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층·향·뷰별 가격 등급체계 도입…‘깜깜이 부동산 공시가’ 정확성 높인다
지자체에 ‘검증센터’ 설치
조사원 ‘온라인 실명제’도
정부가 그간 ‘깜깜이 공시’라는 지적을 받아왔던 부동산 공시가격의 정확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검증센터를 지방자치단체에 설치하기로 했다.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공시가격 결정 요인도 등급별로 나눠 공개할 계획이다. 부동산원이 기존대로 공시가 조사 및 산정을 맡는 대신, 조사원 수를 늘리고 조사원 이름도 온라인에 공개된다.
국토교통부는 ‘부동산 공시제도 개선 방안’이 지난 13일 개최된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 심의·의결됐다고 15일 밝혔다.
부동산 가격은 ‘시세’와 ‘공시가격’으로 구분된다. 부동산에서 지금 거래되는 가격이 시세라면 공시가는 국토부 산하 한국부동산원과 감정평가사 등이 조사해 1월1일 기준의 적정가격을 발표한 것이다. 공시가는 조세·보험료·토지보상·복지제도 등의 기초 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실생활에 매우 밀접함에도 그간 조사 정확도와 투명성을 놓고 논란이 많았다. 일례로 2020년 서울 성동구 성수동 아파트 갤러리아포레 170.98㎡ 33가구의 공시가는 12~45층까지 가격 차이 없이 전부 26억원으로 산정됐다. 이에 입주민들이 크게 반발했고 결국 공시가가 번복되는 초유의 사태도 있었다.
우선 광역 지자체에 ‘공시가격 검증센터’가 설치된다. 센터는 정부가 조사 산정하는 공시가를 상시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는 서울시, 경기도 등 일부 지자체에서 부동산원이나 감정평가사가 산정한 공시가격이 현실과 괴리가 있다며 공시가격 산정 권한 자체를 지자체로 이양해달라는 요구가 나오자, 국토부가 일종의 절충안으로 내놓은 것이다. 국토부는 공시제도의 지역 간 통일성, 지자체별로 전문성과 인력·예산이 다른 점, 지자체별 공시가격 과다·과소 평가 우려 등을 감안해 전면적인 지자체로의 권한 이양은 부적절하다고 봤다.
부동산원의 공시가 ‘셀프 검증’ 체계도 수정된다. 현재까지는 부동산원이 공시가를 산정한 뒤 검증 업무까지 맡았는데, 앞으로는 ‘선수’와 ‘심판’을 분리한다는 이야기다. 공시가격에 대한 이의 신청이 들어오면 지자체 센터가 1차 검토하고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가 심의하도록 관련 절차를 바꾸기로 했다.
부동산원은 조사 업무를 그대로 맡는 대신 인력이 대폭 늘어난다. 업무 부담이 커서 공시 업무를 집중하기 어렵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것이다. 조사자의 책임있는 가격 산정을 유도하기 위해 내년부터 아파트 등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열람할 때 조사자 이름과 연락처를 함께 공개한다.
2024년부터는 공시가에 반영되는 아파트의 층, 향, 조망 등 가격 결정 요인도 등급을 매겨 단계적으로 공개된다. 이에 내년 상반기부터 층(최대 7등급)·향별(8방향) 등급이 먼저 공개된다. 도시·숲·강과 같은 조망과 소음(강·중·약) 등 주관적 판단이 개입되는 항목은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2026년까지 등급 공개를 추진한다.
공시가격 산정 때 이용하는 기초 자료도 달라진다. 정부는 지자체가 직접 주택의 층, 면적, 구조 등 물리적 특성의 변화를 수시로 갱신하는 ‘과세대장’을 공시가격 산정에 활용하기로 했다.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가격 산정 때 자동산정모형(AVM) 등 인공지능(AI) 분석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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