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체제’ 힘 실은 與… 비윤계 “고강도 쇄신” 주문 [與 임명직 지도부 총사퇴]

조병욱 2023. 10. 16.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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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긴급 의총서 주류·비주류 격론
친윤 “책임론보다 분열 막고 단합해야”
비윤 “국민은 바꾸라는데 단결만 얘기”
비대위장 등 대안 부재에 ‘봉합’ 가닥
서병수 “金, 대통령실만 쳐다볼건가”
홍준표 “쇄신 대상이 쇄신 주체 안돼”
중진 중심 ‘김기현 퇴진론’ 지속 제기
“2기 인선 수도권·충청 인사 전진배치”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 체제가 출범 7개월 만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15일 4시간 넘게 이어진 긴급 의원총회에서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하자’는 주류와 김 대표의 사퇴 등을 주장하는 비주류의 의견이 부딪쳤다. 가까스로 의원들의 재신임을 얻은 김 대표는 ‘통합·민생·개혁’ 이라는 3대 어젠다를 내세우며 ‘2기 지도부’ 구성에 돌입했지만 총선이 6개월 남은 현 상황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주류 의원들은 위기를 강조하며 고강도 쇄신을 주문했다. 수도권 위기론을 처음 제기한 국민의힘 4선 중진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중산층, 2030∼4050(세대)까지 우리로부터 멀어졌다”며 “6070(세대)만 남았다. 이제 위기가 정말로 현실임을 느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도권에 있는 저 같은 경우 엄중한 상황인식을 갖고 처절하고, 절박하고 절실하다”며 “엄중한 상황 인식을 위해 지역·연령·세대·계층별 정밀 여론조사를 통해 위기의 본질이 무엇인지 진단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원회가 필요하다”며 “지금은 변화·혁신이 화두이지 ‘단결이냐 분열이다’ 이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비윤(비윤석열)계 김웅 의원은 “국민은 바꾸라고 하는데 바꾸지는 않고 ‘단결만 하자’, ‘우리는 다 잘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의총은 무엇 하러 하느냐. 우리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단결 안 해서 졌느냐”고 되물었다. 김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총선 후보 선출은 100% 국민 경선 방식으로 하자고 제안했다. 허은아 의원도 손실보상금 문제,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이나 세계스카우트 잼버리 파행의 호남 책임론, 과도한 이념논쟁 등을 두고 국민에게 사과하고 대통령실을 향해 당이 입장을 내야 한다고 발언했다.

임명직 지도부 총사퇴에도 대표 퇴진론은 이어졌다. 5선 중진 서병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와 관련해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민심과 엇나갈 때는 야당보다 더 단호하게 바로잡겠다는 결기가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를 신임할지 불신임할 것인지는 지금부터 입으로 내뱉는 한마디 한마디에, 보여주는 행동 하나하나에 달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비장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가 전날 일괄 사퇴의사를 밝힌 임명직 당직자들과 함께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김 대표, 유상범 전 수석대변인, 구자근 전 당대표 비서실장, 이철규 전 사무총장. 서상배 선임기자
당 혁신위원장을 지낸 최재형 의원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국민이 내린 사약을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죽어야 산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대의민주주의에서 선거 결과는 가장 분명한 국민의 목소리”라며 “강서구청장 선거 결과가 국민의힘에 들려주는 목소리는 분명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쓴소리를 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을 통해 “패전의 책임은 장수가 지는 것”이라며 “부하에게 책임을 묻고 꼬리 자르기 하는 짓은 장수가 해선 안 될 일”이라며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시장은 “그 지도부로는 총선 치르기 어렵다고 국민이 탄핵했는데, 쇄신 대상이 쇄신의 주체가 될 자격이 있나”라고 했다. 그러자 김진태 강원지사는 “홍 시장께서 김기현 대표 물러나라고 한다”며 “이렇게 당이 어려울 때 수습할 생각을 해야지 다 나가라고 하면 누가 수습하나”라고 반문했다. 이어 “임명직 당직자들이 일괄사퇴까지 한 마당에 당의 원로께서 이렇게 초를 치는 건 보기 좀 민망하다”고 비판했다.

친윤(친윤석열)계는 김 대표를 방어하며 재신임에 힘을 실었다. 최고위에서 당 쇄신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진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가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당의 통합을 위해서였지, 지금처럼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며 용산·지도부 책임론을 비판했다. 이용 의원도 “이제는 ‘원팀’으로 역량을 결집해 당을 정비하고 내년 총선을 대비해야 한다”며 “누구보다 당의 과거 분열 아픔을 잘 아시는 분들께서 중진으로 있으시면서도 이럴 때만 공개적으로 나서는 모습에 비통함마저 느낀다”고 했다. 이 밖에도 3선 이채익 의원과 재선 송석준 의원 등은 “책임론 보다 당의 분열을 막고 단합해야 한다”는 취지로 김 대표를 지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1일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후보가 서울 강서구 캠프사무소에서 패배를 인정하는 입장을 밝힌 뒤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
이날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내년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배수진을 친 발언이 의원들을 움직인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 공개적인 사퇴론이 제기된 가운데 시작된 의총에서는 김 대표의 퇴진론 보다는 쇄신론이 주를 이뤘다고 한다. 여기에는 김 대표의 퇴진시 출범할 마땅한 비대위원장 대안이 없고 지난해 초래됐던 비대위 체제의 혼란이 재연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비윤계 허 의원도 “김 대표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며 “우리는 작년에도 이미 경험해봤다”고 했다.

조병욱·유지혜·김병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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