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내신 부작용 일부 완화… 대입안, 방향은 옳다 [송민섭의 통계로 본 교육]

송민섭 2023. 10.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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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 ‘2028 대입 개편 시안’
기회의 형평보단 결과적 평등에 방점
규모 큰 학교일수록 수시 전형에 유리
수능 사교육 의존도 심화 우려되지만
과목 유불리 해소 등 공정성 보완 기여
교육부가 장고 끝에 내놓은 ‘2028학년도 대학입시개편 시안’에 대한 교육계 안팎의 평가가 엇갈립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과목 선택에 따른 유불리와 내신 부풀리기 등을 일부 해소할 것”(한국교총)이라는 기대와 “국어·수학·영어 위주 경쟁교육 강화, 고교학점제 무력화가 불가피하다”(교사노조)는 우려가 상충하고 있습니다.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뉴시스
교육부 시안은 수능 국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에서 선택과목을 없애고 올해 중학교 2학년생이 고교 1학년이 됐을 때 적용하기로 했던 내신 9등급 상대평가를 5등급 절대·상대평가 병기로 바꾸겠다는 게 골자입니다.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공정’과 ‘안정’의 기조하에 미래 가치인 ‘융합’과 ‘혁신’을 더하고자 했다”고 자평합니다.

이 장관이 말한 공정을 곱씹어 봤습니다. 이 장관의 그간 행보와 보수정권의 개편안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입에서의 공정은 기회·과정의 형평(equity)보다는 결과적 평등(equality)에 방점이 찍힌 듯합니다. 짐작대로 윤석열정부 교육부는 이번 개편안의 공정성 확보 근거로 수능 선택과목의 유불리 해소와 내신서 1등급이 나올 수 없는 소규모 학교를 제시했습니다.

보수진영의 공정 가치가 자유와 능력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번 개편안은 일견 공정성에 부합하는 것 같습니다. 국·수·탐에서 어떠한 과목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같은 원점수를 받더라도 다른 표준점수를 받는 현실은 공정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본수능에서 미적분에서 만점을 받은 이과생과 확률과통계에서 만점을 받은 문과생의 표준점수 차이가 3점이나 난다는 것은 분명 불합리합니다. 사회탐구 표준점수 최고점은 선택과목에 따라 9점, 과학탐구는 8점 차이가 났습니다. 적성·진로보다는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는 과목으로 쏠리는 게 당연합니다.

내신 체제도 그렇습니다. 고교학점제가 도입되는 2025년 고교 1학년은 9등급 상대평가인데 2·3학년은 절대평가로 등급을 매깁니다. 9등급제하에선 1등급이 한 명도 나올 수 없는 전국 43개 소규모 학교 상위권 학생들은 억울할 수밖에 없습니다. 5등급제의 전환은 서울 강남권·강북권 간 입결 격차 완화에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이번 개편안이 마냥 공정하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수능 개편안의 경우 사회·과학탐구의 공통과목화로 변별력 확보에 비상이 걸린 대학들은 사교육 효과가 큰 국어·수학 반영 비중을 더 높이거나 내신과 수능을 연계하는 등 전형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렇게 되면 공교육 살리기는커녕 ‘패자(내신 3∼5등급) 부활’ 기회는 적어질 것입니다.

수시도 마찬가지입니다. 규모가 큰 학교일수록 높은 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많아집니다. 서울 강남권 일반고와 자율형사립고, 과학고·외국어고에서 1등급을 받는 학생들이 지금보다는 더 는다는 얘깁니다. 지난해 자사고와 특목고 신입생 5명 중 1명가량(19.7%)이 소위 ‘사교육 특구’(강남·서초·송파·양천·노원구)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시에 이어 수시에서도 ‘부의 대물림’ 효과가 나타나는 조건인 것이죠.

상위권 학생들의 입시경쟁은 더 격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재진 대학미래연구소장에 따르면 2028학년도 수시에서 ‘모든 과목에서 1등급’(약 6%)인 내신 성적표를 낼 수 있는 응시생 2만여명(약 35만명×0.06%)은 서울 11개 주요 대학과 의약학 계열(의대·치대·한의대·수의대·약대) 모집인원과 비슷합니다. 내신에서 한 과목이라도 2등급을 받으면 이들 대학 진학은 불가능합니다. 당연히 지난해 2만여명 규모의 자퇴생들은 더 늘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능 몰입교육을 강화시키고 고교학점제를 무력화시키는 개악”(대학 무상화·평준화 국민운동본부)이라고 못 박는 것은 과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교육과정과 평가체제의 불일치에 따른 계층 간 불평등 심화 문제는 대입만 건드려서 해결할 문제는 아닙니다. 그래도 이번 개편안은 수능과 내신에서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할 것 같으면 하나씩 풀어가야 합니다. 아울러 모든 시험은 서열을 매기는 수단임을 잊어선 안 됩니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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