다.  

 

   1. 재건축 시세 반영하는 실거래가, 사업 어떻게 돼가고 있나?


재건축이 속도를 내자 기대감에 일부 아파트는 신고가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 6월 51억원에 실거래된 압구정 현대12차 전용면적 155㎡짜리가 8월 61억원과 61억5000만원에 두 차례 손바뀜됐다. 같은 단지 110.82㎡ 아파트도 6월 36억원에서 지난 9월 44억원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주택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이처럼 초고가 아파트가, 그것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 묶인 상태에서 여러 차례 상승 거래를 기록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탁월한 입지 조건에, 1만 가구에 이르는 대규모 단지, 또 국내에서 볼 수 없던 최고급 단지가 탄생하리란 기대감, 속도 내는 재건축 절차 등이 가격 상승의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최고급 단지에 대한 기대감은 공개된 설계안 영향이 크다. 압구정 현대12차가 속한 압구정2구역은 지난 6월 압구정에서 가장 먼저 세계적 건축가 도미니크 페로가 참여한 ‘베르사유궁전’ 테마의 설계안을 채택, 공개했다. 바로 옆 3구역도 대의원회 의결을 통해 국내 유명인사인 유현준 홍익대 교수를 ‘총괄 설계관리자’로 영입하기로 결정하며 설계 경쟁에 합류했다.

압구정 현대아파트(미성, 한양 포함) 재건축은 총 6개 구역으로 나뉘어 진행되고 있다. 한남대교부터 신사중학교까지 미성 1·2차 아파트가 1구역, 바로 옆 ‘신현대’라 불리는 압구정 현대 9·11·12차 아파트가 현대백화점 압구정점을 감싸며 2구역에 속해 있다. 동호대교 남단과 성수대교 남단 사이에 자리잡고 있는 3946가구의 ‘구현대’는 3구역이다. 성수대교 넘어 압구정 현대8차와 한양 3·4·6차 아파트는 4구역이며 한양1·2차는 5구역, 갤러리아 백화점 동쪽 한양 5·7·8차 아파트가 6구역이다.

재건축 조합이 설립된 구역들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참여하며 속도를 붙이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재건축에는 다양한 걸림돌이 있어 예상처럼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건축을 비롯한 도시정비사업 자체가 긴 인허가 과정의 연속이므로 예상보다 지체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또 구획부터 설계까지 서울시 등 공공부문이 깊숙이 관여해 반기를 든 여론 또한 존재한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분양가상한제, 기부채납 등 각종 부동산 규제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 


 2. 가장 빠른 2구역, 속도 내는 3구역

압구정 현대아파트의 재건축 진행 상황은 아직 초기단계다. 말이 나온 지 20년이 흐른 2021년 상반기 들어서야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까지 어떤 곳도 정비구역 지정을 받지 못했다. 통상 안전진단 통과 후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이후 조합설립으로 이어지지만 압구정은 조합이 먼저 설립된 케이스다. 앞으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다 해도 건축심의와 사업시행 인가, 관리처분 인가 등 중대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다. 

현재 가장 진척이 빠른 곳은 신현대아파트(압구정 현대 9·11·12차)가 속해 있는 2구역이다. 
면적은 17만2000㎡가 넘어 3구역 다음으로 규모가 크다. 현재 디에이건축을 설계업체로 선정, 가구별 희망평형을 조사까지 마쳤다. 업계 관계자는 “2구역은 아파트 외에 상가가 모두 도로변에 몰려 있어 상대적으로 이해관계를 조정하기 쉬워 가장 빠르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성수현대’라 불리는 압구정 현대 8차와 한양 3·4·6차가 포함돼 있는 4구역도 디에이건축에 설계를 맡기기로 했다. 4구역 면적은 약 10만8000㎡다. 디에이건축은 미국 칼리슨RTKL, 국내의 가람건축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칼리슨RTKL은 반포 1·2·4구역, 버버리 플래그십스토어, 더현대서울 등의 설계에 참여한 업체다.

압구정 재건축 구역 중 ‘대장주’ 위상을 지녔다고 평가받는 3구역은 설계업체를 재선정해야 하는 상황에 몰려 2구역보다 진척이 늦어지게 됐다.

3구역에는 ‘구현대’로 불리는 압구정 현대 1~7차, 10·13·14차 아파트와 3개 빌라 단지(현대빌라트·대림빌라트·대림아크로빌), 그리고 부지 내 상가들이 속해 있다. 총 면적은 2구역의 2배가 넘는 36만㎡에 달한다. 입지도 압구정지구의 중앙이며, 북쪽으로는 한강변 쪽으로 둥글게 돌출돼 있는 지역이다. 

300억원 설계비를 내건 3구역 설계업체로는 희림건축 컨소시엄이 뽑혔지만 서울시가 퇴짜를 놨다. 경쟁사와 일부 조합원이 법원에 ‘설계사 선정 및 대의원회 계약체결 위임건’에 대한 총회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이들은 희림건축의 설계안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허용 용적률인 300%가 아닌 360%에 달한 데다 주거단지에 ‘소셜믹스’ 개념을 적용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재공모하라”는 시정명령을 내리고, 희림건축 등을 사기미수와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희림은 재입찰에도 참여해 1차에 참여했던 해안건축과 재대결을 벌이게 됐다. 

업계에서는 3구역이 복잡한 구성을 갖고 있어 2구역보다 재건축 진행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단지 안에 신사시장과 금강쇼핑센터 등이 자리잡고 있고, 교회도 있어 이해관계 조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이밖에 한양1차와 2차로 구성된 압구정 5구역은 현재 설계 공모 신청을 받고 있으며 11월 조합원 총회를 통해 설계업체를 선정할 방침이다. 반면에 미성 1·2차 아파트가 있는 1구역, 한양 5·7·8차가 있는 6구역은 아직 조합설립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3. 건설업체는 현대와 삼성의 경쟁구도로

이처럼 얼마간의 차이는 있지만 2·3·4·5구역 조합은 최근 정비구역 지정 절차를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 연내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이 드디어 확정 고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6월 말부터 새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 공람을 진행한 데 이어 7월에는 압구정 2·3·4·5구역에 대한 신속통합기획을 확정했다. 서울시는 해당 지구단위계획안 및 신속통합기획 종합계획안을 통해 50층 내외 최고 층수, 한강변 수변특화 구간 등 재건축의 밑그림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각 구역은 향후 재건축 설계의 바탕이 되는 기초설계 등을 담은 정비계획을 마련해 서울시에 제출할 계획이다.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2구역 한강변 스카이라인(안)

김학렬 스마트튜브 대표는 “초반에 압구정 4·5구역이 재건축 속도가 빨랐으나 현재는 ‘형님’인 3구역과 2구역이 어떻게 추진하는지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으로 알고 있다”며 “압구정 재건축은 초기에 불과하지만 사업 완료 후 국내 최고 단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각 조합이 사업 추진에 고삐를 당기면서 대형 시공사들이 수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시 조례 개정으로 인해 기존에 사업시행 인가 이후 가능했던 시공사 선정이 조합설립 이후로 빨라졌기 때문이다. 당장은 현대건설로 무게가 쏠리는 상황이다. 20여 년 현대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A씨는 “오래된 주민들 사이에서는 현대건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고 전했다. 하지만 결국은 건설업체가 제시하는 조건이 최종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는 현대와 삼성물산의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석 명절을 앞둔 3구역에 양사가 현수막을 걸기도 했다.


 4. 늦어진 이유도, 앞으로 변수도 결국은 공공

압구정은 지리적으로 서울 강남북 주요지역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한강변으로 뻗어 나온 지형으로 인해 경관이 아름다운 지역이다. 동시에 ‘최고의 부촌’이라는 상징성으로 인해 재건축 완료 시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비싸질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압구정 재건축은 그 규모와 상징성 때문에 소유주들의 이해관계뿐 아니라 서울시와 정부의 목소리도 반영될 수밖에 없다. 과거 진척과 정체를 반복한 것도 마찬가지 이유 때문이다. 서울시는 압구정 재건축을 통해 세계에 내로라할 한강변 명소를 조성하고 싶어한다. 정부는 이 과정에서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지금까지 압구정 현대 재건축은 이 같은 딜레마에 따라 진행과 정체를 반복했다.

압구정 재건축의 본격적인 시작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이전 임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구현대 일부 단지에서 추진되던 압구정 재건축은 2009년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계획에 따라 전기를 맞게 된다. 압구정이 여의도·성수·이촌·합정과 함께 전략정비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난개발이 진행되는 것을 막고 토지이용을 극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모든 압구정 재건축 단지가 통합계획에 따라 구역별로 묶이게 됐다. 용적률을 높여 층수 규제를 완화하는 방식으로 건축물과 토지 가치를 높이는 한편, 한강변 부지를 공원화하는 등 현 신속통합기획에 담긴 내용도 당시 ‘한강 르네상스’에서 출발했다.
압구정 3구역에 신속통합기획 참여를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민보름 기자

그러나 땅값이 비싸고 주거지에 대한 주민들 자부심이 큰 압구정에선 단지 새 아파트를 받는 것 이상의 이해관계가 존재했다. 소유주들 사이에선 재건축을 통해 가구수가 늘고 단지 내에 공원이 생기면 주거지로서 쾌적성이 떨어지고, 자산가치 역시 하락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층수규제 완화 인센티브에도 불구하고 그 대가로 서울시가 요구한 25% 이상 토지 기부채납에 대한 소유주들의 반감이 컸다. 이 논란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2011년 오 시장이 시장직을 사퇴하면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수년간 표류했다.

또 현재까지 사업이 지연된 데는 정비계획 수립 및 정비구역 지정 절차가 미뤄진 영향이 크다. 정비계획에는 구역별 부지의 용적률과 건축하는 시설물의 종류, 공동주택의 경우 신축하는 가구수와 면적 등이 포함된다. 이 과정에서 인허가권을 지닌 지자체와 협의를 이어가기에 수년의 기간이 걸린다.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첫 재건축 추진부터 정비구역 지정까지만 20년 이상이 걸렸을 정도로 해당 절차는 재건축의 ‘첫 번째 고비’다. 그리고 추후 설립되는 재건축 조합은 정비계획을 기초로 건축심의 등 인허가 절차에 대비한 구체적인 설계안을 준비하게 된다.

그런데 압구정 재건축은 오 시장 때부터 통합계획으로 묶여 지구단위계획 고시 없이는 개별 구역별로 정비계획을 세울 수가 없었다. 박원순 전 시장 역시 압구정 재건축을 구역별 정비계획이 아닌 지구단위계획으로 전환 추진하면서 2016년에서야 압구정 지구단위계획안을 마련해 공개했다. 당시 계획은 박 전 시장의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에 담긴 비전 그대로 최고 높이를 35층 이하로 제한하는 동시에 기부채납률을 15%로 낮췄다.

그러나 단지 내 도로를 통해 대중의 한강 접근성을 높이고 한강변 부지에 역사문화공원을 조성하기로 하자 주민들이 반발했다. 당시 3구역에 속한 구현대 아파트 주민 2083명이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전환에 반대하는 제안서를 내기도 했다. 여기에 한창 상승기에 진입하던 집값에 대한 우려가 더해지면서 결국 해당 계획은 시의 문턱을 통과하지 못하고 보류됐다. 박 전 시장은 “당분간 강남 재건축 인허가는 어려울 것”이라고 발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조합설립이 신속하게 진행된 것은 아이러니하게 새로운 규제 때문이다. 압구정 현대 단지들이 속한 2·3·4구역, 그리고 5구역은 2020년 하반기 들어 정비구역 지정을 건너뛰고 소유주들에게 조합설립 동의를 받기 시작했다.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6·17 부동산 대책’이 계기를 제공했다. 6·17 부동산 대책은 2021년부터 수도권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 신청을 접수한 재건축 단지에 대해 2년 이상 실거주한 조합원에게만 분양권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요건이었다.

재건축 추진위는 사업에 미온적이던 아파트와 상가 소유주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아파트지구 개발 기본계획을 정비계획으로 본다는 규정에 따라 정비구역 지정 없이 조합설립이 가능했다. 압구정 조합 탄생을 이끌었던 ‘재건축 아파트 2년 실거주 요건’은 2021년 7월 폐지됐으나 역설적으로 압구정 재건축 사업의 시계를 앞당기게 됐다.


 5. 이해관계 복잡한 재건축, 쟁점은?

그러나 오랫동안 지연된 사업이 갑작스레 속도를 내면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설계작업이 충분한 의견수렴 없이 진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설계안이 불과 3년 전 소유주들로부터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을 당시 공약이던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과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이란 재건축 가구수뿐 아니라 위치 또한 기존에서 크게 변경하지 않는 재건축 방식이다.  

일대일 제자리 재건축은 각 추진위가 단기간에 조합설립 동의율을 달성할 수 있었던 묘안으로 꼽힌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35조 3항은 재건축 조합설립 요건을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다. 조합설립을 위해선 전체 구분소유자의 3/4 및 토지면적의 3/4에 해당하는 토지소유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뿐 아니라 각 동별 소유주 과반의 동의 또한 필요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제자리 재건축과 일대일 재건축을 통해 각각 한강변 및 역세권 위치를 점유한 동별 소유주와 가구수 증대, 임대 가구 급증에 거부감을 가진 소유주들에게서 수월하게 동의를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이듬해인 2021년 압구정 2~5구역이 조합설립 인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해 11월 압구정 3구역을 필두로 각 조합은 서울시에 신속통합기획 신청을 접수시켰다. 신속통합기획은 시와 협의를 통해 층수 규제 완화를 통해 창의적인 건축을 돕는 한편, 정비구역 지정 등 주요 인허가 절차를 단축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 7월 확정된 압구정 신속통합기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각 구역 일반주거지역 용적률을 서울시 조례상 기준인 230%보다 높은 300%까지 허용하며 일부 역세권 부지에 대해서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 상향하기로 했다. 창의·혁신 디자인 도입 시 높이계획 또한 유연하게 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대형 설계사가 압구정 현대 소유주들에게 제안한 최고 70층 설계안의 근거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신속통합기획 확정과 설계사 선정 이벤트와 맞물려 반대 여론도 들끓고 있다. 가장 반대 여론이 강한 곳은 기부채납 규모가 큰 압구정 3구역이다. 최근 자칭 ‘주민참여감시단’은 “대다수 조합원은 보행교에 관해 설명과 동의 여부를 문의 받은 일이 없습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단지 내에 게시했다. 주민참여감시단은 신속통합기획에 따른 정비계획 입안에 반대하는 동의서를 걷고 있다. 현재 동의율은 25% 정도이며 이 단체는 동의율 34%를 채워 조합이 정비계획 입안을 위해 3/4 동의율을 채우지 못하도록 저지할 계획이다.

이들은 단지를 가로질러 서울숲까지 이르는 보행로 기부채납뿐 아니라 초고층 설계에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현재 설계안대로 고층을 짓게 되면 건축비가 많이 들고 보행로 건설에도 과도한 비용이 든다는 것이다. 건축법상 50층이 넘는 건물을 짓게 되면 30층당 1개 층을 화재 대피용으로 비워야 해 비용이 더욱 커진다. 주민참여감시단 관계자는 “건축과 교수를 역임한 조합원들 추정으로는 보행로를 짓는 데 현재 산정한 2500억원보다 훨씬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며 “비용이나 안전성 측면에서 초고층 아파트를 반대하는 조합원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주거지로서 쾌적성이 떨어질 것을 우려하는 의견도 나왔다. 한 조합원은 “아파트인 압구정 현대가 관광지나 명소가 되길 바라지 않는다”며 “보행로를 통해 관광객들이 단지를 오고 가게 되면 주거지로서 여기는 끝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조합원은 “시그니엘 같은 초고층 건물에 사는 분들 말로는 출퇴근 시간에 엘리베이터를 갈아타야 하는 등의 문제로 불편하다”면서 고층 설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뿐 아니라 공용 미술관 등 각종 편의시설이 늘면서 가구당 전용면적이 줄고 임대를 비롯한 가구수 증가로 교통체증이 심해질 전망이다.

이에 대해 안중근 압구정3구역 조합장은 “현재 설계사들이 제시한 설계안은 업체의 역량을 파악해 우수한 곳을 선정하기 위한 그야말로 제안일 뿐”이라며 “초고층 아파트와 보행로 등은 확정된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압구정은 국내 최고 부촌으로 알려져 있지만 수십 년간 거주한 조합원들이 모두 부유층은 아니므로 비용 부담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원은 “압구정 현대는 반포주공과 달리 중층 재건축이기 때문에 앞으로 추가분담금이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에 따른 부담금 등 비용이 커짐에 따라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커버스토리 : 압구정 현대아파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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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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