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사기 피해자 조합 ‘보증’ 거절…“피해자 외면”

HUG “임차인·임대인 사실상 같고 보험가입제도 악용 우려”
탄탄주택조합 “조합·조합원 별개 법인…거부 논리 안 맞아”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전세사기 피해자 협동조합의 전세보증보험 신청에 대해 사실상 거절을 통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HUG는 ‘조합의 보증보험 신청을 받아준다면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조합은 “피해자들을 외면한 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HUG는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모여 설립한 협동조합인 탄탄주택협동조합 소속 조합원 7명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신청을 ‘취급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심사하지 않았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은 국내 처음으로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스스로 피해 복구에 나서겠다고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동탄 전세사기 피해자 300여명 중 24명이 창립했다. 협동조합이 전세사기 가해자로부터 오피스텔 소유권을 이전받아 임대사업을 통해 전세사기 피해를 치유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조합이 소유한 오피스텔에 거주하고 있는 임차인들은 대부분 임차인이면서 동시에 조합원이기도 하다.

HUG가 지난 11일 탄탄주택협동조합에 발송한 공문을 보면 HUG는 보증 가입 신청을 받지 않은 이유에 대해 “임대차계약 형태 및 사업구조가 공사의 보증 기준에 부합하지 않아 보증 취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HUG가 탄탄주택협동조합 조합원들의 보증 가입 신청을 받지 않은 이유는 ‘임차인과 임대인이 사실상 같다’는 것과 ‘보험가입제도를 악용할 우려가 있다’ 등 두 가지다. HUG 관계자는 “협동조합과 조합원 간 임대차계약 형태 자체를 보증보험으로 취급하기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면서 “협동조합은 임차인이 조합의 지분을 가진 조합원이니까 임차인이 임대인인 조합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를 만약에 받게 되면 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보증제도를 악용할 소지가 있다”면서 “예를 들어 임대인 보증금 미반환 사태가 발생하면 이런 방식으로 별도 현금 투입 없이 협동조합을 만들고 ‘협동조합-임차인’ 구조를 만들어 보증구조를 짠 다음에 보증금 위반이 확정된 상태에서 보증 신청이 들어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탄탄주택협동조합은 이런 HUG 결정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주원 탄탄주택협동조합 상임이사는 “조합과 조합원은 별개 법인격을 가진 주체이므로 양자를 동일인으로 볼 수 없다”면서 “HUG의 가입 거부 논리는 타당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상임이사는 “HUG는 조합을 고의 부도를 내고 보증금을 빼돌리려는 사기 집단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면서 “악용하려는 시도는 심사제도를 통해 막으면 되고 만약 고의 부도를 낸다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될 일”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연구원은 “(대규모 전세사기가 발생한 이후) HUG의 대위변제 건수가 많아지다 보니 보증보험 가입 자체가 점점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이 나온 것 같다”며 “또한 조합이 사기 없는 안전한 전세를 목표로 설립된 만큼 일반 전세 세입자와는 경우가 좀 다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태희 기자 kth0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