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13> 비 내리는 가을 밤 아내를 생각한 당나라 시인 이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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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돌아올 날 묻지만 그 날 기약할 수 없고(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파산에 밤비로 가을 연못 넘치누나.
/ 언제 당신과 서쪽 창가에서 함께 등불 심지 자르며(何當共剪西窗燭·하당공전서창촉)/ 파산 밤비 내리던 때 이야기를 해보나.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813~858)의 시 '비 내리는 밤에 아내에게(夜雨寄北·야우기북)'로, 그의 시집인 '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에 들어있다.
아마 시인은 밤새 넘쳐흐르는 못물처럼 그리움을 안고 잠 못 이뤘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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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돌아올 날 묻지만 그 날 기약할 수 없고(君問歸期未有期·군문귀기미유기)/ 파산에 밤비로 가을 연못 넘치누나.(巴山夜雨漲秋池·파산야우창추지)/ 언제 당신과 서쪽 창가에서 함께 등불 심지 자르며(何當共剪西窗燭·하당공전서창촉)/ 파산 밤비 내리던 때 이야기를 해보나.(却話巴山夜雨時·각화파산야우시)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813~858)의 시 ‘비 내리는 밤에 아내에게(夜雨寄北·야우기북)’로, 그의 시집인 ‘이의산시집(李義山詩集)’에 들어있다.
파산(사천성 동쪽에 이어져 있는 산) 땅에서 한밤중에 가을 빗소리를 들으며 북쪽 장안에 있는 아내에게 부친 시이다. 아내는 시인인 남편에게 언제 고향으로 돌아오실 건지 물었다. 시인은 기약하지 못한다. 가을 빗소리는 밤새 그치지 않는다. 얼마나 비가 많이 내리는지 못물은 불어 넘칠 것 같다. 아마 시인은 밤새 넘쳐흐르는 못물처럼 그리움을 안고 잠 못 이뤘으리라.
3·4행에서 시인의 간절한 마음을 읽을 수 있다. 언젠가 집에 돌아가게 된다면 아내와 서창 아래에 다정히 앉아 등불 심지를 함께 자르며, 이 밤 빗소리 듣던 심정을 이야기할 날이 있을 것이라 말한다.
이상은의 시를 한 수 더 보자. 오언율시 ‘北靑蘿(북청라)에서’이다. “저녁 해 서쪽 엄자산으로 넘어갈 때(殘陽西入崦·잔양서입엄)/ 초막으로 외로운 스님을 찾아갔네.(茅屋訪孤僧·모옥방고승)/ 나뭇잎 떨어지는데 스님은 어디 계시는지(落葉人何在·낙엽인하재)/ 차가운 구름 속에 길은 몇 굽이던가(寒雲路幾層·한운로기층)/ 스님 홀로 초저녁에 경쇠 치다가(獨敲初夜磬·독고초야경)/ 한가히 등나무 지팡이에 기대어 서셨네.(閑倚一枝藤·한의일지등)/ 세계는 한낱 티끌 속에 있는 것이니(世界微塵裡·세계미진리)/ 내 어찌 사랑과 미움이 있겠는가?(吾寧愛與憎·오녕애여증)”
그제 아침 낙엽 떨어지는 걸 보며 목압서사에서 나와 농어촌버스를 타고 화개버스터미널에서 시외버스로 갈아탄 뒤 서울남부터미널로 가서 지하철로 수원의 예식장으로 향했다. 중학교 때부터 친구인 최경모의 딸 최유진의 결혼식에서 축사를 했다. 가는 내내 이상은의 위 시 두 수가 생각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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