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원 이하 외식 ‘김밥·자장면·칼국수·김치찌개뿐’... 식당 주인 “손님 줄어들까 걱정”

김가연 기자 2023. 10. 1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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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원 들고 외식하려면 김밥·자장면·김치찌개·칼국수뿐
“식재료비 상승이 가격 인상의 주범”
1년 전 대비 상추 57%·생강 107% 인상
“밥값 대신 커피값이라도 아끼자”
식비 줄이기에 나선 사람들

“가격을 올리기가 부담스러워 작년보다 음식 양을 줄였어요. 자릿세를 생각하면 이러다 문을 닫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울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30대 김모씨는 올해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음식 가격 올리는 것을 고민하다 결국 양을 줄이는 것을 택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음식 가격을 올리면 손님들이 부담을 느낄까봐 양을 줄였다”고 했다.

베트남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모씨도 “1년 전과 비교해도 사이드 메뉴를 주문하지 않거나 음료·술을 안 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며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오르니까 음식값도 올리는 게 맞지만 사람들의 소비력을 봤을 때 가격을 올리기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식재료 가격 상승으로 외식물가가 오르면서 외식업주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1만원으로도 한 끼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기 때문이다. 외식업주들은 음식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떠날까 두렵고 오른 식재료 가격을 감내하자니 수익이 나지 않아 난감한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 참가격의 외식비 품목별 가격동향.

16일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대표적인 외식 메뉴 8개 중 서울 기준 1만원 이하로 먹을 수 있는 메뉴는 4개에 불과했다.

품목별 평균 가격은 ▲김밥(3215원) ▲자장면(6992원) ▲김치찌개백반(7846원) ▲칼국수(8962원) ▲비빔밥(1만423원) ▲냉면(1만1231원) ▲삼계탕(1만6846원) ▲삼겹살(1만9150원)이다. 3년 전 1만원 이하였던 비빔밥과 냉면도 1만원을 넘겼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이미 28개월 연속 평균 물가상승률을 웃돌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2.99로 작년 동기 대비 3.7% 상승했다. 이 중 외식물가 상승률은 4.9%로 전체 평균보다 1.2%포인트 높아 28개월째 평균을 웃돌았다.

외식 부문의 39개의 세부 품목 가운데 물가 상승률이 평균을 넘는 품목은 31개(79.5%)다. ▲피자(12.3%) ▲오리고기(7.3%) ▲구내식당 식사비(7%) ▲죽(6.9%) ▲냉면(6.9%) ▲자장면(6.8%) ▲도시락(6.8%) 등이 크게 올랐다.

이는 외식업에 주로 사용되는 식재료의 가격이 1년 전보다 많게는 100% 이상 오른 것이 주효했다. 올해 초 부터 계속된 냉해와 서리피해, 여름철 폭염과 장마 등이 식재료 가격 인상의 원인이다.

농수산유통정보에 따르면 1년 전 대비 ▲쌀 20kg(21%) ▲청상추 100g(57.6%) ▲시금치 100g(35.7%) ▲오이 10개(30.1%) ▲국산 고춧가루 1kg(14.7%) ▲생강 1kg(107%) ▲대파 1kg(24.9%)의 가격이 올랐다.

자영업자들은 식자재 값이 올랐지만 음식값을 올리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손님이 아예 찾질 않을까봐서다. 조사한 3000개의 업체 중 38%가 1년 6개월(작년 1월~올해 6월) 사이에 메뉴 가격을 인상했다. 가격을 인상하지 않은 업체 중 약 70%는 ‘손님이 줄어들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10일 광화문 인근의 식당이 밀집된 골목./김가연 기자

외식을 줄이는 이들은 늘어나는 추세다. 집에서 도시락을 싸 오는 등 외식 빈도를 줄이는 이들도 늘고 있다.

3년 만에 대학에 복학한 이유현(28)씨는 달라진 물가를 새삼 실감하며 집에서 점심 도시락을 싸오는 날이 많아졌다.

그는 “3년 전에 비해 학식·주변 식당 가격이 1.5배는 올랐다고 느낀다”며 “저녁 약속이나 모임은 피할 수 없으니까 점심 도시락을 싸 오는 친구들이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대학은 학식으로 3800원이었던 순두부찌개가 이번 학기에 5000원으로 가격이 인상됐다.

직장인 이민수(27)씨는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식대로는 점심 메뉴를 고르기가 힘들어졌다며 커피값 아끼기에 나섰다. 이씨는 “회사 식대로 한 끼에 1만원이 지원되는데 음식 가격이 많이 올라 요즘 곰탕을 먹으려고 봐도 1만원이 넘는다”며 “밥값을 아끼긴 힘드니까 아침에 집에서 커피를 챙겨와 커피값이라도 절약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폐업을 고려하는 식당 주인도 늘고 있다. 코로나19 시기를 겨우 버텼더나 고물가에 또 한 번 고비가 온 셈이다.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한국경제인연합회 설문조사에 따르면 사업을 운영하는 데 있어 원자료 및 재료비에 대해 가장 큰 부담을 느끼며, 이에 응답자 40%가 “3년 내 폐업을 고려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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