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호의 와인 한 잔] 사랑의 묘약, 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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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Wine)은 '술'이란 뜻의 라틴어 '비눔(Vinum)'에서 유래되었다.
넓은 의미로 와인은 포도를 비롯한 모든 과일은 물론 꽃이나 약초를 발효시켜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총칭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선한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성분의 음료를 와인이라고 한다.
와인을 마시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억지춘향일까? 가짜 묘약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되는 오페라처럼 실제로 와인이 사랑을 이루어주는 묘약으로 쓰인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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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Wine)은 ‘술’이란 뜻의 라틴어 ‘비눔(Vinum)‘에서 유래되었다. 넓은 의미로 와인은 포도를 비롯한 모든 과일은 물론 꽃이나 약초를 발효시켜서 만든 알코올성 음료를 총칭하지만 일반적으로 신선한 포도를 발효시켜 만든 알코올 성분의 음료를 와인이라고 한다.
처음 와인을 만든 인류의 조상은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노아로, 최초의 포도원 소유자이며 생산자다. 지구상 첫 번째 포도원은 약 7000여 년 전 흑해 코카서스 지역에서 출토된 포도씨앗과 타르타르산으로 추정하는데 지금의 튀르키예 북쪽 조지아, 아르메니아 지역이다. 구약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포도원이 있었던 아라랏트산 지역으로 인류가 재배한 최초의 포도원이 있던 곳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영국 대영박물관에 소장된 우르왕조(메소포타미아의 유프라테스 강 유역에 있던 고대 바빌로니아의 도시국가) 시대의 유물, 술 마시는 장면이 담긴 판화를 통해 BC 3500년에서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에서 와인을 생산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와인이 처음 문헌에 등장한 것은 BC 1700년경 바빌로니아 법전이며, BC 10~1세기 사이에 쓰인 성경책에는 포도와 와인에 관한 기록만 500여 군데 나온다.
와인은 옛날부터 ‘약’으로 이용되었다. 레드와인에는 우리 몸에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폴리페놀 성분이 화이트와인의 10배나 들어 있다.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물질 중 하나로 심장병, 뇌 질환 예방에 도움이 되며 스트레스 해소에도 효과가 있다. 또한 긴장감을 없애 주고 혈압을 내린다. 와인을 매일 마시는 사람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순환기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이 56% 낮고 폴리페놀의 일종인 레스베라트롤(resveratrol)은 암 예방과 전이를 막아 준다는 연구도 있다.
이탈리아의 궁정 작곡가 도니제티의 오페라 ‘사랑의 묘약’은 19세기 이탈리아에서 사랑의 묘약을 파는 떠돌이 약장수 때문에 생겨나는 에피소드의 오페라이다. 싸구려 와인을 사랑의 묘약이라 속여 파는 둘카마라와 이를 사랑의 묘약으로 착각해 전 재산을 들여 사는 어리석은 네모리노의 이야기로, 18세기 나폴리에서 발전해 로마와 북이탈리아지역까지 인기를 끌었던 희극적이고 대중적인 오페라부파의 대표적인 곡이다. 형식적이고 인위적인 기존 오페라 세리아와 달리 주인공이 귀족이 아닌, 농부 하인 등 평범한 사람들의 따뜻한 사랑이야기가 바로 ‘사랑의 묘약’이다.
공교롭게도 와인(Wine)의 어원은 산스크리트어로 ‘사랑받는’이란 뜻의 ‘vena’에서 파생되었다. 와인을 마시면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한다면 억지춘향일까? 가짜 묘약이 효력을 발휘하면서 행복하게 되는 오페라처럼 실제로 와인이 사랑을 이루어주는 묘약으로 쓰인다는 의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재미있는 것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묘약을 마시게 해 나를 사랑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마시면 상대가 나를 사랑하게 되는 약이라는 비과학적 특성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묘약을 믿고 싶은 우리의 마음이다.
가짜 묘약이라도 상관없다. 하늘을 그리지 않고도 하늘을 표현한 미술작품처럼 사랑을 말하지 않고도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사랑의 묘약. 사랑이 그리운 우리의 가슴을 두근거리게 할 와인 한잔이 필요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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