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헌 살롱] [1417] ‘스컹크 군단’ 양성
수신제가(修身齊家)를 한 다음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를 하는 것이 유교가 제시한 인간 완성의 길이었다. 수신이 안 된 사람은 치국도 못하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살아보니까 이 두 가지는 다른 차원이었다. 서로 따로 노는 항목이었다. ‘수신제가’가 도덕과 선악의 영역이었다고 한다면 ‘치국평천하’는 전쟁과 권모술수의 무대였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에 너무 익숙해지면 전쟁의 승패를 도덕의 우열로 판가름하려는 단순 사고방식에 빠져들게 된다. 모든 것을 도덕으로 환원하려는 세계관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수신제가는 별로 신통치 않지만 치국평천하를 실행에 옮기고 있는 사례가 있는가? 사례는 최근이 좋다. 최근의 사례는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이다. 혼외 자녀는 물론이거니와 자기 회사의 여직원에게 자신의 정자를 기증하여 출산하기도 하였다. 공식 비공식 출산을 합하면 10명의 자식을 두고 있다. 구글 창업자 아내와의 불륜 스캔들. 머스크의 친구이기도 한 그 남편에게 무릎 꿇고 사과까지 하였다. 도지코인 사례도 있다. 머스크의 방정맞은 입만 믿고 코인 샀다가 손해 본 사람도 여럿이다.
그러나 ‘스페이스X’ 같이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우주선 개발 사례는 훌륭하다. 나사(NASA)도 못한 일을 머스크가 성공시켰다. 연구 예산이 바닥났을 때도 연구자들을 격려하며 ‘이런 일은 쉽지 않다. 계속 인내심을 갖고 추진해야 한다’고 하며 낙담한 연구기술자들을 밀어준 사례는 감동적이다. 평천하에 가장 부합하는 사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서이다. 자신이 쏘아 올린 스타링크 위성을 통제하여 우크라이나 쪽에서 러시아를 마음대로 공격하지 못하게 한 사례이다. 국제적인 전쟁을 머스크라는 수신(修身)이 안 된(?) 개인이 좌지우지한 셈이다.
‘셀럽병에 걸린 어린아이 같은’ 인간이 창의력 하나는 끝내주고, 이 창의력에 과학기술을 접목시킴으로써 파워가 나왔다. 왜 창의력은 괴짜들에게서 나오는가?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모여든 ‘스컹크 군단’의 힘이기도 하다. 목욕을 하지 않아 몸에서 냄새가 나기 때문에 스컹크 군단이다. 방구석에 처박혀서 수학, 물리학, 사주팔자, 불로장생학 등의 온갖 분야에 몰두하느라 목욕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 괴짜 스컹크 군단을 박해하지 않고 둥지를 틀 수 있도록 제공한 공간이 실리콘밸리라고 한다. 스티브 잡스를 비롯하여 머스크도 스컹크 출신이다. 스컹크 군단을 인정하고 양성한 나라는 미국밖에 없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