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센터, 경영 혁신으로 기업化… “픽업 정비 플랫폼 도전”
“임금 올리니 정비사 기술력·생산성 극대화”
“IT 접목해 고품질 픽업 정비 플랫폼 만들 것”
한국경제를 이끄는 중견·중소기업의 2·3세 경영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들은 선대로부터 배운 승부 근성과 해외 경험을 발판 삼아 글로벌 무대로 뻗어나간다. 1세대 기업인을 뛰어넘기 위해 2·3세가 어떤 고민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하려는지 들어본다. [편집자주]
“자동차 정비업은 대표적인 저임금 업종이다. 고객과 업체 간 정보의 불균형이 커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업종이기도 하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비사의 성과를 토대로 3개월마다 연봉을 올렸다. 친절하다는 후기가 쌓일 때마다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그 결과 정비사들은 기술력을 빠르게 키우면서 높은 임금을 받게 됐고 고객 만족도도 거의 만점에 달하게 됐다.”
24년 차 자동차 정비업체 새천년카의 김선호(37) 대표는 “정비사 스스로 기술력을 키워나가도록 유인책을 만들었더니 ‘임금 인상→서비스 품질 제고→매출 증대’라는 선순환 구조가 갖춰졌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대표는 지난 2021년 50년 정비사 외길을 걸었던 아버지로부터 새천년카를 물려받아 2대째 운영하고 있다.
새천년카는 ‘픽업 정비 딜리버리’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고객이 온라인으로 자동차 정비를 신청하면 정비사가 예약 시간에 지정된 곳으로 찾아가 차량을 정비소로 가져온다. 정비사는 메시지와 동영상으로 고객에게 점검 내용을 공유하고 견적서를 보낸다. 정비가 끝나면 차량을 다시 가져다준다. 정비소를 직접 찾아다니고 현장에서 점검을 기다리지 않아도 돼 인기가 많다. 2000년 1대 창업 당시 국내 최초로 이 서비스를 선보였다.
업체 입장에선 의뢰 차량을 직접 운전해서 오고 가기 때문에 사고와 관련한 부담도 크다. 김 대표는 그간 국산 차 위주로 했던 픽업 정비 서비스를 수억원대 수입차까지로 확대했다. “왜 굳이 위험을 키우느냐”는 아버지의 만류에도 김 대표는 고객 범위를 늘리려 사업을 확대했다.
김 대표는 경영 철학도 새로 썼다. 그는 기술력을 최고의 가치로 여겼던 아버지를 보며 정비 기술을 익혔지만, 기술만으로는 영업이익을 더 늘리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대표는 인재 경영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정비사들의 급여 시스템을 과감히 바꿨다. 정비사 개개인이 성장해야 회사가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1년에 4번씩 정비사의 연봉을 인상했고, 친절하다는 후기가 얼마만큼 달렸는지에 따라 인센티브를 지급했다. 그 덕에 정비사들은 자발적으로 기술력을 키워가고 있다. 정비사 3명을 채용하는 데 지원자가 100명 넘게 몰리기도 했다.
김 대표는 “매출액이 아니라 친절함으로 성과를 평가하기 때문에, 정비사들은 고객이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꼭 필요한 정비만 진행한다. 정비 불량과 안전사고는 아직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새천년카의 3년 차 정비사는 자동차 브랜드 소속 15년 차 정비사와 같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임금은 그보다 더 높다”고 했다.
그 결과 고객 신뢰는 두터워졌고 중작업 의뢰가 늘어 매출이 성장했다. 중작업 단가는 수백만원에서 1000만원을 넘기도 한다. 김 대표는 “보통 정비업체들은 중작업 비율이 절반도 안 되는데 새천년카는 80% 이상이 중작업”이라고 말했다.
2년간의 경영 혁신 끝에 1억원에 못 미치던 연 매출은 7억원을 넘겼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매출이 68%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113% 증가했다. 새천년카는 혁신성과 성장성을 인정받아 국내 자동차 정비업체 중엔 유일한 벤처기업이 됐다.
김 대표의 다음 목표는 ‘픽업 정비 플랫폼’ 사업이다. 이를 위해 2021년 픽스닉을 창업했다. 새천년카와 같은 픽업 정비업체를 픽스닉이 운영하는 ‘팜스(PAMS)’라는 플랫폼에 입점시켜 서비스를 중개하는 것이 골자다. 고품질의 픽업 정비 서비스를 매뉴얼화해, 고객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만 있다면 어디서나 표준화된 서비스를 받는다. 지난 2021년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사업화대전 비즈니스 모델(BM) 경진대회에서 1위를 차지했다.
김 대표는 “정비업계 전반이 침체한 상황에서 고부가가치를 만들어 내려면 정보기술(IT)을 접목해야겠다고 판단했다”며 “배달의 민족 정비소 버전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위치 기반으로 이용 가능한 정비소가 보이고 플랫폼 내에서 픽업 정비를 신청하면 정비사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면서 점검 내용을 공유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플랫폼 입점 업체들이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부품 유통도 시작했다. 입점 업체들은 기술 교육을 거친 뒤 픽스닉이 유통하는 부품을 이용해 정비 작업을 한다. 점검, 수리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는 플랫폼이 직접 지원한다.
김 대표는 올해 안에 초기 투자금을 유치해 본격적으로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2026년엔 기업공개(IPO)에 도전한다. 그는 “국내 자동차 업체의 83%는 1인 정비소다. 이들을 플랫폼에 입점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초기 투자금은 서비스 매뉴얼 제작에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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