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요? 단장님께서 많이 챙겨주시겠죠" FA 재수 결단→대반전 커리어하이 '인생 시즌을 보내다'

잠실=김우종 기자 2023. 10. 16.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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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잠실=김우종 기자]
LG 임찬규가 15일 잠시 두산전에서 5회 투구를 마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LG 임찬규가 2023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재수는 결국 신의 한 수였다. LG 트윈스의 'No. 1' 토종 에이스 임찬규(31)가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이제 임찬규는 한국시리즈에서 힘차게 공을 뿌릴 예정이다.

임찬규는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펼쳐진 두산 베어스와 2023 신한은행 SOL KBO 리그 홈 경기 최종전에 선발 등판, 5⅔이닝 4피안타 1볼넷 3탈삼진 1실점(1자책) 역투를 펼치며 시즌 14승(3패) 달성에 성공했다. 총 투구수는 92개였다.

이날 LG가 두산을 5-2로 제압하면서 임찬규는 규정 이닝(144이닝)까지 충족하면서 토종 선발 최다승을 달성할 수 있었다. 올 시즌 현재까지 페디(NC·20승)와 벤자민(KT·15승)에 이어 다승 부문 단독 3위에 자리하고 있다.

임찬규는 매우 뜻깊은 시즌을 보냈다. 올 시즌 30경기에 등판해 14승 3패 1홀드 평균자책점 3.42를 마크했다. 144⅔이닝을 던지는 동안 142피안타(10피홈런) 54볼넷 103탈삼진 63실점(55자책)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35, 피안타율 0.252를 마크했다. 자신이 선발 등판한 26경기에서 퀄리티 스타트(선발 6이닝 3자책 이하) 투구는 7차례 펼쳤다. 2018년 개인 최다승(11승)과 2021년 개인 최저 평균자책점(3.87)보다 모두 좋은 성적을 냈다. 인생 시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날 경기 전 염경엽 LG 감독은 임찬규를 시즌 최종전에 선발로 앞세운 것에 관해 "토종 에이스로 예우하는 측면도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6이닝 정도 던지게 할 생각이다. 내년 시즌 FA가 되는데, 규정 이닝은 채우는 게 좋다"면서 신뢰를 보냈다. 그리고 임찬규는 제대로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했다.

임찬규는 1회를 삼자 범퇴로 깔끔하게 출발한 뒤 2회 1사 3루에서 박준영의 내야 안타 때 선취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임찬규는 3회부터 삼자 범퇴로 다시 안정감을 찾은 뒤 4회와 5회 역시 삼자 범퇴로 이닝을 각각 삭제했다. 그리고 6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임찬규는 2사 후 로하스와 양석환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마운드를 백승현에게 넘겼다. 마운드에서 더그아웃으로 향하는 임찬규를 향해 1루 쪽에 운집한 LG 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임찬규는 모자를 힘차게 흔들며 팬들의 응원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임찬규는 지난해 11월 FA 자격을 획득했으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하지 않았다. FA 재수를 결심한 것이다. 당시 임찬규는 스타뉴스에 "팀에 많은 도움이 되지 못했다. 팬 분들께 많은 실망을 안겨드렸다. 욕도 많이 먹었다. 프로는 못 하면 질타를 받는 게 당연하다. LG 우승을 위해 하나도 공헌한 것 없이, 미안한 마음이 있는 상태에서 FA 신청을 못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자체가 배신이라고 느껴졌다. LG에서 정말 우승을 꼭 하고 싶다. 그게 첫 번째"라고 속마음을 밝혔다. 임찬규는 "팀에 헌신한 뒤 FA 신청을 하는 게 맞다고 본다"고 했다. 그리고 올 시즌 임찬규는 그 약속을 지켰고, 이제 한국시리즈 무대만 남겨놓고 있다.

LG 임찬규.
LG 임찬규.
이날 임찬규는 KBO(한국야구위원회)의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 수여식에서 투수조장 자격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영광을 안았다. 시상식 이후 취재진과 만난 임찬규는 "겸손의 뜻이 아니라 저는 에이스라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단지 올해 성적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생각한다. 팀원들의 도움이 컸기에 올해와 같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올해 조금 잘한 거라 에이스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않는다. 앞으로 2, 3년 더 이런 성적을 내야겠다는 생각이 더 큰 것 같다. 지난해 제가 정말 팀을 위해 희생하지 못했던 부분을 떠올리면서 올 시즌을 준비하고 임했다. 그래서 더욱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앞으로도 시즌을 준비하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입을 열었다.

임찬규는 올 시즌 염경엽 감독이 새롭게 부임한 가운데, 사실 선발 로테이션에서 빠져 있었다. 그동안 임찬규는 계속해서 LG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왔는데, 이번 시즌에는 출발이 달랐던 것이다. 임찬규를 대신해 영건인 김윤식과 이민호가 시즌 초반에는 선발로 낙점받았다. 하지만 둘이 전열에서 이탈하면서 임찬규에게 다시 기회가 왔고,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가히 대반전이라 할 만큼 좋은 성적을 거두며 최고의 한 시즌을 보냈다. 사실상 전반기에 LG는 켈리와 김윤식, 이민호가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임찬규와 플럿코, 이 둘이 팀의 마운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임찬규는 "마운드에서 긍정이든 부정이든 생각이 많아진다는 건 무조건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대한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노력했다. 공 하나를 내가 원하는 대로 던지기 위해 준비를 많이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경기에 나가기 전부터 이미지 트레이닝을 실시하며 매일 연습했던 것 같다. 잔디의 색깔부터 잔디의 냄새, 그리고 양 팀 감독님들의 모습 등을 머릿속에 영상으로 그려놓고 시작한다. 그러면서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기도 한다. 이미지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고 해서 팔이 아픈 건 아니기 때문에, 1시간을 해도 되는 것이다. 안 좋은 상황을 떠올리면서, 그런 부분을 지우는 연구를 계속해서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FA에 대한 질문에 "(차명석) 단장님께서 많이 챙겨주실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고 씩씩하게 답하며 미소를 지었다.

LG 임찬규.
LG 임찬규.
올 시즌 중간 계투로 시작한 게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임찬규는 "정말 크게 도움이 된 것 같다. 물론 결과가 좋기 때문에 도움이 됐다는 이야기를 할 수도 있지만, 지난해 실패가 오히려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기반이 된 것 같다. 사실 실패는 제가 인정해야 실패다. 오늘도 규정 이닝을 못 채운다고 해서 제 인생의 생사가 결정되는 것도 아니라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정말 간절하고 경쟁심이 큰 선수들이 욕심도 많아지더라. 그렇다 보니 더 노력하고, 과도한 힘을 쓰게 됐는데, 오히려 힘을 빼면서 좋은 결과로 이어졌던 것 같다. 롱 릴리프로 보직은 시즌 초반에 변경하면서 염 감독님께서 새로운 야구를 제게 입혀주셨다"고 했다.

임찬규는 두산에 대해 "특정 팀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정말 (두산 상대로) 수도 없이 얻어맞았고, 패전 투수도 많이 했다. 매번 나갈 때마다 이기고 싶은 팀이라 최선을 다했는데, 못 미친 적도 있었다. 그래도 오늘은 승리할 수 있어 기분 좋다. 2002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당시, 저는 거실에서 보면서 울었던 기억이 난다. 당시 뛰었던 선수들이 모두 기억나는데, 이렇게 한국시리즈에 올라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큰 성공이라 생각한다. 심지어 29년이다. 감회가 남다르다. 모르겠다. 한국시리즈가 끝나야 더 (감정이) 올라오지 않을까. 마지막이 남아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될 것 같다"면서 각오를 다졌다.

LG 임찬규.
LG 임찬규.
이날 투수조장 자격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임찬규는 "아주 무겁더라"며 웃은 뒤 "29년 만이고, 구단에서 배려를 해주셔서 들어볼 수 있었다. 구단에 감사하다. 또 팀원들에게도 정말 감사하다"고 이야기했다.

임찬규는 "5월에 감독님께서 '제 구속이 135km로 떨어져도 마운드에서 믿고 100개를 던지게 할 것'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너는 책임 투구 수가 90구에서 100구이며, 책임 이닝은 5이닝 이상이다'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어떻게 보면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투구 수와 최소 이닝을 부여해주셨는데, 그때부터 새로운 야구를 했던 것 같다. 내가 어떻게 던져도 믿고 맡겨주시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힘을 빼고 던지는 등 다른 시도를 할 수 있었다. 그 시점이 키 포인트였다"고 전했다.

이날 홈 최종전 승리 후 사령탑인 염경엽 감독은 "임찬규가 국내 에이스답게 좋은 피칭을 해줬다. 14승으로 개인 최다승을 달성한 것을 축하한다. 그리고 시즌 초반 팀이 어려울 때 선발로서 기둥이 되어준 점을 다시 한번 칭찬하고 싶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이제 인생 시즌을 보낸 임찬규가 한국시리즈를 바라보며 팀에 헌신하기 위해 다시 스파이크 끈을 고쳐 맨다.

LG 임찬규.
LG 염경엽(왼쪽) 감독과 임찬규.

잠실=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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