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키스탄서 ‘K 나눔의료’ 다시 펼친다
한국 병원 의료시스템 그대로 이식
현지 저소득 환자 무료 수술·치료
우즈베크 복지부가 최고 훈장 수여도
코로나로 중단 韓 의료진 진료 재개
“북유럽의 스칸디나비아클럽처럼
중앙아시아에 선진의료 기술 전파”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에서 약 600㎞ 떨어진 부하라. 우즈베키스탄에서 3번째 도시이자 ‘실크로드’의 중심도시 중 하나인 이곳 공항을 빠져나와 약 6㎞를 내달리면 8차로 대로변이 교차하는 사거리 중앙에 우즈베키스탄 국기와 나란히 걸린 태극기가 그려진 건물이 나온다. 바로 부하라 힘찬병원이다.
“라흐맛. 라흐맛(Raxmat·감사합니다).”
이수찬 힘찬병원 대표원장이 고관절 수술을 위해 입원한 70대 여성을 안심시키자 그는 연신 두 손을 모으고 눈물을 흘리며 감사 인사를 했다. 70대 여성은 “나뿐 아니라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 의료진에 대한 믿음은 크다”며 현지 의사보다 비싼 한국인 의사를 고집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서 이 대표원장이 만난 여성은 2019년 무릎 수술을 받은 50대. “수술 당시에는 걸을 수도, 잠도 잘 수 없을 만큼 상태가 나빴다”며 눈시울을 붉힌 여성은 “수술 후 몸이 가볍고 다시 태어난 느낌이다. 너무 감사하다”며 직접 재배한 농작물을 선물로 건넸다.
이 여성이 수술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힘찬병원의 글로벌 의료사회공헌활동의 일환인 ‘힘찬 나눔의료’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2020년 총 9명의 현지 저소득 환자가 무료 수술과 재활치료 지원을 받았다. 샤프르콘, 기즈두완 등 현지 의료 소외 지역 1500여명 환자의 무료 진료를 시행했다
힘찬병원은 올해 3명의 무료 수술로, 코로나19로 중단됐던 나눔의료를 재개할 예정이다.
힘찬병원이 이곳에 개원한 것은 2019년. 낙후한 의료 시스템 개선을 위해 당시 부하라 주지사가 무상 토지 제공 등 적극적으로 ‘러브콜’을 보내면서다.
우즈베키스탄의 1인당 GDP는 2243달러(300만원), 한국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친다.(2022년 국제통화기금 기준) 1991년 독립하기 전까지 구소련 국가로, 러시아의 의료체계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더딘 경제발전에 의료에 대한 투자는 미진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병원 내 감염방지를 의료기기 관리나 환자 기록 관리도 허술한 현실이다. 힘찬병원 길 건너편에 위치한 국립의료원에서는 간호사가 사용한 주사기를 물로 세척하거나, 사복을 입은 환자들이 오염된 침대보를 사용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환자 기록도 수기로 관리되고 있었다.
이수찬 원장은 “부하라 주지사 초청으로 방문해 국립의료원 응급실에도 들렀는데, 의료 수준이 우리나라 1980년대 수준이라 놀랐다”며 “이곳에서 ‘사람을 살리는 진료를 하면 보람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우리의 기술을 보여주며 국위 선양에도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이렇게 정형외과, 신경외과, 내과 등이 포함된 준종합병원으로 개원 후 한국의 의료 시스템을 그대로 이식했다. 최신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을 도입하고,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도 선보였다. 부하라 국립의대와 인적자원 교류, 현지 인력 국내 연수 등 ‘K의료 전파’에도 기여하고 있다. 부하라주와 상호 간 의료협력과 교류를 약속하는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이 대표원장은 “한국산 의료기기와 의약품이 현지 규제에 막혀 도입이 어려웠는데, 복지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허가해주기로 했다”며 “중앙아시아 등 선진 의료기술 수요가 높은 시장의 선도적 진출을 통해 국내 의료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혜영 이사장은 “국내 국립중앙의료원(NMC) 설립에 북유럽에서 온 스칸디나비아클럽이 있었듯 향후 우즈베키스탄의 의료 발전에 ‘K의료’, 힘찬병원이 좋은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부하라(우즈베키스탄)=정진수 기자 je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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