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임금 상승률이 금리보다 낮다면 DC형으로 갈아타야
고금리 영향으로 퇴직연금 대이동
고금리 시대가 열리면서 퇴직연금 중심축이 확정기여형(DC형)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DC형 퇴직연금이란, 근로자 본인이 직접 퇴직금을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근로자들이 퇴직할 때 일정 수준의 금액을 보장해 주는 확정급여형(DB형) 퇴직연금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근로자 책임인 DC형 퇴직연금 적립액은 작년 말 85조원을 처음 돌파했고, 전체 퇴직연금 내 비중도 25%를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승진 기회가 많고 임금 상승률도 높으면서 장기 근속까지 가능하다면 DB형 퇴직연금이 유리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5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DB에서 DC 갈아타기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임금상승률은 쥐꼬리인데, 고금리로 DC형 퇴직연금에서 가입 가능한 원금 보장형 상품 금리가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금리가 높으면 그만큼 근로자의 퇴직 급여도 불어난다.
이달 초 퇴직연금을 DB에서 DC로 갈아탄 50대 직장인 이모씨는 “원금 보장형 상품인데 금리가 연 6%이고 5년 장기로 가입하면 총 30%가 된다고 해서 놀랐다”면서 “DB에 그냥 있었으면 연 2% 임금상승률만 적용될 텐데, DC로 바꿔서 퇴직금 운용 성과가 3배 커질 것 같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회사의 퇴직연금 담당자는 “퇴직연금 시장은 올해 3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매년 성장하고 있다”면서 “신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일부 손해를 감수하고 특판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달 기준 DB에서 DC로 갈아탄 근로자에게 3년, 5년 만기 원금보장형 상품 금리로 각각 연 5.85%, 연 6%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퇴직연금의 5년 장기 수익률(연환산 1.5%)을 크게 웃돈다. 다른 퇴직연금 사업자들도 비슷한 고금리 특판 상품을 판매 중이다.
하지만 이런 꿀금리 상품들은 다음 달부터 사라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이 퇴직연금 시장의 잘못된 관행에 대해 다음 달부터 규제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는 일부 사업사들이 시장 점유율을 늘리기 위해 웃돈(수수료 1~1.5%)을 주고 고금리 특판 상품을 떼어 와서 판매하는 관행이 있었다.
만약 정부 규제 시행 전에 고금리 특판을 잡기 위해 DB에서 DC로 갈아탄다면, 주의할 점이 있다. 첫째, DB에서 DC로 한 번 갈아타고 나면 다시 DB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 상품 만기 전에 퇴사하면 고금리 특판은 중도 해지된다. 단 퇴사일까지 약속된 금리는 일할 계산해서 다 받을 수 있다. 셋째, 고금리 특판은 퇴직연금 앱에 공개되지 않는다. DC 전환을 결심했다면 회사와 계약한 퇴직연금 사업자에게 연락해서 따로 물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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