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육해공 합동작전’ 초읽기…국제전 화약고 터지나
이란 “중단 않으면 통제 불능” 개입 경고
이스라엘이 14일(현지시각) 가자지구 북부 주민들에게 거듭 대피를 위한 안전 보장 시한을 제시하며, 하마스 괴멸을 위한 전면 공격의 초읽기에 돌입한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엔 등은 짧은 시간에 100만명이 대피하는 것을 불가능하다고 목소리를 높였고, 이란은 공격을 중단하지 않으면 분쟁에 개입할 수 있다고 이스라엘을 위협했다. 가자지구 민간인 피해가 커지며 이란 등이 본격적으로 움직이면, 이 전쟁은 중동 전체를 뒤흔드는 ‘국제전’으로 번질 수도 있다.
이스라엘방위군(IDF)은 이날 오후 누리집을 통해 성명을 내어 육해공군 합동으로 가자지구 북부 공격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군인들이 중차대한 지상 작전에 중점을 둔 전쟁의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며 이 공격에는 공중, 해상, 지상 공격이 모두 포함될 것이라고 했다. 군은 이 작전이 “광범한 전투 지역”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했으나, 언제 지상전을 개시할지 등 상세 내용을 밝히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는 14일 이스라엘 군 당국자를 인용해 작전이 애초 지난주 시작될 예정이었지만 날씨 탓에 며칠 미뤄졌다고 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최대 도시 가자시티 등에 있는 하마스의 행정·군사 조직을 완전히 괴멸시킬 것을 다짐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대피를 거듭 촉구했다. 11일 밤 가자지구 북부 주민 110만명에게 남쪽으로 피하라고 통보한 데 이어, 14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한국시각 오후 4~10시)까지 두개의 대피 통로의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혔다. 15일에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1시엔 공격을 삼갈 테니 남쪽으로 떠나라고 재차 권고했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에 마지막으로 지상군을 투입했던 2014년 7월엔 피란을 유도하는 삐라를 뿌린 지 나흘 만에 지상군을 투입한 바 있다.
하마스는 이스라엘군이 제시한 대피 통로가 안전하지 않다며 주민들에게 대피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실제 이스라엘군이 안전을 보장한다고 밝힌 대피 통로 2곳 가운데 1곳인 살라딘(살라훗딘) 도로에서 13일 피란에 나섰던 주민 70여명이 폭격을 당해 숨졌다. 현지 인권단체 알하크와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사진 등을 분석해 이 주장이 사실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3일 성명에서 “전체 국경이 포위된 상태에서 100만명 넘는 사람이 인구 밀집 지역을 음식도 물도 없는 상태에서 이동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며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라고 꼬집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가자지구 북부 병원에서 집중 치료를 받고 있는 신생아와 환자들에게 피란 요구는 “사형선고와 마찬가지”라고 경고했다. 지난 7일 시작된 이번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선 2300여명, 이스라엘에선 1300여명 등 지난 8일 동안 무려 3600여명이 숨졌다. 유엔은 14일, 지금까지 가자지구 내 난민이 전체 인구(약 220만명)의 절반인 10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가자지구의 위기가 고조되며 하마스를 지원해온 이란은 이스라엘에 ‘공격 중단’을 경고하는 등 본격 개입에 나섰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교장관은 베이루트에서 토르 벤네슬란 유엔 중동평화특사를 만나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공격을 계속할 경우 이란이 개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고 미국 액시오스가 보도했다. 그는 이날 이스마엘 하니야 하마스 지도자와도 만나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 정권의 전쟁범죄가 계속되면, 이 지역에서 어떤 일이든 벌어질 수 있다. 이란은 이스라엘의 전쟁범죄를 멈추는 어떤 시도라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이란 외교부가 밝혔다.
이런 가운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무장정파 헤즈볼라는 이날 이스라엘 북부의 셰바 지역에 있는 이스라엘 진지를 정밀 유도탄 등으로 폭격했다. 차히 하네그비 이스라엘 총리 안보보좌관은 헤즈볼라에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 역시 15일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항공모함 전단의 동지중해 추가 배치를 지시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을 강화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과 잇따라 전화 통화를 하고 주민들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국제사회의 구호품이 이집트 시나이반도에 속속 도착하고 있으나 전달 방법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집트 정부가 국경 지대를 통제하고 있지만, 2007년 양국 합의에 따라 이스라엘의 동의가 있어야만 구호품을 전달할 수 있다. 이집트는 가자지구 난민들을 받아들이는 문제에 대해선 반대 입장을 꺾지 않고 있다.
신기섭 선임기자 marishi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넘치는 주검, 아이스크림 트럭에…병원 단전 ‘수천명 사망’ 우려
- 검찰, 이재명 ‘위증교사’ 혐의 기소…‘백현동 기소’ 나흘 만에
- “SPC 기계에 빨려간 죽음…내 딸 선빈이 마지막이길 바랐는데”
- 가자지구 땅속 480㎞ ‘거미줄 터널’…지상전 시나리오는
- 미 “이스라엘 가자지구 점령하면 큰 실수…하마스는 제거해야”
- 국힘 조수진 카톡 창에 “김기현 대표 쫓겨나겠네ㅜㅜ”
- “대구포 아니! 부산 엑스포!” K할매 현란한 랩에 총리도 감동
- 하마스에게서 북한의 기습공격이 보인다? [정욱식 칼럼]
- 백종원이 태국 음식 무시?…“난 태국 미식의 팬” 해명 나선 까닭
- 교사 출신 국힘 부산시의원, 미성년자 불법 촬영 덜미