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EU,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통합 조건 ‘50가지 보완’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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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 경쟁 당국이 대한항공에 아시아나항공 통합을 위해서는 무려 50여 가지를 보완하도록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이 '현금 지원'을 앞세워 설득 중임에도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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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 매각 ‘화물부문’ 독립적 운영”
“EU, 불승인 결정땐 후폭풍” 우려
아시아나 이사회 ‘분리매각’ 신중론
15일 본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기업 결합을 담당하는 EU집행위원회(EC)는 지난달 말 대한항공이 보낸 초안에 대한 의견서를 전달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EC가 문제 삼고 있는 독점 우려 해소를 위해 △한국∼유럽 4개 여객 노선(프랑크푸르트, 파리, 로마, 바르셀로나) 운수권을 티웨이항공에 이관 △항공기(A330) 대여 및 조종사 100명 등 인력 파견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를 분리 매각 등의 내용을 초안에 담았다.
EC는 최소 3년간 티웨이항공이 유럽 4개 여객 노선에 취항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티웨이항공이 유럽 노선 운영을 하지 못하더라도 해당 슬롯을 대한항공이 회수하지 못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최악의 경우 외항사 및 해외 국가들에 유럽 4개 노선을 뺏길 수도 있다.
조종사 파견과 관련해 EC는 티웨이가 조종사를 직고용하는 방식을 고려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티웨이항공이 대한항공에 의존하게 되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이다. EC는 티웨이항공이 지속적으로 노선 운영을 할 수 있을 만큼 재무구조가 탄탄한지도 추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EC는 또 대한항공이 분리 매각하겠다고 약속한 아시아나항공 화물 부문의 항공기와 인력 범위를 확정해 제출하라고 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EC는 화물 부문이 어떠한 입김에도 좌지우지되지 않는 독립적인 상태여야 한다는 걸 강조하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다. 이달 말 열릴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에서 화물 분리 매각 등에 대한 반대 결정이 나오면 두 회사 간 통합은 사실상 어려워진다. EC 요구를 살펴본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내부에서는 신중론이 거세지고 있다. 애초 통합 의도와는 완전히 달라졌고, 화물 분리는 사실상의 구조조정이라는 점, 일부 아시아나항공 화물기가 너무 낡아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 등이 이유다. 이사회가 화물사업 매각을 승인했는데, EC가 내년 12월 최종 불승인 결정을 내리면 후폭풍이 거셀 것이란 우려도 이사회가 결정을 망설이는 지점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현금이 부족한 아시아나에 “통합에 찬성해주면 운영 자금 1500억 원을 곧바로 지급하겠다”는 당근까지 내밀며 설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아시아나항공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EU의 요구를 다 들어주면 승인을 검토 중인 미국과 일본이 더 큰 요구를 할 수 있고, 통합이 되더라도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걸 이사회도 인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이사회 때문에 통합이 안 됐다’는 비판도 이사회가 감당하기는 부담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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