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피살’ 프랑스, 경계 수위 최고로…유럽 내 ‘반유대 범죄’ 급증세
하마스 공격 후 100건 범죄…베르사유궁·루브르 테러 위협도
유럽 각국 유대교 회당 낙서·반유대 선동 등 증오 범죄 긴장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여파가 유럽 내 반유대주의 움직임으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 학교에서 흉기 공격으로 교사가 피살되는 사건이 발생했고, 유럽 각지의 유대교 회당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는 낙서로 훼손되고 있다. 유럽 내 무슬림 갈등이 다시 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동북부 아라스의 한 고등학교에서 20세 남성이 흉기를 휘둘러 교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 체포된 용의자는 러시아 체첸공화국 출신 모하메드 모구치코프로, 범행 당시 아랍어로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가장 위대하다)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내무부는 이번 사건이 중동에서 벌어지는 일과 연결 고리가 있다고 보고 안전 경보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16일 저녁까지 전국적으로 테러 위험에 대비해 군인 7000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유럽에서 무슬림 인구가 가장 많은 프랑스는 지난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이미 500여곳의 유대인 공동체 인근 보안 정책을 강화하고 1만여명의 경찰을 배치한 상태다.
특히 이번 사건은 3년 전 프랑스에서 발생한 교사 참수 사건을 떠올리게 하며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2020년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하는 만화를 수업 시간에 사용한 중학교 교사 사뮈엘 파티가 10대 이슬람 극단주의자에게 잔인하게 살해돼 프랑스를 비롯한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바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현장을 찾아 “다시 한번 학교가 이슬람 테러의 야만성에 타격을 입었다”고 말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전날 대국민 연설에서도 이스라엘·하마스 갈등을 프랑스로 끌고 오지 말라며 “프랑스 정부는 유대인 시민들을 보호할 것이며 증오를 품은 이들에게는 무자비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이번 하마스의 공격 이후 지금까지 프랑스 전역에서 총 100건의 반유대주의 범죄 행위가 보고됐으며, 연루된 사람 중 20명 이상이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14일에는 프랑스의 관광 명소 베르사유궁에 폭발물이 설치됐다는 위협으로 관람객들이 긴급 대피하기도 했다. 파리 루브르박물관도 ‘보안상 이유’로 이날 하루 문을 닫았다. 루브르 대변인은 “박물관과 방문객에게 위험이 있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반유대주의 범죄는 프랑스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급증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스페인 마드리드와 포르투갈 포르투 등에 있는 유대교 회당은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라” 라고 쓰인 낙서로 훼손됐다. 스페인 내무부는 대테러 경보를 5단계 중 4단계로 강화한 상태다.
독일에서는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 이후, 금지된 상징물이나 포스터, 선동적인 연설이 연루된 범죄 행위 30여건이 적발됐다. 영국에서는 반유대주의 범죄 사건이 139건 발생했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4배 증가한 수치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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