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기현 2기 지도부'로 봉합... 비윤계 "대표 물러나야" 분출

김민순 2023. 10. 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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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선 참패 후 쇄신안 두고 친윤·비윤 충돌
당정관계 재설정 없으면 갈등 반복 가능성
김기현(왼쪽 두 번째) 국민의힘 대표, 이철규(맨 오른쪽) 사무총장 등이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15일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수습을 둘러싼 갑론을박 끝에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면서 당 쇄신에 나서기로 했다. 전날 이철규 사무총장 등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발표에 이어 이날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한 자리에서다. 김 대표는 수도권 의원들을 다수 발탁해 '2기 지도부'를 구성하고 혁신안 추진 등으로 봉합에 나설 방침이지만, 비윤석열계에선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불신이 커 보선 후폭풍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김기현 사퇴해야" "김기현 중심 단합" 격돌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난 11일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이후 나흘 만인 15일 국회에서 열린 긴급 의총을 계기로 한자리에 모였다. 4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의총에선 김 대표 책임론과 수직적 당정관계의 재정립 등에 대한 의견이 나왔지만, 친윤석열계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김 대표 중심으로 단합해야 한다는 의견도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김 대표 체제를 유지하되, 통합형 당직 개편과 내년 총선을 위한 혁신기구와 총선기획단 출범 등으로 봉합하는 선에서 의총은 종료됐다.

국민의힘 김웅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의총을 앞두고 수도권과 비윤계를 중심으로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미봉책'이라는 의견이 분출했다. 5선 서병수 의원은 페이스북에 "(김 대표는) 대통령실만 쳐다볼 게 아니라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는가.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며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 버겁다"고 지도부를 직격했다. 초선 최재형 의원은 "임명직 당직자 사퇴는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다"며 "국민이 내린 사약을 영양제나 피로회복제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죽어야 산다"고 꼬집었다. 서 의원과 최 의원은 의총에서도 김 대표가 사퇴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4선 윤상현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변화와 혁신만이 살길이다. 비대위에 준하는 혁신위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드렸다"며 "정밀 여론조사로 위기의 본질을 진단하고 수도권과 중도층을 향한 전략과 정책, 인물들을 선도적으로 발굴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총에서는 정작 김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친윤계 핵심인 이철규 전 사무총장은 의총에서 의원들의 발언 전에 "내부 질책은 달게 받겠지만, 진의가 왜곡돼서 밖에서 전달되면 당이 침몰되는 모습으로 비칠까 안타깝다"고 우려했다. 친윤계 이용 의원이 이어 "김 대표 중심으로 원팀으로 가자"고 주장하며 김 대표 재신임 분위기를 띄웠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김 대표 역시 의총을 마무리하면서 "윤석열 정부 성공과 총선 승리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겠다. 내년 총선 승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총 결과 브리핑에서 "김 대표를 중심으로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며 "통합형 당직개편과 당정 간 소통 강화로 국민 목소리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말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가 발표한 내용은 최종적으로 의원님들의 컨센서스를 이룬 것"이라고 부연했다.


친윤·비윤 간 인식차 재확인...갈등 불씨는 여전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표면적으로는 의총을 통해 '김기현 2기 지도부'를 꾸려 쇄신 등 총선 채비에 나서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지만, 오히려 친윤계와 비윤계 간 인식의 간극만 재확인한 자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초선 김웅 의원은 의총 도중 기자들과 만나 "우리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단결을 안 해서 졌느냐. 단결을 너무 잘해서 진 것 같은데"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국민은 바꾸라고 하는데 바꾸지는 않고 단결만 하자, 우리는 다 잘했다 이런 얘기하면은 의원총회는 무엇 하러 하느냐"며 김 대표 중심의 단합론을 주장한 친윤계를 비판했다. 김 의원은 의총에서도 "공포정치를 놔두면 안 된다"고 발언했는데,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눈치만 보는 지도부를 비판하면서 수직적 당정관계 재정립 등을 촉구한 셈이다. 당 내에선 윤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으면서도, 결국 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이상 김 대표 교체만으로는 감동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이에 김 대표 재신임 이후에도 갈등 가능성은 다분하다. 전날 임명직 당직자 총사퇴 역시 대통령실에 대한 책임론 확산을 막기 위한 대통령실과 지도부 간 교감하에서 이뤄졌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공석인 당직 인선과 당정관계의 변화 여부에 따라 갈등은 언제든 재점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 대표가 의총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인선은 통합형으로, 수도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다.

그러나 한 초선 의원은 "'용산 직할체제'를 끝까지 유지하겠다는 뜻 아니겠느냐"며 "쓴소리만 하면 '내부 총질'이라고 말하는데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다른 말을 할 수 있겠느냐"고 의원들의 침묵을 자조했다.

김민순 기자 soon@hankookilbo.com
나광현 기자 nam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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