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없으면 케이크 먹어라? 민중 '부글'…왕비를 '괴물'로 만든 가짜뉴스[뉴스속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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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793년 10월 16일 프랑스 파리의 혁명 광장에서 루이 16세의 아내이자 '비운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년)가 처형됐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국고 낭비, 백성 기만,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및 전쟁 유발, 루이 16세를 타락시킨 죄 등을 물어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렸다.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던 민중은 오스트리아 공주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광적인 분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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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를 통해 우리를 웃고 울렸던 어제의 오늘을 다시 만나봅니다.
1793년 10월 16일 프랑스 파리의 혁명 광장에서 루이 16세의 아내이자 '비운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트(1755~1793년)가 처형됐다.
적대국 프랑스에 시집을 와 왕비가 됐던 오스트리아의 공주에게는 수많은 혐의가 적용됐다. 프랑스 혁명 정부는 국고 낭비, 백성 기만, 오스트리아와의 결탁 및 전쟁 유발, 루이 16세를 타락시킨 죄 등을 물어 마리 앙투아네트를 단두대에 올렸다.
14세 때부터 정략결혼이란 도구로 쓰인 한 여성의 비극적인 최후였다. 처형 직전 마리 앙투아네트는 "난 죄를 지어서 죽는 게 아니니 부끄러워할 것은 없다"라는 유언을 남겼다고 한다.
프랑스 혁명을 일으켰던 민중은 오스트리아 공주 출신인 마리 앙투아네트에 대해 광적인 분노를 보였다. 이들은 심각한 경제난과 부패한 정치권, 왕실의 사치 등에 대한 원인을 왕비에게 찾았다.
특히 당시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사건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 사기 사건'이 꼽힌다. 1772년 라 모트 백작 부부는 자신들을 왕비의 측근이라고 속여 로앙 추기경에게 접근했다.
라 모트 부부는 "우리가 대신 왕비에게 선물을 전달해 주겠다"고 말해 로앙 추기경에게 막대한 돈을 받았다. 부부는 이 돈으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구입해 왕비에게 선물하겠다고 추기경을 속였다.
뒤늦게 이 소식을 접한 마리 앙투아네트는 진상 조사를 시작했다. 이 사건으로 재판까지 열렸고 로앙 추기경은 사기 피해자로, 왕비는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왕비에게 부정적이었던 민중은 "사치스러운 왕비는 이미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몰래 가로챘을 것"이라며 "추기경이 왕비에게 이용당한 뒤 버려진 것이다"라고 믿었다. 잘못된 소문은 시간이 흐르면서 프랑스 민중들에게 점차 사실로 각인됐다.
마리 앙투아네트가 남긴 것으로 유명한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이는 왕비를 '오스트리아의 암탉'이라고 비하하며 싫어한 민중이 악의적으로 퍼뜨린 소문일 가능성이 크다.
프랑스 혁명 당시 빵 1개의 가격은 일반 시민의 하루 급여와 비슷한 수준으로 폭등했다. 이에 살림을 책임지던 여성들은 1789년 10월 왕과 왕비가 있는 베르사유 궁전까지 시위성 행진을 시작했다.
여성들과 그 남편들의 규모는 7000명에 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베르사유 궁전에 도착해 루이 16세와 대화를 나눴음에도, 마리 앙투아네트를 찾기 위해 궁전 내부로 진입했다. 이 과정에서 궁전을 지키는 근위병 일부가 성난 민중에게 살해당하기도 했다.
결국 민중들은 루이 16세와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붙잡았고, 왕실 가족들을 강제로 베르사유에서 파리로 데리고 왔다. 이런 사회적 배경 속에서 왕비가 빵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고 했다는 악의적 소문이 확대, 재생산된 셈이다.
비슷한 말은 이전에도 프랑스 사회에서 사용됐다. 프랑스 철학자 장 자크 루소의 '고백록'(Les Confessions)을 보면 마리 앙투아네트 소문과 유사한 내용이 등장한다.
루소는 1740년 전후 자신이 겪은 일화를 떠올리는 식으로 책을 썼다. 그는 와인을 마실 때 곁들여야 할 바게트 빵이 없자, 과거 한 공주가 제안했던 임시방편에 대해 언급했다. 루소는 그 공주가 "바게트가 없으면 안주로 브리오슈(계란과 버터로 달고 작게 만든 빵)를 먹으면 된다"고 말한 것으로 회상했다.
설령 고백록에서 언급되는 공주가 마리 앙투아네트였다고 가정해도, 그가 루소와 만났을 땐 10세 전후의 어린 소녀였을 것이다. 빵이 없어 굶주리는 민중에게 대신 케이크를 먹으라고 말하는 상황 자체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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