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선 그었다…하늘로 떠난 ‘단색화 거장’ 박서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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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사뭇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지난 14일 별세했다.
조현화랑은 1992년 박서보 화백 전시를 처음 연 이래 14번에 걸쳐 가장 많은 개인전을 연 화랑.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박서보 화백이 지난달 부산 방문 때 "이게 내 마지막 개인전"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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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묘법’ 연작 韓 현대미술 큰 획
‘하루 사이 바람의 결이 바뀌었다. 가을인가. 바닷 바위에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도 사뭇 차가워지고. 내년에도 이 바람에 귀 기울일 수 있으면 좋으련만’. 내년 가을을 그리던 90대 화백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못했다. ‘단색화 거장’ 박서보(본명 박재홍) 화백이 지난 14일 별세했다. 향년 92세. 지난달 말 부산에서 기록한 이 SNS 글은 그가 세상에 남긴 마지막 글이 됐다.
고인은 지난 2월 폐암 3기 판정을 받고 SNS에 이 사실을 알렸다.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던 그는 투병 중에도 왕성한 활동을 해왔다. 최근까지도 직접 키아프·프리즈 현장을 찾았고 ‘마지막 전시’가 열리는 부산을 방문하며 SNS를 통해 근황을 전했다.
마지막 전시가 된 ‘박서보’전은 현재 조현화랑 달맞이·해운대 두 곳에서 열리고 있다. 조현화랑은 1992년 박서보 화백 전시를 처음 연 이래 14번에 걸쳐 가장 많은 개인전을 연 화랑. 전시는 다음 달 12일까지 이어진다. 강승완 부산현대미술관 관장은 박서보 화백이 지난달 부산 방문 때 “이게 내 마지막 개인전”이라 말했다고 전했다.
1931년 경북 예천에서 태어나 홍익대 서양화과를 나온 박 화백은 무수히 많은 선을 긋는 ‘묘법’(Ecriture·描法) 연작으로 ‘단색화 대표 화가’로 불리며 한국 현대 추상미술 발전에 큰 역할을 했다. 1967년 시작한 묘법은 연필로 끊임없이 선을 긋는 전기 묘법시대(1967∼1989)를 지나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뒤 긋거나 밀어내는 방식으로 작업한 후기 묘법시대, 2000년대 들어 자연의 색을 작품에 끌어들인 유채색 작업까지 변화를 거듭했다. 그는 2010년 회고전 간담회에서 “묘법은 도(道) 닦듯이 하는 작업”이라며 “그림이란 작가의 생각을 토해내는 마당이 아니라 나를 비워내는 마당이며 내가 나를 비우기 위해 수없이 수련하는 과정이 묘법”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현대미술관·구겐하임미술관, 시카고 아트인스티튜트, 일본 도쿄도 현대미술관,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 홍콩 M+미술관 등 유명 미술관이 고인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고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 제주도에 건립 중이다. 국민훈장 석류장(1984년), 옥관문화훈장(1994), 은관문화훈장(2011), 금관문화훈장(2021), 제64회 대한민국예술원상을 받았다. 유족으로 아내 윤명숙씨와 2남 1녀가 있다. 빈소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1호실. 발인 17일 오전 7시. 장지 경기 성남시 분당 메모리얼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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