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위성, 일단 쏴라? 경쟁 치열해지자 가짜 발사 계획도 넘쳐나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2023. 10. 1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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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위성인터넷 관련 규제 미비
스페이스X-아마존 등 IT기업, 위성 서비스 시장 진출 늘어
실제 발사할 가능성 매우 낮은 자리 선점-투자용 계획서도 난립
기존 인공위성 운영-관리 방해… “할당된 주파수 회수 등 규제해야”
뉴멕시코주 카슨국립숲에서 촬영한 스페이스X 스타링크 인공위성들의 움직임.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6일(현지 시간) 미국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이 우주 위성인터넷을 위한 지구 저궤도(LEO)에 인공위성을 처음 쏘아올렸다. 이미 일부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이스X의 우주 위성인터넷 ‘스타링크’에 이어 굵직한 정보기술(IT) 기업들도 뛰어드는 모양새다. 특히 6세대(6G) 이동통신을 위한 위성 수요도 조만간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과학계에서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허위에 가까운’ 인공위성 발사 계획서를 무분별하게 제출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마이클 바이어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UBC) 정치학부 교수, 에런 볼리 UBC 물리천문학과 교수 등은 ‘페이크(가짜) 인공위성 100만 개’라는 제목의 정책포럼 보고서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에 12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2022년 12월 기준 국제전기통신연합(ITU)에 제출돼 저궤도 배치 허가를 기다리는 인공위성만 100만 개 이상이지만, 발사 가능성이 매우 작다고 지적했다. 또 특정 국가의 이름을 빌린 사기업의 사업 확장 계획에 불과하다고도 했다.

ITU는 무선 주파수 스펙트럼을 분배하는 권한을 가진다. ITU로부터 지구 고도 300∼1500km의 저궤도 자리를 할당받아야 인공위성을 발사할 수 있다. 인공위성은 보통 ‘군집(constellation)’ 단위로 신청하는데 1개 군집에 적게는 10개, 많게는 1만 개 이상의 인공위성이 포함된다. ITU에 접수된 인공위성 군집은 300여 개지만 개별 인공위성의 수는 100만 개가 넘는 것이다. 군집 단위로 따졌을 때 가장 많은 신청서를 낸 국가는 중국(65개)이다. 미국은 45개로 2위다. ITU에 이미 등록된 위성 기준으로 미국이 20%로 가장 많은 위성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은 약 1.4%다.

연구팀이 ITU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가장 많은 수의 인공위성 배치를 신청한 국가는 르완다다. 2021년 저궤도 인공위성 33만7320개를 저궤도에 띄우겠다며 ‘시나몬-937(Cinnamon-937)’이라는 이름의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 프로젝트를 제출했다. 인공위성의 주파수 할당을 위한 위성망 국제등록통보서는 국가 단위로 신청한다. 정부가 인공위성 기업이나 공기업을 대신해 등록통보서를 제출하는 형식이다. 자국 기업이 아니어도 정부와 기업이 협약을 체결하면 해당 국가가 통보서를 내는 경우도 있다.

33만 개의 인공위성 배치를 신청한 르완다의 시나몬-937 뒤에는 프랑스 우주기업체 ‘E-스페이스’가 있다. 스페이스X와 함께 우주 위성인터넷 시장 경쟁을 하고 있는 원웹의 창립자 그레그 와일러가 설립한 E-스페이스는 6월 프랑스 정부 명의로 11만6000여 개의 인공위성 등록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노르웨이, 독일, 미국 정부가 제출한 신청서는 스페이스X의 인공위성이다. 영국, 프랑스, 멕시코는 원웹과 손잡았다. 파푸아뉴기니, 솔로몬제도 등 국가는 각각 미국·호주의 위성 업체를 대신해 위성망 국제등록통보서를 제출했다.

연구팀은 “내용을 들여다보면 결국 똑같은 인공위성 군집이지만 제각기 다른 국가 명의로 통보서를 반복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외국 선박에 자국 깃발만 게양해두고 행정에 대해선 거의 간섭하지 않는 ‘편의치적제도’와 유사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ITU에 산재된 신청서의 개수와 달리 실제 인공위성 발사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강조했다. 실제 발사를 앞두고 예산 부족, 정치권의 반대, 기술적 결함 문제 등으로 철회될 것이라는 의미다. 그러면서 “대규모 인공위성 프로젝트의 경우 투자자를 끌어들이거나 주파수 스펙트럼을 우선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인공위성 개수를 과장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기술적으로도 준비가 돼 있지 않지만 향후 기술 개발이나 위성망 수요 상승을 염두에 두고 당장 사용하지도 않을 주파수 대역을 확보해두는 식의 ‘창고 적재형’ 등록도 있다고 분석했다.

무분별한 위성망 신청은 실제 인공위성 운영 및 관리를 방해할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정지궤도 위성(GSO)의 신호 송수신 방해다. GSO는 한국의 ‘천리안’처럼 지구 고도 3만6000km 지점에서 지구 자전 주기에 맞춰 움직이기 때문에 지상에서는 마치 한곳에 정지한 것처럼 보이는 위성이다. 해양 관측, 기상 관측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ITU는 저궤도 인공위성이 다른 인공위성이나 GSO의 신호를 간섭하지 않도록 전파세기의 한계 기준인 등가전력속밀도(EPFD)를 규정하고 있다. 연구팀은 ITU가 현재 활동 중인 저궤도 인공위성만으로도 EPFD를 정확히 측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국가 명의만 달리한 대규모 인공위성이 지속적으로 저궤도에 난립하게 될 경우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ITU에는 아직 이를 방지할 만한 규제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11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릴 세계전파통신회의(WRC)에서 대규모 저궤도 인공위성 발사 계획에 대한 규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마존이 이번 발사를 시행하며 계획했던 대로 2026년 7월까지 인공위성 절반을 발사하지 않을 시 할당된 주파수 스펙트럼을 회수한다는 조건을 붙이는 것이 한 예다. 저궤도 인공위성의 수가 본격적으로 급증하는 가운데 늦어도 2027년 WRC까지는 인공위성 등록 과정 및 운영에 대한 규제 절차를 완수해야 한다고 했다.

박건희 동아사이언스 기자 wiss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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