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이스라엘, 하마스 제거해도 가자지구 운명은 안갯속

김연숙 2023. 10. 15. 2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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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깎기 전략' 벗어나 당장 복수 집중…"대안 없어"
이스라엘 재점령? 팔 자치정부 통치? 5가지 시나리오
"출구전략 없이 전쟁 안돼…'하마스 2.0' 생길 수도"
이스라엘 공습 받은 가자지구에서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 (가자지구 EPA=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공습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군(IDF)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우리는 앞서 가자시티와 가자지구 북부 주민에게 안전을 위해 남쪽으로 이동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며 "이스라엘군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까지(한국시간 오후 7시)는 대피 경로에서 어떠한 작전도 진행하지 않을 것임을 알리고자 한다"고 경고했다. 2023.10.15 ddy04002@yna.co.kr

(서울=연합뉴스) 김연숙 기자 =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지상군 투입 의지를 밝히면서 제시한 목표는 분명하다. 가자지구를 본거지로 활동하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제거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목표를 달성한다 해도, 가자지구의 운명은 불투명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스라엘 지도부가 하마스 제거라는 목표를 강조하고 있지만, 이를 이룬 다음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대안이 없다고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2007년 가자지구를 장악한 이후 총 4차례 전쟁을 벌였지만 '결정적인 승리'를 추구하지는 않았다. '불안한 데탕트' 속에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가자지구 통치의 책임과 정치권력을 얻으면, 이스라엘을 치겠다는 목표는 수그러들 것으로 기대했다.

이런 이스라엘의 전략은 이른바 '잔디깎기 전략'으로 평가됐다. 잔디가 조금 자랄 때까지는 그대로 내버려 두다가 어느 정도 무성해지면 깎는 것처럼, 하마스의 작은 도발은 지켜보다가 일정 수위를 넘는다 싶으면 무력으로 누르는 식이었다.

그러나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패러다임을 바꿨다. 이스라엘은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당장 보복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스라엘 전 국가안보보좌관 제이컵 나겔은 WSJ에 "나는 그동안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말해왔지만, 주말에 일어난 일이 모든 규칙을 바꿔놨다"고 말했다.

가자지구에서 역대 최대 규모의 군사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축출한 후 가능한 시나리오는 크게 다섯 가지다.

'이·팔 전쟁' 이스라엘군 폭격받은 가자지구 (가자지구 로이터=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무력 충돌이 계속되는 가운데 14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폭격을 받은 가자지구에서 폭발이 발생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겨냥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예고하면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비디오 캡처 사진] 2023.10.15 ddy04002@yna.co.kr

우선 이스라엘이 2005년 이전처럼 가자지구를 점령하기 위해 군대를 파견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 당시 이집트로부터 가자지구를 빼앗은 후 수십년간 이 지역을 장악했다. 이후 1990년대에 팔레스타인에 통치권을 넘겼고, 2005년 군대와 정착민을 철수했다.

그러나 지금 이스라엘이 원하는 그림은 아니다. 텔아비브대의 팔레스타인 문제 전문가 마이클 밀슈타인은 이스라엘이 극빈곤층이 다수인 220만명의 주민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라며, 2003년 미국이 이라크에서 겪은 것처럼 주민 저항이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두 번째 시나리오는 이스라엘이 하마스 진압 후 가자지구에서 철수해 팔레스타인인들과 그 지지 세력에 권력을 넘기는 것이다. 이는 권력 공백기에 극단주의 세력이 득세할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야코브 아미드로르 전 이스라엘 국가보좌관은 가자지구 주민은 이스라엘 책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과거와 달리 우리는 가자지구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돌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제법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여전히 가자지구를 챙겨야 할 책임이 있다. 또 주민들에게 물, 식량 등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이를 무시할 경우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을 수 있다.

생필품 들고 대피하는 가자지구 주민들 (가자지구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이스라엘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3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주민들이 생필품을 들고 대피하고 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하마스를 겨냥한 대규모 보복 공습을 예고하면서 가자시티 주민 전원에게 남쪽으로 대피하라고 권고했다. 2023.10.13 ddy04002@yna.co.kr

세 번째는 이스라엘이 미국의 지원을 받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의 가자지구 복귀를 추진하는 것이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기반을 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2007년 하마스에 의해 가자지구에서 쫓겨나 현재 요르단강 서안지구에 세력이 그치고 있다.

이스라엘 야당 지도자 야이르 라피드 전 총리는 CNN에 '국제사회'가 단기적으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통치를 도와야 할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87세로 초고령인 지도자 마무드 아바스 수반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가 가자지구에서 권력을 잡을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된다. 팔레스타인인들은 자치정부가 이스라엘 정착세력으로부터 주민들을 보호하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국제평화유지군이 임시로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방법도 거론된다. 그러나 어느 나라가 이 지역에 상당한 군대를 투입하며 개입할 여력이 있는지 문제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상황이 너무나 심각해 주민들이 이웃 국가인 이집트로 피난하는 시나리오가 있다.

미 정부 한 관계자는 하마스 제거 후의 상황에 대해서 이스라엘과 논의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WSJ에 이스라엘이 이후의 상황에 대해서도 잘 따져봐야 한다며 출구 전략 없이 전쟁에 돌입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하마스를 파괴한다면 그 공백을 무엇으로 채울 것인가? 알카에다를 파괴하면 ISIS(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가 생긴다. 하마스를 파괴하면 하마스 2.0이 생긴다"고 경고했다.

noma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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