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림·최명영·서승원… 동료 화가·미술계 인사들 빈소 찾아
500여 명 마지막 길 배웅
“1세대 한국 추상화 일궈낸 거장”
박서보 화백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는 첫날부터 500명 넘는 조문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김구림·최명영·서승원·정상화·이강소·윤명로·이배 작가 등 원로 화가들을 비롯해 후배 작가와 제자, 박양우 광주비엔날레 대표 등 미술계 관계자들이 빈소를 찾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박형준 부산시장, 배순훈 박서보장학재단 이사장도 조문했다. 소셜미디어에도 추모 물결이 일었다. 하종현 화백은 페이스북에 고인과 함께 찍은 사진 여러 장을 올리며 “오랜 동료로서 깊은 슬픔을 느낀다”고 애도했다.
조문 온 고인의 제자 김택상 작가는 “5~6년 전 해외 화랑에 후배 작가 소개 자료를 보내기 위해 지팡이를 짚고 우체국에 가 우표를 붙이시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고인은 개인적인 탐욕이 아닌 한국 미술계 전체에 대한 욕심이 있던 분”이라며 “한국적 정체성에 대한 목마름을 바탕으로 ‘1세대 한국적 추상화’를 일궈냈다”고 했다. 최재우 조현화랑 대표는 “불과 보름 전 개인전을 보러 부산에 오셨을 때에도 내년에 열릴 뉴욕 전시를 위한 새 작품 이야기를 하시던 ‘지칠 줄 모르는 수행자’였다”고 했다. “폐암 진단 뒤에도 새 작품을 위해 주문한 캔버스 수백개를 보여주시던 분”이라며 “폐암이나 병마 따위는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반짝이던 눈빛이 기억난다”고 했다.
김영순 전 부산시립미술관장은 “박서보 화백은 일제강점기부터 이어져 온 국전에 대해 ‘반국전 선언’을 함으로써 한국 현대 미술의 시작을 선언했다”며 “이후 글로벌 마켓과의 교량 역할을 하며 한국 미술이 세계적인 보편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했다”고 했다. 정준모 미술평론가는 “문화예술인을 위한 행정적인 일부터 후학 양성까지 보폭이 아주 넓었던 ‘어른’이었다”고 했다. 유럽에서 고인의 첫 개인전을 열었던 페로탕 갤러리의 서울 지점 김보경 디렉터는 “제주도에 짓고 있는 미술관 완공을 보려는 의지가 강하셨는데 안타깝다”며 “고인은 후배들에게 ‘작품 활동을 많이 하고, 오래 살아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고 했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해 각계에서 보낸 근조화환도 빼곡히 들어찼다. 박서보 화백의 선후배들은 16일 오후 추모식을 연다. 일본 동경화랑 대표를 비롯해 고인과 교류했던 일본과 중국의 작가들도 빈소를 찾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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