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어머니의 한상처럼… 쌀의 고장서 ‘밥심’ 챙기세요”

오상도 2023. 10. 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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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22일 ‘이천쌀문화축제’
한 번에 2000명분 밥 짓는 ‘가마솥밥’
600m 무지개 가래떡 등 볼거리 풍성
온가족 즐기는 ‘떡 바 만들기’ 체험도
市, 다양한 테마와 쌀 엮어 행사 기획
인근 야구장 등 3000대 주차장도 확보
‘축구 국대 공식 공급쌀’ 지정 계약도

“구수한 냄새와 고슬고슬 윤기 도는 쌀밥은 군침을 절로 나게 합니다. 어릴 적 온 가족이 둘러앉아 먹던 밥상의 추억이 아스라히 떠오르죠.”(경기 성남시 분당구 60대 주부 이모씨)

국내 최대 쌀 관련 축제인 ‘이천쌀문화축제’가 18일 경기 이천시 모가면 농업테마공원에서 개막한다. 올해 22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풍성한 가을, 함께 즐기는 풍년 잔치’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22일까지 닷새간 이어진다. 볼거리와 먹거리, 즐길 거리가 어우러진 이천시 대표축제로, 쌀밥 한 그릇이 건네는 아련한 향수와 가을걷이의 풍요로움을 전할 것으로 보인다.
이천쌀문화축제 전경. 이천시 제공
15일 이천시에 따르면 이번 축제의 대표 행사는 한 번에 2000명분의 쌀밥을 지어 2000원씩에 판매하는 ‘가마솥밥’과 시민들이 함께 줄지어 만드는 600m 길이 ‘무지개 가래떡’이다.

가마솥밭 행사에 등장하는 초대형 가마솥은 전통 방식으로 제작된 무쇠솥이다. 초등학생 두 명이 들어가 나란히 팔을 벌려도 될 만큼 넉넉한 크기를 자랑한다. 장작불을 지펴 만든 밥을 먹기 위해 점심시간에 길게 늘어선 방문객의 모습은 연일 장관을 이룬다.

냉면 사발을 닮은 밥그릇에 주걱으로 가득 밥을 푼 뒤 열무김치와 고추장, 들기름을 비벼 공원 곳곳에 마련된 벤치나 잔디밭에 앉아 식사를 즐기면 된다.
자원봉사자들이 2000인분 가마솥 밥짓기를 하고 있다.
◆2000명분 가마솥밥, 600m 무지개 가래떡

무지개 가래떡 만들기는 매일 한 차례 진행된다. 쌀의 소중함을 알리고 축제 성공을 기원하는 뜻을 담았다. 방문객과 함께 약 600m 길이의 탁자 위에 무지개 가래떡을 뽑아 조금씩 나눠 먹는 프로그램이다. 가래떡이 끊이지 않게 지그재그 모양을 유지하며 늘어놓는 게 언뜻 보면 쉬워 보이지만 많은 사람의 노력과 협동심이 필요하다. 가을의 풍성함과 농촌의 정겨움을 선사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이처럼 쌀로 만드는 떡과 관련된 체험행사는 곳곳에 널려 있다. 행사장 초입에선 아이들이 직접 절구를 들고 떡을 메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됐다. 농업테마공원에서 운영하는 ‘떡 바 만들기’ 체험 행사도 축제 기간 운영된다. 이곳에선 아이들이 부모와 함께 아기자기하게 떡 바를 만든 뒤 초콜릿 시럽 등을 뿌려 포장해 갈 수 있다. 체험비는 무료이지만 공간이 한정돼 미리 신청해야 한다.

행사장은 동화마당과 하늘마당, 풍년마당, 농경마당, 기원마당, 가마솥마당, 문화마당, 햅쌀장터, 찾아가는 서당, 먹거리마당 등 13개의 주제별로 꾸려진다. 넓은 행사장을 오가기 힘든 노약자를 위해 기차 모양의 전기 차량도 운영한다.

전통 농경문화를 체험하고 싶다면 농경마당에서 모내기와 탈곡 체험에 도전하면 된다. 농업테마공원 중턱에 있는 황금다랑논에서 조선 시대 복장을 한 농부들과 함께 모를 심을 수 있다. 전통 농기구를 이용해 벼에서 쌀을 털어내는 탈곡도 경험할 수 있다. 바로 옆 헛간 모양 건물에선 농부들이 볏짚을 꼬아 짚신을 만드는 모습을 선보인다.

풍년마당에선 거북놀이와 엿 만들기 등 지역 고유문화 체험이 마련됐고, 동화마당에서는 인형극 공연이 준비됐다. 문화마당에선 초대가수 공연 등 다양한 문화·예술 공연이 펼쳐진다.
옛 정취를 물씬 풍기는 행사장 곳곳에선 갓 도정한 ‘임금님표’ 브랜드의 이천 햅쌀과 쌀을 가공해 만든 식혜와 강정, 신선한 농산물 등을 구매할 수 있다. 맛깔스러운 음식은 물론 막걸리 등을 먹을 수 있는 먹거리마당과 이천에서 생산된 각종 농·특산물을 판매하는 난전이 꾸려진다.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나락포토존과 마당놀이 풍류와 붓글씨 퍼포먼스를 즐길 수 있는 기원마당 역시 발길이 끊이지 않는 프로그램이다.

‘임금님표이천쌀’은 시가 직접 관리하는 대표 쌀 브랜드이다. 이천쌀문화축제는 이런 이천쌀의 명성을 기반으로 국내 쌀 문화와 전통농경 문화를 계승하고자 마련됐다.

1999년 이천농업인축제로 시작해 2001년 이천햅쌀축제로 명칭을 바꿨고 대표 지역축제로 발돋움하기 위해 2004년 이천쌀문화축제로 개명해 이어져 오고 있다. 이 축제는 대한민국 문화관광 최우수 축제에 선정돼 경기지역의 상징적 행사로 자리 잡았다.

성공 비결은 쌀을 다양한 테마와 스토리로 엮어 체험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축제가 열리는 농업테마공원은 쌀 문화관을 비롯해 다양한 체험 및 관광시설을 갖추고 있다. 시는 인근 야구장과 민주화기념공원에 3000대 이상 주차장을 확보했고 이천역·터미널, 모가 체육공원 등 주요 거점에서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시 관계자는 “한국인은 밥심을 빼놓고는 얘기할 수 없는데 바쁜 일상 속에서 전통 식문화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어머니가 차려주신 따뜻한 쌀밥 한 그릇에 대한 추억을 자극하고 풍요로운 수확의 계절을 함께 즐기기 위해 축제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천쌀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열린 용줄다리기
◆손흥민·이강인, ‘임금님표 이천 쌀’ 먹고 뛴다

경기 동남부에 자리한 이천은 역사와 문화의 고장이다. 동서 27㎞, 남북 36㎞의 표주박형으로 곳곳의 구릉 사이로 복하천과 송곡천, 청미천이 흘러 논농사에 적합하다. 충적평야가 발달해 삼국시대 고구려와 백제, 신라가 번갈아 차지하던 이곳을 고려 태조가 처음으로 ‘이천’이라 불렀다. 복하천을 건너 전쟁에 승리한 것을 기념해 이섭대천(利涉大川)의 첫 글자와 끝 글자에서 따온 것이다.

이곳은 1894년 갑오경장 때 이천군으로 근대 행정구역에 처음 편입된 뒤 1996년 이천시로 승격했다. 2010년 7월에는 서울시와 함께 국내 처음으로 유네스코 창의도시에 선정된 바 있다.

축제에 앞서 이천시는 지난 12일 이천쌀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대한축구협회와 국가대표 공식 공급 쌀로 지정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에 따라 시는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이천 쌀을 제공하고, 홍보와 판촉 목적으로 대한축구협회 엠블럼을 사용하게 된다.

시는 ‘국가대표 축구선수가 먹는 이천 쌀’과 ‘대한축구협회 공식 지정 쌀’이라는 문구를 사용하는 권리도 챙겼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이 이천쌀을 먹고 뛰게 된 것이다.

김경희 시장은 “이번 계약이 단순히 이천 쌀 홍보를 넘어 전 국민의 쌀 소비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오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천=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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