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장 판사에 욕설, 법무장관 집 앞엔 흉기, 도 넘은 사법 협박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 주변에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한 유창훈 판사를 비난하는 근조 화환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화환엔 ‘판사 XX야’ ‘자손 대대로 천벌을’ 등의 막말과 욕설이 쓰여져 있다. 유 판사의 영장 기각은 납득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 대표의 위증 교사 혐의가 인정된다면서도 증거 인멸 우려가 없다고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더라도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퍼붓는 것은 사법 시스템에 대한 협박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지난 11일 새벽엔 40대 남자가 한동훈 법무 장관 아파트 건물에 침입해 현관문 앞에 흉기와 점화용 토치를 놓고 간 일도 있었다. 이 남성은 사흘 뒤 경찰에 붙잡혔지만 한 장관과 가족은 큰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남성은 야권 성향 유튜브 채널을 보고 한 장관 집 주소를 알았다고 한다. 구체적 범행 동기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법무 행정을 총괄하는 법무 장관을 흉기로 위협할 목적임이 분명하다. 심각한 일이다.
민주당은 법무 장관 흉기 협박엔 함구하면서 판사 근조 화환에 대해서만 “사법부에 대한 좌표 찍기와 신상 털기 공격”이라며 비난했다. 하지만 불리한 검찰 수사나 판결이 나오면 습관적으로 판사·검사를 협박하는 정당이 할 소리는 아닌 듯하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의 수사 검사들 실명을 조직도까지 그려가며 유포했고, 작년 말엔 대장동 사건 수사 검사들 신상을 공개하며 지지자들에게 ‘공격 좌표’를 찍어주었다. 김경수 경남지사 유죄 판결이 나왔을 때는 “판사 탄핵”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랬던 민주당이 이제 와서 “사법부 겁박”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다.
입맛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판결이나 수사에 대해 원색적 비난을 하고 판검사를 협박하는 것이 고질병처럼 반복되고 있다. 그 분노와 반감이 갈수록 노골적인 협박으로 표출되고 있다. 중심을 잡고 자제시켜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더 부채질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사회 안정은 깨지고 법치도 껍데기만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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