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기현 체제 유지… 대통령실과 관계 바꿔야”
黨혁신기구-총선기획단 만들기로
의총前 사무총장 등 임명직 8명 사퇴
非尹 “지도부, 대통령실만 쳐다봐”… 親尹 “지도부 책임 묻는 건 분열”
침통한 與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두 번째) 등 전·현 지도부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강민국 전 수석대변인, 김 대표, 구자근 당대표 비서실장, 이철규 전 사무총장. 김재명 기자 base@donga.com |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4시간 반 넘게 이어진 비공개 의총이 끝난 뒤 “김 대표가 당과 정부의 소통을 강화하고 국민의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또 “김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며 “정책 정당으로 일신해 경제·민생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김 대표가 우선 당에 혁신 기구와 총선기획단을 출범시키겠다고 말한 뒤 인재영입위원회를 구성해서 활동할 계획을 말했다”고 전했다. 윤 원내대표는 “제가 발표한 내용에 대해 최종적으로 의원들이 컨센서스(공감대)를 이뤘다”고 전했다. 김 대표는 의총에서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의총에서 보궐선거 패배의 지도부 책임 범위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당 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최재형 의원(서울 종로)은 비공개 의총에서 “임명직 당직자 사퇴로는 미흡하다. 김 대표도 결단했으면 한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총 전 5선 중진인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갑)은 페이스북에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느냐”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고 비판했다.
다만 김 대표의 사퇴를 요구한 목소리는 소수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계 의원들은 의총 전과 의총 현장에서 “책임을 묻는 것은 분열이다. 지도부를 흔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총 전 친윤계인 초선의 이용 의원(비례)은 “갈등을 부추기는 공개적인 언행들은 우리를 화합시킬 수 없다”고 했다. 발언에 나선 의원 30여 명 중 다수는 “김 대표 체제에 대한 대안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니 단합해서 현 체제를 유지하자”란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한 의원들도 대통령실과의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윤(비윤석열)계인 허은아 의원은 의총에서 김 대표 체제 유지를 주장하면서도 “당 지도부가 보수 지지층도 걱정하는 과도한 이념 논쟁에 대해 대통령에게 간곡히 말씀을 올려야 한다”고 했다.
非尹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해야”… 親尹 “분열보다 합심해야”
與 비상의총, 黨쇄신 4시간반 격론
“대통령실만 쳐다봐 중도표 날아가”
“대통령 걸고넘어지는 버릇 버려야”
30여명 의원 발언 나서 난상토론… 다수 “대안 없으니 김기현 체제 유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이후 국민의힘이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쇄신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당 체질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쇄신책을 내놓지는 못했다. 참패 4일 만에 열린 15일 의총에선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일단 김기현 대표를 재신임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지만 발언대에 오른 의원들은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목소리를 내야 한다”며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간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친윤(친윤석열)계 핵심인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전원 사퇴 카드를 두고도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의총에 앞서 여당 중진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를 제외한 임명직 당직자 사퇴가 “변죽만 울리는 미봉책”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참모들과 만나 “차분한 변화”를 주문한 데 이어 떠밀린 듯한 인상을 주는 임명직 총사퇴 인적 쇄신만으론 중도층 민심을 잡기 어렵다는 것. 반면 친윤계는 “지도부 흔들기는 안 된다” “분열보다 합심해야 한다”며 공개 반박에 나섰다.
김 대표는 이날 의총 발언에서 당 혁신 기구와 총선기획단 출범, 인재영입위 구성 계획을 밝히며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까지 본인을 믿어 달라는 것. 이를 두고 소속 의원들은 “총선 패배 시 정계 은퇴를 암시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 “당이 대통령실 향해 목소리 내야”
그간 대다수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위해 지역에 내려갔던 일요일에 국회에서 열린 비상 의총에선 격론이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의원 111명 중 9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작부터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초 오후 4시에 시작해 이날 오후 6시로 예정됐던 고위 당정협의 전 종료될 것이란 예상과 달리 30여 명의 의원이 발언에 나서면서 4시간 반 넘게 이어졌다. 그만큼 이번 선거 패배로 인한 당내 파장이 컸던 것.
의총에선 “이쯤 되면 다같이 용산(대통령실)에 가서 상소를 올렸어야 한다” “당이 대통령실을 향해 할 말을 하며 목소리를 내야 한다” “현재 수직적인 대통령실과 당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의견도 분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과 대통령실 간 관계 재설정이 의총에서 화두로 떠오른 것. 대통령실의 의중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면 총선에서 질 수 있다는 우려가 당내에서 잇따르고 있다는 우려에 따른 것이다. 의총 전 한 여권 핵심 관계자는 “올해 초 전당대회 때 ‘김장연대’(김기현 대표와 친윤계 핵심 장제원 의원 간 연대) 등의 얘기가 나오면서 당에 역동성이 사라지고 당의 주요 자원들을 다 씹으며 중도표가 다 날아갔다”고 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대통령실 입만 쳐다본다는 취지다.
● “대안 없으니 金 체제 유지”
의총에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에도 지도부 책임 범위를 놓고 이견이 나왔다. 최재형 의원은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로는 국민 눈높이에 부족하다”란 취지로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의총 발언대에 오른 서병수 의원은 의총 전 페이스북에 “김 대표에게 묻는다.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라며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비판했다.
다만 의총에서 발언대에 오른 다수 의원들은 “김 대표 체제 대안이 마땅치 않으니 비대위보다 현 지도부 체제를 유지하자”란 의견을 내며 혼란을 수습하는 국면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강서구가 험지라서 진 것인데 문책이 과하다”는 취지의 발언도 여전히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그 대신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원회를 만들자는 주장도 나왔다. ‘수도권 위기론’을 띄웠던 윤상현 의원은 이 자리에서 “정부 견제론이 정부 지지론보다 10%포인트 높은 상황에서 위기 돌파구를 만들어 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친윤계인 국민의힘 장예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조금만 불리하다 싶으면 대통령부터 걸고넘어지는 못된 버릇은 버려야 한다”며 “지도부의 강도 높은 쇄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은 ‘중구난방 흔들기’를 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고 했다. 지난 대선 당시 윤 대통령의 수행실장을 지낸 이용 의원은 이번 상황을 비판하는 중진 의원들을 겨냥해 “중진으로서 선당후사하는 모습과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 솔선수범을 보이라”라고 비판했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권구용 기자 9dragon@donga.com
이상헌 기자 dapap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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