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만 잔치” 계열사 임단협 진통

한재희 기자 2023. 10. 16.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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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맏형'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으며 일제히 '추투(秋鬪)'에 돌입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현대차 임단협 종료를 기점으로 오히려 노사 간 입장 차가 벌어져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올해 임단협 또는 임협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뿐이다.

기아는 현대차 임단협 타결 이후 오히려 노사 협상이 어려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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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수준 기본급에 처우 개선
현대로템 등 5개사 노조 불만 커져
기아 “차별에 내일부터 부분 파업”
파업전 본교섭 극적 재개 가능성도
‘맏형’ 현대자동차를 제외한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서 난항을 겪으며 일제히 ‘추투(秋鬪)’에 돌입하고 있다. 일부 계열사는 현대차 임단협 종료를 기점으로 오히려 노사 간 입장 차가 벌어져 타결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노조가 있는 현대차그룹 계열사 중 올해 임단협 또는 임협을 마무리한 곳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뿐이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달 20일 사측과 임단협 타결식을 진행했고, 현대차 노조에 소속된 현대모비스 노조도 함께 협상을 마쳤다. 현대차 노조는 역대 최고 수준인 기본급 11만1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을 포함해 성과급, 주식 지급, 출산·육아 지원 확대 등 두둑한 성과물을 챙겼다. 업계에서는 이를 기준점 삼아 기아,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에서도 임단협 협상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점쳤지만, 아직 타결 소식이 들리고 있지 않다.

기아는 현대차 임단협 타결 이후 오히려 노사 협상이 어려워졌다. 기아 노조는 17∼19일 각각 8시간, 20일에는 12시간 파업에 나서겠다고 예고했다. 파업 전 본교섭이 재개될 가능성도 있긴 하다. 하지만 기아 노조가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2021년부터 이어진 무분규 타결 행진이 중단된다. 국내 완성차업체 5곳 중 임단협 또는 입협을 매듭짓지 못한 곳은 기아뿐이다.

홍진성 기아 노조 지부장은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올해 현대차 교섭과 똑같은 내용을 제시해 조합원들을 조롱하고 무시했다”며 “사측의 성의 없는 교섭과 개악안으로 결국 파업투쟁을 결단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기아 임단협이 진통을 겪는 배경은 ‘평생 사원증’ 문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지난해 단체협약을 개정하며 장기근속 퇴직자에게 제공하던 차량 구매 할인율을 30%에서 25%로 낮추고, 재구매 연한도 2년에서 3년으로 늘렸다. 대신 이전까지는 적용되지 않았던 전기차도 할인 대상에 포함시켰다. 하지만 현대차가 올해 임단협에서 평생 사원증 혜택을 그대로 유지시키자 기아 노조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왔다. 기아 노조 지도부는 이를 무마하기 위해 ‘정년 연장’, ‘역대 최대 실적에 걸맞은 복지 확대’, ‘주 4일제 도입’, ‘고용 확보 위한 신공장 확대 방안 제시’ 등을 내세워 현대차 노조보다 더 많이 얻어내기 전까진 도장을 찍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제철, 현대위아, 현대로템, 현대트랜시스 등의 계열사에서는 올 2월 현대차·기아 직원에게 지급된 600만 원 상당의 특별성과급을 놓고 노사 간 힘겨루기가 이뤄지고 있다. 현대로템, 현대위아 등의 직원에게는 절반 수준인 300만 원이 지급됐고, 일부 계열사는 지급되지 않았다. 완성차 실적이 좋았던 배경에는 납품 단가를 낮춰 공급한 부품사들의 공이 있는데 특별성과급은 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게 이들 계열사 노조들의 주장이다. 반면 사측은 성과 보상은 회사별로 결정하는 것이지 그룹사를 묶어 지급되는 게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현대위아의 경우 ‘기본급 10만1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400%+870만 원 상당’ 등을 골자로 한 노사 잠정합의안까지는 마련했지만, 지난달 22일 노조원 투표에서 반대 62.2%로 부결됐다. 현대트랜시스, 현대로템, 현대제철 노사는 아직 잠정합의안조차 도출하지 못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노조는 현대차 노조가 얻어낸 것 대비 90% 이상 수준을 받아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한다”며 “결국 현대차의 역대급 ‘퍼주기’가 계열사들에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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