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의대 정원 ‘1000명 이상 확대’ 이번주 발표
당정 논의…의사단체 반발 예고
정부가 2025년 대학입시부터 의대 정원을 현재보다 ‘1000명 이상’ 늘리는 안을 이번주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필수의료 공백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긴급 처방’을 내놓은 것이다. 예상보다 큰 증원 규모에 의사단체 반발이 예상된다.
15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보건복지부는 오는 19일 ‘지역완결적 필수의료혁신 전략회의’를 열고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등을 확정해 발표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이날 밤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고 관련 안건을 논의했다.
가장 큰 관심은 증원 규모다. 2000년 의약분업을 계기로 줄었던 351명을 다시 늘리는 안, 국립대를 중심으로 정원을 500명가량 늘리는 안 등이 거론됐는데 예상을 뛰어넘어 증원 규모가 1000명 이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확고한 의지를 가지고 있어 대통령실에서 복지부에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의대 정원은 2006년부터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지역 환자들이 수도권 병원까지 원정 치료를 오는 ‘의료 난민’ 문제가 심화하고 올해 들어서는 ‘응급실 뺑뺑이 사망사건’이 잇따랐다. 지역에서, 또 필수의료 진료과목 의사들이 부족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보건통계 2022’를 보면 2020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00명당 임상의사 수는 2.5명으로 OECD 평균(3.7명)에 못 미친다.
18년째 묶인 의대 정원…의사단체 “배치 불균형 해소 우선”
의협 “지역·필수의료 기피 해결 없이 정원만 늘리면 더 혼란”
정치권·시민 ‘지역 공공의대 신설’ 요구…실현 가능성 낮아
의대 정원을 늘리는 방법은 현재 교육부 소관인 국립대병원을 복지부로 이관하고 국립대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는 안이 유력하다. 특정 지역에서 일정 기간 복무 의무를 부여하는 ‘지역의사제’도 검토하고 있으나 이 제도는 의사들의 선택권을 제한하기에 실효성 부분에서 논란이 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 일부에서 ‘지역에 공공의대를 신설하라’는 요구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낮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공공의대 신설도 검토는 하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의대 정원을 늘려도 현장에 인력이 배치되기까지는 10년 이상 시간이 걸린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은 의사 수가 부족한 게 아니라 ‘배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정부는 지역·필수의료 인프라 확충 및 지원 확대, 전공의 노동환경 개선, 지방의대 지역인재전형 확대, 공중보건의사의 복무기간 단축 등 여러 가지 정책을 묶음(패키지)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고 몰아가지만 기성세대 의사들은 어쩌면 살길을 미리 마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를 기피하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의대 정원만 늘리면 당장 재수생, 삼수생까지 의대 쏠림이 심화하고 이공계가 더 휘청이게 될 것이다. 이런 부작용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말했다.
의협 관계자는 이어 “의대 정원 문제는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협과 협의하기로 2020년 의·정 합의에서 정부가 약속한 내용”이라며 “이에 의협 집행부는 내부 비판에도 불구하고 소통채널에 참여해왔으나 합의 없이 (확충안) 발표를 강행한다면 투쟁은 불가피하고 현장에선 대혼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사단체 내부에선 파업도 거론되고 있다. 2020년 정부가 의대 정원 확충과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하자 전공의를 포함한 의사들이 총파업과 집단휴진을 벌였다. 일부 의대생은 국가고시 응시를 거부했다.
의협에서 파업을 결정하더라도 대학병원, 상급종합병원급의 교수와 전공의가 동참하느냐에 따라 파급력이 달라진다. 대형병원에서 인력난으로 업무 강도가 높아지면서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하는 의료진도 상당수 있다. 지역의사제나 공공의대 신설만 추진하지 않으면 전공의들이 크게 반발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이들이 애초 예상보다 2배 넘게 늘어난 ‘1000명 이상 증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또 공공의대 신설 계획이 제외되면 시민·노동단체 및 정치권이 반발할 수도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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