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에 눈멀어 인디언 살해… 3시간 26분에 담은 ‘광기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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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길게 땋은 아메리카 원주민(인디언)들이 고급 승용차 뒷좌석에서 내린다.
부유한 원주민들은 두세 배 비싼 돈을 치러야 물건을 구할 수 있고, 백인들은 이들을 등쳐 먹으며 생계를 유지한다.
이는 터전을 침범한 백인들에게 살해당했던 오세이지족을 은유한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을 노린 백인들에 의해 3년간 최소 24명이 살해되는 참사를 겪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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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보호구역서 유전 발견돼
소유권 탐낸 백인들이 음모 꾸며
디캐프리오-드니로 함께 출연
1920년대 미국 오클라호마주 페어팩스에서 원주민 ‘오세이지족(族)’에게 벌어진 실화를 그린 마틴 스코세이지 감독(81)의 신작 ‘플라워 킬링 문’(원제 ‘Killers of the Flower Moon’)이 19일 개봉한다. 스코세이지 감독의 페르소나로 불리는 리어나도 디캐프리오와 로버트 드니로가 출연했다. 세 사람이 한 작품에서 뭉친 것은 처음이다. 영화는 제76회 칸 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영화는 부유한 오세이지족 여성 몰리(릴리 글래드스톤)가 참전용사 어니스트(디캐프리오)를 만나며 시작된다. 전쟁에서 돌아온 어니스트는 페어팩스에서 부를 쌓고 있는 삼촌 헤일(드니로)의 집으로 향한다. 글도 잘 못 읽고 아둔하지만 잘생긴 그에게 헤일은 “택시 운전을 하면서 몰리에게 접근해 보라”고 조언한다. 어니스트는 몰리의 마음을 사로잡고 결혼에 성공하지만, 헤일은 몰리가 자매들과 유산을 나누는 것에 불만을 갖고 몰리의 주변 사람들을 차례차례 살해하기 시작한다.
영화는 데이비드 그랜의 논픽션 ‘킬러스 오브 더 플라워 문’을 각색했다. 봄은 보름달 아래서 꽃이 피어나는 계절이지만, 키 큰 꽃들에 양분을 빼앗겨 먼저 핀 작은 꽃들이 서서히 죽어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는 터전을 침범한 백인들에게 살해당했던 오세이지족을 은유한다. ‘포레스트 검프’(1994년)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2009년)의 각본가 에릭 로스가 스코세이지 감독과 함께 각색했다.
몰리는 실존 인물이다. 오세이지족은 1870년대 원래 살던 캔자스주에서 쫓겨나 페어팩스에 있는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내몰렸다. 이후 이곳에서 막대한 석유가 발견되고, 오세이지족들은 석유회사로부터 받는 로열티로 돈벼락을 맞았다. 그러나 이들의 재산을 노린 백인들에 의해 3년간 최소 24명이 살해되는 참사를 겪었다. 이 사건 조사를 시작으로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태동했다.
디캐프리오는 잔혹한 학살 현장에서 때로는 방관자가, 때로는 공범이 된 한 남자의 내면을 설득력 있게 표현했다. 드니로는 오세이지족의 친구를 자처하지만 돈에 눈이 먼 백인 기득권 남성을 실감 나게 연기한다. 두 사람의 배역에 다른 배우를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몰리의 무력한 모습과 표정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오세이지족의 비극을 피부로 느끼게 한다. 러닝타임은 3시간 26분이다. 스코세이지 감독은 “관객들이 이 비극의 무게를 느낄 수 있도록 정말 제대로 다루고 싶었다”고 했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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