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은행 2곳 불법 공매도 첫 적발
금감원, 역대 최대 과징금 부과 전망
글로벌 투자은행(IB) 2곳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총 560억원 규모의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벌인 사실이 적발됐다. 글로벌 IB가 지속적으로 불법 공매도를 해온 사례가 적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은 15일 홍콩에 있는 글로벌 IB 두 곳이 2021년과 2022년에 벌인 불법 공매도를 적발해 제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공매도는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종목의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실제로 주가가 내려가면 싼값에 되사 차익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주식을 빌리지 않고 파는 무차입 공매도는 불법행위다.
이번에 적발된 A사는 2021년 9월부터 2022년 5월까지 카카오 등 101개 종목에 40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제출했다. 내부 부서끼리 주식을 빌려주고(대여) 빌린(차입) 내역을 시스템에 입력하지 않고 소유 주식을 중복 계산해 공매도 주문을 냈다.
예컨대 a부서가 보유 주식 100주 중 50주를 b부서에 대여했는데 a부서는 100주를 그대로 잔량으로 인식했다.
b부서는 차입한 50주를 잔량으로 인식해 A사의 주식 잔량은 실제보다 50주 많은 150주로 잡혔다.
금감원 “수수료 수입 위해 불법 프로세스 방치한 듯”
금감원은 A사가 이런 관행을 알면서도 부족한 주식을 사후에 차입하는 방식으로 위법행위를 방치했다고 판단했다. A사의 계열사인 국내 수탁증권사도 잔량이 계속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다.
B사는 2021년 8~12월 호텔신라 등 9개 종목에 160억원 상당의 무차입 공매도 주문을 냈다.
해외 기관투자가는 국내 주식을 공매도할 때 주로 글로벌 IB와 매도 스와프 거래를 체결한다. 글로벌 IB는 주가 변동에 따른 헤지(위험회피)를 위해 똑같은 수량만큼 공매도 주문을 제출한다. B사는 사전에 차입이 확정된 수량 대신 향후 차입이 가능한 수량을 기준으로 매도 스와프 계약을 체결하고 공매도 주문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A사와 B사는 BNP파리바와 HSBC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PBS 업무를 하는 글로벌 IB의 장기적인 대규모 불법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고 설명했다. PBS 업무는 고객(개인·기관투자가·헤지펀드 등)에게 증권의 대여·차입·중개·신용공여·장외파생계약 체결 등 종합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금융투자 업무를 말한다.
김정태 금감원 부원장보(공시조사)는 “기존에 적발한 불법 공매도 대부분은 헤지펀드 등 최종 고객의 주문 실수나 착오에 의한 것이었다”면서 “글로벌 IB가 국내 시장을 충분히 이해하고(알고) 있는데도 고의적인 불법 공매도를 계속했다”고 말했다. 이승우 조사2국장은 “IB는 중개 역할만 해 가격 변동에 따른 손익은 최종 투자자에게 귀속한다”며 “수수료 수입을 위해 불법적인 프로세스를 방치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A사와 B사 제재 수위는 금감원 자본시장조사심의위원회(자조심)와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의 심의·의결 후 확정된다.
금감원은 두 회사에 역대 최대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부과 제도는 올 3월 도입됐으며 그간 최대 규모는 오스트리아 ESK자산운용에 부과된 38억7000만원이다. 현재 행정소송이 진행 중이다.
유희곤·박채영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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