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쇼핑앱의 진격…싼 맛에 혹했다, 짝퉁에 욱했다
알리익스프레스 사용자 551만명
정가 절반도 안 되는 가품 버젓이
배송·반품·문제해결도 어려워
“안녕하세요 친구님, 사정으로 인해 전체 사진을 올릴 수 없지만 퀄리티 높은 의상입니다.”
15일 중국 직구(직접구매)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에서 맨투맨 티셔츠 상품 판매자는 상품 설명 이미지에 조금 어색한 한국어로 이같이 안내했다. 어깨 한쪽 부분 또는 절반만 보이는 상품 사진을 올려놓고는 ‘마르디 메크르디’라고 써놨다.
그러나 이는 커다란 꽃무늬가 특징인 국내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마르디 메크르디의 디자인을 도용한 가품이다. 정가 7만~12만원대 제품이 이곳에선 2만~3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초저가를 무기로 중국 직구 플랫폼들이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을 넓히고 있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나이키 같은 글로벌 브랜드뿐만 아니라 LF의 헤지스 같은 국내 브랜드 상품을 따라 만든 ‘짝퉁’이 버젓이 팔리는가 하면 통관·반품 등을 둘러싼 소비자 불편도 여전하다.
15일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를 표본조사한 결과, 지난 8월 알리익스프레스 애플리케이션(앱) 사용자 수는 551만명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전년 동월(277만명)보다 2배 가까이 증가했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뒤 지난 7월 한국에 상륙한 중국 이커머스 기업 핀둬둬의 ‘테무(TEMU)’도 알리의 뒤를 잇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테무의 지난달 쇼핑 업종 앱 신규 설치는 118만건으로 이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올해 상반기 한국 소비자들이 쇼핑 앱 등을 통해 중국에서 직접 구매한 금액은 1조4000억원에 이른다. 상반기에만 2022년 한 해 중국 직구 금액(1조4858억원)과 맞먹을 만큼 급성장세다.
하지만 중국 직구 플랫폼 성장의 이면에는 가품 유통이 판을 치는 문제가 있다. 레이 장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는 지난달 가품에 대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짝퉁이 넘쳐난다. 이 문제로 장 대표는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대상 국정감사 증인으로도 채택됐다.
앞서 장 대표는 “해외 직구를 국내 쇼핑처럼 쉽고 편리하게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갈 길이 멀다. 대표적으로 국내 쇼핑몰들과 달리 배송·반품 등의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고 문제 해결도 어렵다는 점이 지적된다.
알리익스프레스 이용자 A씨는 최근 주문한 물품의 통관 과정에 문제가 생겨 예정일에서 1개월이 지나도록 물품을 받을 수 없었다. 알리익스프레스 대표번호로 전화를 걸었지만, 해외에서 물건을 들여오는 특송업체에 물어보라는 자동응답만 되풀이했다. 특송업체는 업무를 위탁한 관세법인에 연락해보라고 떠넘겼다. 어렵게 연락이 닿은 관세법인은 다시 물건을 판 알리 쪽에 책임이 있다고 해서, 결국 3자 간 답 없는 ‘악순환’만 이어졌다.
수소문한 끝에 알고 보니 직구 물품을 받는 사람(수하인) A씨의 이름은 영문명인 데 비해 개인통관고유부호 발급자 이름은 한글명으로 서로 일치하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다. A씨는 “처음 알리에 가입할 때 쓴 영문명이 수하인 이름이었는데, 통관 서류상에는 한글로 번역되고 순서도 엉터리로 돼 있었다”며 “세 군데 어디서도 충분한 정보를 얻을 수 없어 답답했다”고 말했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는 한국 국적 사용자가 새롭게 주소지를 등록할 땐 이름에 한글만 쓸 수 있도록 조치하고 있다. 테무의 경우도 ‘정확한 이름을 한글로 입력하라’고 안내한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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