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 못 놓는 여당, ‘김기현 2기’로 봉합
임명직 총사퇴에도 비판 계속되자
김 대표 “총선에 정치생명 걸겠다”
‘보선 책임’ 쇄신 방안 논의한 의총
총선 공천 앞두고 대부분은 ‘관망’
국민의힘이 15일 의원총회를 열고 참패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를 진두지휘한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할 것인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일부 의원들은 전날 전원 사퇴한 임명직 당직자 외에 김 대표 등 선출직 지도부도 물러나야 한다고 요구했으나, 친윤석열(친윤)계는 지도부 흔들기를 멈추라고 반발했다. 선거 패배로 불붙은 쇄신 논쟁이 4일 만에 봉합 쪽으로 방향을 잡는 모양새다. 김 대표는 ‘2기 지도부’ 구성과 혁신안 추진을 통해 봉합을 시도할 방침이지만, 윤석열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하지 못하는 지도부에 대한 당내 불신이 깊어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휴일인 이날 오후 국회에서 소속 의원 약 80명이 참석한 가운데 비공개 의총을 열었다. 26명이 김 대표 책임론, 수도권 위기론 극복 방안 등에 대해 발언했다. 의총은 4시간30분 가까이 이어졌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의총 뒤 기자들과 만나 “김 대표를 중심으로 선거에 나타난 민심을 받들어 변화와 쇄신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의총 말미에 30분 넘게 발언했다. 김 대표는 “내년 총선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강서구청장 선거에 김태우 후보를 공천한 것이 윤 대통령의 일방적 요구 때문은 아니라고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한번 믿어달라’는 취지로 말했고, 의원들은 박수로 재신임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일부 의원은 김 대표가 윤 대통령 뜻을 따르느라 김 후보를 무리하게 공천해 참패를 초래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최재형 의원은 “쇄신하는 것을 보여주려면 김 대표도 사퇴하는 게 맞는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서병수 의원은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김 대표를 향해 “국민의 소리를 앞서 전달할 결기가 있느냐”며 “그럴 각오가 없다면 물러나라. 집권당 대표라는 자리는 당신이 감당하기에 버겁다”고 밝혔다. 비윤석열(비윤)계 허은아 의원은 사퇴를 요구할 생각이 없다면서도, 김 대표가 과도한 이념 논쟁 등과 관련해 국민에게 사과하고 윤 대통령에게 우려를 전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기현 사퇴” 쏙 들어가고…‘어차피 대통령 뜻대로’ 눈치만
국민의힘 ‘보선 책임’ 의총 열고 4시간30분 동안 갑론을박
임명직 사퇴로 선제 방어막 친 친윤계, 김 대표에 힘 실어줘
앞서 이철규 사무총장, 박대출 정책위의장, 박수영 여의도연구원장 등 여당 임명직 당직자 전원은 전날 사퇴 의사를 밝혔다. 비판 여론이 김 대표, 나아가 윤 대통령에게까지 향하지 않도록 선제적으로 방어막을 친 것이다. 김 대표는 같은 날 사퇴를 수용하며 “국민의힘이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당이 되도록 면모를 통합형으로 일신하고, 민생을 우선으로 하며, 개혁정당으로 발전적 도약을 해나갈 수 있도록 더욱 분골쇄신하겠다”고 밝혔다. 당내에서 제기되는 사퇴 요구에 대해 통합·민생·개혁을 기치로 들고 돌파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사퇴한 당직자들은 모두 친윤계 핵심 인사거나, 여당 우세 지역인 영남·강원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친윤계는 단합을 호소하며 김 대표 사퇴를 주장하는 의원들을 비난했다. 이용 의원은 의총에서 첫 발언자로 나서 “임명직 당직자들의 결단을 존중한다. 내부 분열은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SNS에서 “이때다 싶어 대통령을 흔들고, 본인들의 공천 기득권을 확보하고 싶은 것은 아닌지 국민과 당원들이 냉정하게 판단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날 전략기획부총장직을 사퇴한 박성민 의원은 “(의총) 분위기 좋다. 단합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김웅 의원은 의총 중간에 회의장을 나와 기자들에게 “우리가 강서구청장 선거를 단결을 안 해서 졌느냐”고 했다.
일부 의원은 당장 김 대표가 사퇴할 경우 마땅한 대안이 없다면서 ‘비상대책위원회에 준하는 혁신위원회 구성’을 요구했다. 인천을 지역구로 둔 윤상현 의원은 “지금은 변화와 혁신이 화두지, 단결이냐 분열이냐가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 영남권 중진 의원도 통화에서 “그대로 김 대표 체제로 갈 경우 전권을 쥔 혁신위를 만드는 게 그나마 낫다”고 밝혔다.
의원 다수는 관망했다. 총선 공천이 다가오는 시점인 데다, 어차피 당이 윤 대통령 의중대로 운영될 거란 좌절감이 반영됐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의원은 통화에서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들이 임명직 사퇴로 이미 (비판을) 차단했기 때문에, 김 대표 사퇴를 얘기하면 윤 대통령까지 건드리겠다는 의사로 받아들일 것”이라며 “이렇게 가면 수도권 선거는 절망적”이라고 말했다. 한 영남권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체제는 미국식 대통령 중심제가 아니라, 대통령과 당이 혼연일치되는 체제”라며 “그 안에서 당대표를 바꾼다고 해서 어떤 의미가 있겠느냐”고 했다.
일부는 김 대표 체제가 당장은 유지되겠지만, 비대위 체제로 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또 다른 의원은 “김 대표가 며칠이나 갈 수 있겠느냐. (사퇴는) 시간의 문제”라며 “실기만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 수도권 의원은 “지금 지도부를 교체해봐야 연말연초에 한번 더 회오리바람이 불 것”이라며 “지금 당대표 얼굴로는 총선 못 치른다”고 했다.
일단 재신임을 받은 김 대표는 의총에서 나온 의견을 반영한 혁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윤핵관들이 빠진 자리에 계파 색채가 옅은 수도권 의원들을 배치한 새 당직자 인선안도 금주 중 내놓는다. 당초 김 대표가 의총에서 구체적 안을 제시할 거라 예측됐지만, 김 대표 체제 지속을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상황에서 섣부른 대책 발표가 분란을 초래할 것을 우려해 발표가 미뤄졌다. 김 대표는 “인선은 통합형, 그리고 수도권·충청권을 중심으로 전진 배치된 형태로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김 대표가 총대를 메고 일방적 당정 관계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 한 김 대표에 대한 불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김 대표가 ‘나는 윤핵관이 아니다. 공정하게 선거를 치르겠다(공천을 하겠다)’고 했지만 누가 믿겠느냐”고 말했다.
정대연·문광호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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