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정원 확대 불가피, 현실 안 맞는 의료 수가도 함께 개선해야
정부 여당이 의대 정원을 2025학년도 대입부터 1000명가량 늘리고 그 후 순차적으로 계속 증원하는 방안을 다음 주 발표키로 했다. 최종적으로는 3000명 더 늘려 현재 정원 3058명의 두 배 정도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의사 수를 늘려 의료 붕괴 위기에 대응하겠다는 것이다.
의대 정원을 늘려야 하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의사 부족이 심각해 지방 의료는 붕괴 직전이고, 소아과·외과·응급의학과 등 필수 의료 분야는 지원자가 없어 환자들이 ‘응급실 뺑뺑이’를 돌다가 사망하는 사례까지 속출하고 있다. 2021년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6명으로, OECD 회원국 중 멕시코(2.5명) 다음으로 적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의 인구 고령화 때문에 의료 인력 수요가 급증할 것도 분명하다.
그동안 의사들은 파업 등 강력한 진입 장벽 쌓기로 맞서 2006년 이후 의대 정원이 3058명에 묶여왔다. 이번에도 의협 등 의사 단체들은 의대 증원을 반대하며 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의사 수가 부족한 현실은 누구보다 현장 의사들 스스로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수도권 지역에선 3억~4억원의 고액 연봉을 제시하고도 의사를 구하지 못해 필수 의료 인프라가 붕괴 위기에 놓였다. 의사 수입은 OECD 최상위권이지만 의원급 병원들은 여전히 토요일에 문을 열고, 전공의들은 일반 직장인의 두 배인 주당 최대 80시간의 장시간 근무에 시달리고 있다. 의대 정원 확대를 통해 국민 의료 수요도 충족시키고 의사들 삶의 질도 개선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의대 증원에 앞서 필수 의료 수가 개선 등 의사를 필요한 곳에 적절히 배치할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사들 주장도 일리가 있다. 아무리 의사 수를 늘려도 일부 의료 수가가 비현실적으로 책정된 지금대로라면 필수 의료 분야를 꺼리는 분위기나 지역 간 의사 수급 불균형은 여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의대 정원 확대와 함께 과감하고도 정교한 필수 의료 수가 개선, 지방 의료 살리기 정책을 함께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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