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은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나[스한 위클리]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폐회식을 끝으로 모두 종료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은 코로나19로 개최가 미뤄지면서 4년이 아닌 5년 만에 찾아왔다. 그래서일까. 선수들의 땀과 눈물에 대한 우리의 환호와 슬픔은 예년과 사뭇 달랐다.
사람이든 사회든 큰일을 치르고 나면 변화가 있는 법. 이번 아시안게임은 한국 체육계와 사회에 여러 메시지를 남겼다. 아시안게임이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는지 살펴본다.
▶게임, 더 이상 천덕꾸러기가 아니다
어린 시절 '게임 그만해라'라는 소리를 안 들어본 아이들이 있었을까. 셧다운제 등 말도 안되는 법안들이 통과돼 게임산업을 억압했고 '게임 중독'과 '폭력성'이라는 키워드로 게임은 늘 천대 받고 천덕꾸러기로 여겨졌다. 오락실, 컴퓨터 등의 발달과 함께 본격적으로 1990년대부터 인기를 얻은 분야이지만 게임은 늘 '시간을 헛되이 쓰게 만드는 것' 이상의 지위로 사회에 용납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아시안게임은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게임에 대한 지위가 한층 높아졌다. 한국은 e스포츠 총 7개 세부 종목에서 금메달 2개를 목에 걸며 효도종목으로도 자리 잡았다.
두 개의 금메달 모두 큰 의미를 가진다. 먼저 사상 첫 e스포츠 금메달을 따낸 김관우는 '오락실 게임'으로 유명한 '스트리트 파이트'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김관우는 1990년대부터 오락실에서 소위 동네 형들에게 '맞아가면서' 게임을 했고 그렇게 30여년 게임에 몰두하다보니 어느새 '금메달 리스트'가 됐다.
그를 도우기 위해 전국의 스트리트 파이터 고수들이 김관우의 '스파링 파트너'가 됐다. 그는 44세라는 매우 늦은 나이에 금메달을 딴 후 기자회견에서 그동안의 설움을 보여주는 '눈물'을 흘렸다. 이 장면은 많은 게임 매니아들의 가슴을 시리게 했다.
또한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출전한 한국 대표팀은 페이커(이상혁), 쵸비(정지훈), 제우스(최우제), 카나비(서진혁), 룰러(박재혁), 케리아(류민석)로 팀을 구성해 e스포츠계 드림팀이라 불렸다. 마치 마이클 조던을 중심으로 한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미국 농구 대표팀 '드림팀'처럼 이번 LOL 대표팀은 LOL 역사상 가장 강력한 팀으로 압도적 전력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LOL대표팀은 금메달 이후 병역특례에 대한 관심 역시 이끌었다. 스트리트 파이터의 김관우는 1979년생으로 이미 병역을 마쳤기에 LOL 대표팀은 게임으로 병역 특례를 받는 최초의 사례가 됐다.
게임은 아직가지 '중독'과 '폭력성'이라는 부정적 키워드들을 끌고 다닌다. 하지만 이런 게임을 잘한다는 이유로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따고, 병역 특례까지 받게 된 LOL 대표팀은 달라진 시대와 사회를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까.
▶농구-배구의 몰락, 내수용 스포츠로 전락했나
한국 4대 프로 스포츠에서 '실내'와 '겨울'을 맡고 있는 농구와 배구. 이번 아시안게임은 농구와 배구의 '국제 수준'에 대해 민낯이 드러난 대회였다.
남자 배구는 대회가 공식 개막하기도 전에 인도, 파키스탄 등을 상대로 졸전을 거듭하다 6강에 오르지 못하고 61년 만의 노메달 수모를 안았다. 여자 배구도 2006년 도하 대회 이래 17년 만이자 아시안게임 역대 두 번째 노메달을 기록했다. 남녀 배구 모두 노메달인 것은 사상 처음이다.
배구협회는 대회 후 남자팀의 임도헌, 여자 팀의 세라즈 감독을 모두 경질하고 쇄신을 다짐했지만 갈 길이 멀어 보인다.
농구 역시 마찬가지다. 남자 농구는 2006년 도하 대회(5위) 이후 17년 만에 4강 진출에 실패하더니 5∼8위전에서 이란에도 패한 끝에 역대 최저 순위(7위)로 대회를 마쳤다. 여자 농구는 동메달을 따긴 했지만 준결승에서 한수 아래로 봤던 일본에게 23점 차이로 패하며 실망을 안겼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여자 농구 대표팀에서 은퇴하는 김단비의 말을 통해 농구와 배구의 부진을 설명할 수 있다.
김단비는 "우리 선수들이 알아야 할 것이 국내에서 잘한다는 칭찬을 받는다고 최고가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여자프로농구에서 '이 정도만 하도 되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뛰다보니 (대표팀의) 언니들이 은퇴한 뒤 정체됐다. 지금 연봉을 많이 받는다고, 또 에이스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국제대회에서 그 정도가 아니지 않느냐. 서로 경쟁하고 자신이 최고가 아니라는 생각으로 항상 배워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 농구와 배구는 국제 기준에 비해 높은 연봉을 받는다. 이에 비해 선수들의 기량은 오히려 퇴보되고 있다. 대표팀에서 못해도 어차피 국내 리그에 돌아가면 스타 대우를 받고 많은 연봉을 받다보니 국제전에서 '이기면 좋고 져도 그만'인 마음으로 임하는 건 아닌지 선수들부터 고민할 문제다.
이번 아시안게임이 선수들과 협회, 지도자들에게 '어쩔 수 없지'로 남는 대회일지 '이게 아시아 수준이구나'라며 각성이 되는 대회가 될지 지켜볼 일이다.
-스한 위클리 : 스포츠한국은 매주 주말 '스한 위클리'라는 특집기사를 통해 스포츠 관련 주요사안에 대해 깊이 있는 정보를 제공합니다. 이 기사는 종합시사주간지 주간한국에도 동시 게재됩니다.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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