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익표 “尹정부 추진력 인정하지만, 그 과정이 오만하고 독선적”

김경화 기자 2023. 10. 16. 0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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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원내대표 인터뷰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 원내대표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는 윤석열 정부 1년 5개월에 대한 심판”이라고 말했다. /이덕훈 기자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는 15일 “윤석열 정부의 추진력은 인정하지만, 과정 관리에는 실패했다고 본다”며 “결론을 내고 추진하는 힘만 부각되니 독선적이고 오만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파동’ 이후 원내 사령탑에 오른 홍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남은 6개월여 동안 정부·여당과 입법·정책 경쟁을 하게 됐다. 그는 이날 본지 인터뷰에서 윤석열 정부의 ‘잘한 점’으로 추진력을 꼽으면서 “대화의 문은 늘 열려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과 야당이 서로 ‘주고받기’를 하면서 정책 성과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원내대표는 야당 강성 지지층 ‘개딸’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들이 우리 당의 정체성에 맞지 않는 차별적, 여성 비하적 표현을 쓰는 것은 문제”라며 ‘당원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수박(겉과 속이 다르다는 뜻으로 비명계를 비하하는 표현)’이라는 말을 쓰지 않는 것도 검토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강서구, 尹정부 17개월 심판한 것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에서 승리했다. 의미를 찾는다면?

“이번 선거는 1년 5개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심판, 평가가 작동했다. 윤 대통령이 사면·복권으로 원인 제공자에게 공천을 주면서 선거판 자체를 대통령이 깊숙이 관여하는 모양새를 만들었고, 심판론이 크게 작동했다.”

-민주당의 친명 체제는 더 공고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제도 크다. 고스란히 민주당만의 힘으로 거둔 성과가 아니다.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민주당 지지율이 10~20%포인트는 더 나와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의 독선·오만을 막을 유일한 세력이 민주당이라는 측면에서 기회를 주신 거라 생각한다.”

-이재명 대표가 복귀하면 당내에서는 통합에 방점을 두나.

“물리적 통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으로 가야 한다. 상대가 오만·독선으로 독주할 때 야당이 단결하지 않으면 어렵다. 일사불란함도 필요하다. 한 치의 빈틈없는 화학적 결합이 이뤄져야 한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결정된 이후에도 각양각색의 목소리를 내면 결사체가 아니다.”

-체포동의안 가결파 징계 문제는?

“당에 도움이 되는 방향, 총선 승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처리하는 게 원칙과 기준이 될 것이다. 공천 때 (지도부가 인위적으로) 불이익을 준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징계를 한다면 공천에 임박해서가 아니라 선제적으로 하는 게 맞는다고 본다.”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15일 국회에서 조선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이덕훈 기자

-현재 지도부가 친명 일색이라는 지적이 있다.

“저 자신이 친명 비명에 갇혀 있지 않다. 병상의 이 대표를 독대하기 전까지는 단둘이 차 한 잔, 밥 한 끼 먹은 적 없다. 다만 임기가 7개월 남짓인데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에 형평성과 효율성 중에 효율성만 기준으로 했다. 같이 일할 사람을 찾았고, 친명·비명 계파 안배는 애초에 고려하지 않았다.”

- ‘개딸’ 문제가 계속 언급된다. 비명계는 절연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지금 비명이라고 하는 분 중에 한때 다른 팬덤 덕에 최고위원을 하신 분도 많다. 자기가 혜택을 볼 때는 좋은 팬덤이고 손해를 보면 나쁜 팬덤인가. 개딸보다는 팬덤을 정치적으로 지나치게 이용·확대하는 정치인들이 문제다.”

친명·비명 안배는 애초에 고려 안해

-폭력 성향을 보이는 등 과한 지점도 있다.

“수박이라는 표현은 안 썼으면 좋겠다. 다 같이 쓰지 말자고 하는 등 방법론은 고민 중이다. 결사체를 같이하는 동지라면 존중과 배려가 기본이다. 우리 당의 가치를 공유하는 당원 교육 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의 관계는 어떤가.

“같이 3선을 했고 재선 때 행안위에서 일했다. 온화하고 합리적이신 분이라 이야기가 잘되는 편이다.”

-이 대표가 제안한 영수 회담에 대해 대통령실은 수용 불가 입장인데, 먼저 윤 대통령과 만날 의향이 있나.

“그 부분은 반대다. 윤 대통령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 여전히 ‘피의자, 범죄자와 어떻게 만나느냐’는 인식인 것 같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나도 국회의원' 발족식에서 홍익표 원내대표가 축사하고 있다. '나도 국회의원'은 2030여성당원을 대상으로 한 의정활동 교육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잘한 것, 못한 것을 꼽는다면.

“추진력은 인정한다. 문재인 정부에 아쉬웠던 부분인데 관료들의 반대 등을 넘어서 하고자 하는 일을 밀어붙이는 힘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게 독이 될 때가 있다. 과정 관리에 실패해 독선적이고 오만해 보인다.”

-거야를 이끌게 됐는데, 이런 부분은 정부·여당에 협조하겠다는 게 있나.

“대화의 문은 열려 있다. 그런데 대화 자체가 없다. 대통령이 ‘난 이걸 꼭 하고 싶다. 야당이 원하는 이러이러한 것도 수용하겠다’는 제안이 와야 하는 거 아닌가. 대화의 정치는 대통령실에 달려 있는 거다.”

-후쿠시마 오염 처리수 문제 등에서 민주당이 오히려 괴담을 만드는 세력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내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그런데 윤 정부는 듣기 싫으면 툭하면 ‘가짜 뉴스, 괴담’이라고 하는 것 같다. 대통령부터 ‘나는 완전무결하다’는 확신에서 벗어나야 한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여성위원회 행사에서 기념 촬영하는 홍익표 원내대표와 참석자들. /뉴스1

-서울 서초을로 지역구를 옮겼다. 분위기는 어떤가.

“험지는 맞는데 사지는 아니다. 여권 지지세가 강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윤 대통령 얘기가 전혀 없다. ‘윤 대통령 좀 도와줘라’는 말을 안 한다.”

운동권 용퇴·인위적 물갈이는 反정치

-다선 운동권 용퇴, 친명 주류 용퇴 등으로 이어질까.

“3선 이상 연임 금지, 인위적인 물갈이는 반정치라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선거 구도·전략이 아직 잡힌 게 아닌데 친명이든 반명이든 중진들 불출마하라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다. 총선 앞에 당 상황이 좋지 않으면 당원, 여론 주도층으로부터 중진들에 대한 압박이 거세질 것이다.”

-최근 당을 둘러싼 환경이 좋아졌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지난해 지역구 옮길 때만 해도 올해 말쯤 되면 더 어려워질 거라고 생각했었다. 우리가 특별히 잘한 것도 못한 것도 없지만, 윤 정부가 내놓을 만한 게 없는 상황인 것 같다. 경제가 너무 나빠졌고, 오만·독선적 태도가 부각되고 있다. 또 대통령실이 시스템적으로 운영되는 것 같지 않다. 당과 부처가 돌아가지 않는다. 감사원·검찰·국정원·국세청만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이재명 사법 리스크가 사라진 건 아닌데.

“검찰이 너무 과하다는 건 확실하다. 홍준표 대구시장이 말한 것처럼 경쟁자에 대한 수사는 6개월 내에 끝냈어야 한다. 현직 박근혜 대통령 수사도 기소까지 4개월 걸렸다. 검찰이 이 사건을 총선까지 끌고 가려 한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매우 유감스럽다.”

☞홍익표

한양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은 학자 출신이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재정 통일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지냈다. 19대 총선 때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지역구였던 서울 성동을에서 출마해 당선됐고, 내리 3선을 했다. 지난해 지역구를 야당 험지인 서울 서초을로 옮겼다. 친명으로 분류되지만 계파색이 비교적 옅고 여야 간 소통에도 원만하다는 평가다. 다만 정책·강령 면에선 선명 노선을 표방하는 개혁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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