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노래 그 사연] 기타와 목소리로 아름다움 전한 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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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수 아이유가 '꽃갈피' 시리즈 두번째 앨범에 수록한 '가을 아침'은 가을이 시작되면 꼭 듣게 되는 명곡이다.
특히 여기에 양희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도 함께 수록돼 있다.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그들은 한대의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인간과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을 것임을, 우리는 '가을 아침'의 가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가을 아침'을 수록한 음반 '양희은 1991'의 8곡은 모두 주옥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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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가수 아이유가 ‘꽃갈피’ 시리즈 두번째 앨범에 수록한 ‘가을 아침’은 가을이 시작되면 꼭 듣게 되는 명곡이다. 원곡은 가수 양희은이 1991년 발표했다. 원곡이 수록된 음반엔 총 8곡이 담겼다. 놀랍게도 보컬과 기타 한대 반주로만 이뤄진 매우 독특한 형식의 것으로 화려한 반주가 없어도 큰 울림을 줄 수 있음을 알려준 명반이다. 특히 여기에 양희은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사랑-그 쓸쓸함에 대하여’도 함께 수록돼 있다.
음반을 내기 전 양희은은 1970년대 군사정권 블랙리스트에 올라 자유롭게 활동하지 못했고 1983년 난소암 판정을 받는 등 절망의 20년을 보냈다. 결국 그는 1987년 남편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을 떠나 슈퍼마켓을 운영하며 살았다.
하지만 양희은은 노래하지 않고는 살아갈 수 없는 운명이었다. 그는 복귀의 기회를 엿보던 중 자신의 데뷔 20주년이자 불혹이 되는 것을 기념해 앨범을 기획했다. 그는 1990년대 주변 음악 환경을 돌아보니 컴퓨터를 이용한 전자음악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고 했다. 자신이 과거에 몸담았던, 기타 치고 노래 부르는 포크음악은 이미 뒤로 밀려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고. 그는 이럴 때야말로 포크음악을 다시 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오스트리아에서 유학 중인 밴드 ‘어떤날’ 출신 기타리스트 이병우에게 연락했다. 이병우는 양희은의 요청을 흔쾌히 수락한 후 8곡을 들고 미국으로 날아와 녹음을 시작했다. 치열한 논의 끝에 결국 그들은 한대의 기타와 목소리만으로 인간과 자연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려고 했을 것임을, 우리는 ‘가을 아침’의 가사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른 아침 작은 새들 노랫소리 들려오면 언제나 그렇듯 아쉽게 잠을 깬다/ 창문 하나 햇살 가득 눈부시게 비춰오고 서늘한 냉기에 재채기할까 말까/ 눈 비비며 빼꼼히 창밖을 내다보니 삼삼오오 아이들은 재잘대며 학교 가고/ 산책 갔다 오시는 아버지의 양손에는 효과를 알 수 없는 약수가 하나 가득.”
‘가을 아침’을 수록한 음반 ‘양희은 1991’의 8곡은 모두 주옥같다. ‘무기교의 기교’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기도 하다.
“고수는 단순하고 하수는 복잡하다”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고수가 되려면 10년이 될지, 20년이 될지 모르는 고된 성찰의 시간이 필요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아이작 스턴은 반복 연습을 통해 고수가 돼야 비로소 창의력이 발산된다고 보았다. ‘가을 아침’은 고수가 지닌 창의력의 결과물이 아닌가 한다.
박성건 대중음악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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