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면서] 불완전우성

경기일보 2023. 10. 16.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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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태 경희대 명예교수

오스트리아의 가톨릭 수도 사제 그레고어 멘델은 자가 수분으로 재배한 완두에서 후대에 나타나는 콩과 콩깍지의 모양과 색깔 그리고 꽃의 색깔 등의 표현 형질이 일정한 법칙을 가지고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멘델은 1865년과 1866년 이 연구 결과를 통계적 객관성에 근거해 합리적으로 정리, 발표했지만 당시에는 학계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멘델의 연구는 1900년에 들어서야 휴고 드 브리스를 포함한 여러 학자에 의해 알려지게 됐다. 멘델의 법칙으로 정리가 되고 있는 우열의 원리, 분리독립의 법칙은 유전학이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게 된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우성과 열성으로 구분되는 유전적 대립형질을 설명할 때 인자형과 표현형으로 구분한다.

인자형은 유전형질의 유전적 구성에 대한 본질을 나타낸다. 반면 표현형은 대립형질의 조합 결과에서 표현되는 외형을 나타낸다. 우열의 원리는 일반적으로 대립형질의 열성인자는 표현되지 않고 우성인자만 표현됨을 설명한다.

부계와 모계의 각 생식세포가 합체돼 대립형질 조합을 이루기 때문에 특정한 표현형이 동일해도 인자형으로 보면 구성이 다를 수 있다. 우성과 열성이 조합된 인자형은 우성과 우성이 조합된 인자형과 그 표현형이 다르지 않다.

우성이 열성의 표현을 완전히 억제하지 못해 두 형질이 모두 표현되는 현상을 불완전우성(Incomplete Dominance)이라고 한다. 멘델이 붉은 꽃 부계와 흰 꽃 모계를 둔 자손에서 새롭게 분홍 꽃이 나타나는 분꽃을 대상으로 실험을 했다면 멘델의 법칙은 정리되지 못했을 수 있다. 우열의 원리로 본다면 술어와는 다르게 붉은색과 흰색이 모두 우성이다.

매우 복잡한 물리와 화학의 법칙들이 더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생명 현상은 멘델의 법칙처럼 단순한 법칙으로 일관화해 설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비멘델성 유전인 불완전우성이 대표적인 예다. 사람도 생물이라 특정한 법칙으로 일관화해 사람을 설명하기 매우 어렵다. 거울에 45도로 들어오는 빛은 135도 반사돼야 한다. 일정 조건에서 수소와 산소가 만나면 물이 생산된다. 그러나 손바닥 위에 개구리를 올려놓고 동일한 힘과 자극으로 개구리를 자극할 때 반응해 튀어나가는 개구리의 시기, 거리, 방향은 모두 개구리 마음대로다.

사람의 사고와 행위에는 개구리의 마음이 있다. 그러나 사회는 그 부류를 내 법칙으로 구분해 정리하고 싶어 한다. 사람의 눈꺼풀, 머리카락, 이마 모양 등 어떤 외양은 멘델의 우열의 원리를 따라가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생각과 의지는 그렇지 않다. 더군다나 그 뜻을 표현하는 형질에 우열은 없다. 불완전우성에서 보는 분홍빛을 내기 위해 붉은빛과 흰빛은 ‘따로 또 같이’ 서로 우성으로 존재한다. 조금만 떨어져 보면 우리 사회의 붉은 점과 흰 점의 ‘따로 또 같이’에서 아름다운 핑크가 보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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